[무등칼럼]100일 성적표··· 전남A+ 광주C

@류성훈 입력 2022.10.12. 15:08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백일상을 차려 가족끼리 기쁨을 나눈다.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란 것을 축하하고 무병장수와 복을 바라는 일종의 의식인 셈이다.

요즘은 덜 하지만, '100'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백일기도, 백일째 만남, 백년지대계 등 숫자 '100'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성심을 다해 실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단군신화에서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 곰과 호랑이가 백일 동안 동굴 안에서 마늘과 쑥을 먹는다. 석 달 열흘을 버텨 여자가 된 곰은 환웅과 결혼해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를 세운 단군왕검을 낳는다. 여기서 '100'은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게 갖춰지는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100일은 짧은 시간이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민선8기 지방자치단체가 100일을 막 지났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업무를 시작한 단체장들은 첫 단추를 잘 끼워 산뜻한 출발을 했을까.

취임 후 100일, 직무수행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살펴본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100일 동안 '탑'을 달렸고, 강기정 광주시장은 아쉬운 성적을 냈다. 시장과 지사 모두 시·도민이 원하는 적극 행정을 펴고 소통행보도 이어오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지역민들의 온도 차는 꽤나 컸던 모양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민선8기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9월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김 지사는 긍정평가 68.4%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민선8기 들어 실시한 직무평가에서 7·8·9월 3개월 연속 선두를 달렸다. 김 지사는 민선7기에도 43개월 중 30개월 동안이나 직무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도정 운영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김 지사는 민선8기 100일 동안 내년도 정부예산 8조2천억원 확보,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예비후보지 선정, 농식품기후변화센터 예타 통과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국립의과대 신설 추진, 농협중앙회 이전, 쌀값 안정 근본대책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에게 강력한 어필을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청은 물론 산하 공기업(전남개발공사)과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공직사회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게 된 배경 중 하나다.

반면 광주시장에 대한 평가는 많이 인색했다. 강 시장은 긍정평가가 47.1%로 전달보다 6단계나 밀리면서 14위에 머물렀다. 강 시장은 민선8기 첫 직무수행평가에서 6위를 차지했다가 8월 8위로 두 계단 하락하는 등 하향곡선을 그렸다.

'재수' 끝에 광주시 수장에 오른 강 시장은 석달동안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로 나아가기 위한 설계도를 만들고 엔진을 장착하는데 주력했다. 더불어 복합쇼핑몰 유치에 주력했고 신경제도시·꿀잼도시·돌봄도시·안심도시·교육도시 등 지역발전을 향해 속도감 있게 시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런데도 강기정호의 100일 성적표는 아쉬운 대목이 많다.

평가 대상인 시장 스스로 직무수행 스타일 변화를 시도해보든지 평가자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정 이해도를 끌어올리든지, 나름의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강 시장이 제실력을 발휘해 시정 운영에 대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정치 영역은 아니지만, 시·도민들의 선택을 받은 광주시교육감과 전남도교육감의 교육행정 수행에 대한 평가도 나왔는데 광주와 전남이 극명하게 갈렸다.

17개 시·도교육감의 9월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지지율 56.7%로 1위를 차지했으나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41.5%로 15위에 그쳤다. 김 교육감은 취임 석 달 동안 2·3위 등 상위권에 안착했으나, 이 교육감은 12·13위에 머무는 등 저조한 성적을 받아 신뢰감 있는 교육 운영방향 설정이 요구된다.

시쳇말로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이 있다고, 직무수행 성적이 초라한 단체장은 자위해서는 안된다. 이 표현은 노름판에서 초짜 노름꾼을 현혹시킬때나 필요한 말이다. 지역사회 목소리를 경청하고 바람직한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쌍방향 소통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고, 특히 단체장은 프로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왕 정치와 행정을 하려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성과를 내고 잘해야 한다. 단체장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닌, 지역사회 발전을 견인하며 공동체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프로 즉, 전문가다.

어느 정치인처럼 "처음 해보는 거여서…"라는 핑계로 넘어가지 말고,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능력을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한껏 발휘해주기 바란다. 정치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다. 

 류성훈 취재2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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