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헤매는 호남정치, 어디로 가나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입력 2022.08.31. 18:37

호남정치가 휘청대고 있다. 오래전부터 갈 길 잃어 헤매더니, 급기야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의 뜨거운 심장이었던 호남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정치권은 무기력증에 빠져 허우적대고, 냉랭한 민심은 무관심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호남정치 복원은 고사하고 호남이 변방 중의 변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심각한 대목은 지역민들이 등 돌리는 이유를 정치권만 모른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눈을 감아버리는 건지, 아니면 해결 능력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기력한 호남정치, 지금의 현실이다.

이재명 대표의 승리로 막을 내린 8·28민주당 전당대회는 호남정치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비수도권 유일후보이자, 호남대표로 출마한 송갑석 의원의 낙마가 치명적이었다. 비명계, 친문 진영의 측면지원에도 불구하고 출마자 7명 중 6위, 뼈아픈 결과였다.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을 보유한 호남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수도권 몫으로 돌렸다. 앞선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한병도, 서삼석 의원까지 3회 연속 낙마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호남정치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역대급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번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이 광주 34.18%, 전남 37.52%, 전북 34.07%로, 호남 평균 35.49%였다. 전국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 37.09%에 못 미치는 수치다. 6·1지방선거 당시 광주 투표율이 전국 최저치인 37.7%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크고도 깊은지 짐작할 만 하다.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인사가 40%를 차지한 결과도 기성 호남정치에 보낸 경고 신호임이 분명했다. 등 돌린 민심의 바로미터가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최고위원 경선구도를 보면 '친명 대 비(반)명 대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 속에 송갑석 의원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적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계파 갈등 속에 호남표가 하나로 결집되지 못했고 친명계 진영에서는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배제투표 경향도 나타났다. 이런 구도 싸움이 컸다고는 하지만 경선 패배의 원인을 그쪽에서만 찾는 건 우둔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호남정치의 한계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정치권의 역량 부족, 일천한 경륜에서 오는 정치력 한계, 지역민과의 소통 부재를 꼽고 싶다.

송갑석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지역에는 여러 논란과 딜레마가 있었다. 날로 위축돼가는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중앙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호남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송 의원이 과연 호남의 대표성을 갖고 그 몫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광주시당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공천파동과 역대 최저 투표율 등 여러 진통이 있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책임있는 인사는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하면서도 본인은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 들었으니,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은 경쟁력이 출발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도 상당하다. 대부분 초선인 관계로 지역의 굵직한 현안을 푸는 데 한계를 드러냈고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도대체 존재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지역민과의 소통은 또 얼마나 하는 것인지, 총선 반환점을 돌면서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들이 늘고 있다. 어쩌다 호남정치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들이다.

호남정치의 부재와 정치력 약화는 정치인들 개인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보다 광범위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변방으로 전락한 호남의 고립과 홀대가 더 심화될 것이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지역의 주요 현안은 공전에 공전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역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먼 새 정부여서 그런 우려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지역 정치권의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 없이는, 한 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쇄신과 경쟁력을 찾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과연 어떤 점에 실망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귀 기울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호남정치의 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귀퉁이 변방으로 내몰리는 상황 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2024년 총선은 그리 멀지 않다. 최근 들어 출마 입지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유, 곱씹어볼 일이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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