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무등산 계곡' 백숙과 파전, 막걸리 추억속으로

@류성훈 입력 2022.08.10. 13:47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다가오지만 무더위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올 여름은 예년보다 유난히 더 덥고 습하다. 그나마 2년간 코로나 영향으로 뒤따랐던 제약들이 다소 느슨해지면서 피서지를 찾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피서지마다 구름 인파가 몰리면서 제대로 된 휴식은커녕 더위를 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름철 폭염에는 뭐니 뭐니 해도 서늘한 그늘이 드리워진 계곡이 으뜸이다. 짙푸른 숲 내음,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다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수까지 더해지니 계곡은 천혜의 물놀이터로 제격이다. 심산유곡 청정수의 시원함은 한여름의 열기를 단숨에 식혀준다.

광주의 허파이자 쉼터인 무등산에는 원효사 계곡(해발 370m)이 있다.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청정 계곡으로, 여름철이면 수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다. 이 무렵, 원효계곡에 가면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고, 휴대용 의자와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열대야로 밤새 잠을 설친 시민들은 계곡을 품고 있는 나무 그늘에서 단잠을 청하기도 한다. 산에 올랐던 등산객들도 계곡물에서 흐르는 땀과 더위를 씻어낸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계곡 출입이 상당히 까다로워졌으나 원효계곡 주변은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여름철에 한 해 한시 개방을 하고 있다.

원효계곡에서 즐기는 피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원한 계곡 옆 식당촌에서 파는 백숙과 파전, 도토리묵에 한 사발 걸치는 막걸리는 광주시민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여름 보양세트'로 정평이 나 있다. 시원한 무등산 계곡에서 한번 경험해본 시민들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맛과 멋, 낭만 그 자체다.

특히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휴가철과 가을 단풍철에는 무등산 원효계곡 백숙집들은 시민들에게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원효계곡 식당촌에서 백숙을 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쉽게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달부터 무등산 생태계 복원을 위한 원효사 상가 이주 절차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원효사 인근 상가지구(금곡동 800번지 일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인기 탐방로로 꼽힌다. 등산 후 허기를 달래려는 탐방객과 피서철 보양음식을 먹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면서 백숙, 파전, 도토리묵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원효계곡 일대는 1972년 도립공원 지정 이후 10여년 뒤 재개발사업을 통해 상가 52곳과 주택 2가구가 들어섰다. 그런데 세월지 지날수록 증심사지구와 함께 국립공원 내 계곡을 따라 형성된 원효사 상가지구로 인해 자연경관을 해치고 오·폐수 발생으로 환경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커져왔다.

이에 광주시는 2002년부터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증심사지구의 식당을 모두 철거했다. 원효사 상가지구 인근 식당 등도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및 이주 부지 확보 문제 등으로 1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가 2013년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이주작업이 재개됐다.

현재 원효사 상가지구에 위치한 건물들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개시 결정에 따라 소유권이 국립공원공단으로 넘어간 상태다.

광주시와 국립공원공단, 상인 등은 상가 정비사업의 필요성에 공감, 국립공원 부지가 아닌 충효동 757번지 일원 14만3천631㎡에 조성 중인 광주생태문화마을에 상가를 입주키로 합의했다. 이 곳에는 상가를 비롯해 시민광장,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플랫폼, 힐링촌(한옥숙박시설), 경관단지, 공원 등이 들어서는 복합관광단지로 조성된다.

국립공원공단은 오는 11월까지 상인들의 퇴거를 마무리하고 철거공사에 돌입, 올해 중 철거를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주단지 분양가격을 놓고 상인들과 국립공원공단이 이견을 보이는 등 퇴거 진행 상황 및 겨울 날씨 여건 등에 따라 원효계곡 식당 건물 철거 완료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공단이 퇴거 요청을 본격화하면서 상인들과 영업권 보상과 이주단지 분양 공급가격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무등산 생태계 복원이라는 공공의 가치, 사회적 가치를 위해 '대승적 결정'을 내린 상인들에게 심적으로나마 위로를 보낸다. 광주시와 국립공원공단은 하루아침에 오랜 기간 이어온 생계 터전을 잃게 되는 상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상과 분양가 협의를 현실에 맞게 잘 협의하기를 바란다.

생태복원을 거쳐 자원의 모습으로 되돌린다는 대명제의 실현을 위해 무등산 원효계곡 평상에 모여 앉아 백숙에 도토리묵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말복이 낀 광복절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원효계곡을 찾아 마지막으로 백숙과 도토리묵을 시켜 먹어야겠다. 류성훈 취재2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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