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盧 '문화수도'와 尹 '복합쇼핑몰' ··· 박광태, 그리고 강기정의 길

@유지호 입력 2022.07.20. 17:19


광주 '문화수도'의 기획·연출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대선 후보였던 2002년 12월 14일 발표한 깜짝 공약이 불을 댕겼다. 당시 정치부 기자로서 광주공원 유세 현장을 취재했었다. "예향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그의 연설에 '뜬금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선 막판 위기의 순간이었다. '충청도 행정수도론'은 뜨거운 감자였다. 야당은 지역감정 군불을 떼면서 선거 쟁점화 했다. '수도권 공동화와 지역 역차별'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다. 도시 맞춤형 브랜드를 내세운 수도 건설 공약으로 맞받았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다.

광주는 꿈에 부풀었다. 민주당 경선 당시 부산 출신인 노무현을 밀었던 '노풍(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였다. 낙후도시의 대명사로 불렸던 광주가 '문화로 밥을 먹고 사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집권 여당 후보의 약속에 열광했다. 참여정부 출범 전부터 공약 이행 요구가 분출했다. 광주를 바꿀 국가 주도 프로젝트에 대한 스펙트럼은 개개인의 가치관 만큼이나 다양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백가쟁명식 문화도시 논의가 시작됐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내재됐던 갈등·대립의 씨앗이 싹 튼 것도 이 무렵이다.

이해관계에 갈등·대립 씨앗 싹 터

공약에는 돈이 들어간다.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을 위해선 정부 예산과 조직, 이를 법률·행정적으로 뒷받침 할 제도 개선(특별법 등)도 뒤따른다. 정책적 디테일이 부족한 공약은 태생적으로 모호성을 잉태한다. 문화수도가 그랬다. "노 후보가 광주에 왔는데, 차 안에서 '무슨 공약하면 좋겠냐'고 묻더라. 기왕에 충청과 서울은 발표했으니 광주는 문화수도로 합시다." 당시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이었던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후일담이다. 그 날 오전 KTX로 내려온 노무현은 마중나온 강운태의 아이디어에 맞장구쳤다고 한다. 광주 비엔날레 이야기를 꺼내면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와 광주시는 사안마다 대립했다. 문화수도에 대한 성격 규정과 어프로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문화수도와 문화중심도시 논쟁이 대표적.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중심도시'라고 했다. 또한 경주·전주·공주 등을 역사·전통문화도시로 선정했다. 곳간을 닫아야 하는 정부와 더 많은 예산을 타내야 하는 광주가 끊임없이 부딪치는 과정에서다. 이후에도,문화전당 부지 선정과 건축 설계에 따른 랜드마크 논란, 별관 철거 등을 둘러싼 공방으로 확전했다.

정부는 사업 초기, 미술관 건립을 통한 도시 재생 쪽에 방점을 뒀다. 예산 규모·배분의 우선 순위와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 등을 들었다. 건물 자체가 명물이 된 파리의 퐁피두센터 모델이 등장한 이유다. 반면 광주는 문화 관련 산업과 SOC·인프라 개선을 통해 도시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문화를 도시발전과 연계하는 7대문화권 조성과 핵심 인프라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이 그 결과물이다. 2023년까지 투입되는 예산만 4조8천억 원에 달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였다.

순탄치 만은 않았다. 광주시는 공약 현실화에 사활을 걸었다. 낙후된 지역 발전과 시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회, 기재부·문체부 등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디테일도 꼼꼼하게 챙겼다. 한 공무원은 "중앙 부처에 찾아가면 (대통령) 말 한마디를 가지고 사업 규모와 예산을 너무 키운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고 퉁을 놓곤 했다"고 했다. 박광태 시장은 위증혐의로 고발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문화수도 공약이 핵심 쟁점이 된 2005년 9월 광주시 국감장에서다.

대통령의 공약엔 광주 미래 담겨

20년 전 기억을 소환한 건 '반복되는 역사의 기시감' 때문이다. 최근 전국적 이슈가 된 복합쇼핑몰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광주시는 '국가 지원형'을 얹었다. 지난 18일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예산정책협의회 과정에서다. 쇼핑몰과 연계되는 교통망 개선 비용 등으로 9천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복합쇼핑몰을 도시 발전과 연계하는 구조다.

가시밭길을 예고한다. 당장 국민의힘은 난색을 표했다. 레퍼토리는 문화수도 때와 같다. 대규모 예산 투입에 따른 사업 타당성 검토(예타)와 다른 지역과 형평성 고려 등이 이유다. 지역 사회 내 반대 여론도 부담이다. 우선, 중소상공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같은 광주시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트램·도로 등 도시철도와 연결도로 건설 등의 명목으로 6천억 원을 요청한 것도 타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부족한 공감대와 복잡한 법적·행정적 절차에 따른 사업 지연 우려가 나오면서다.

공약은 도시 발전 전략 중 하나다. 특히 정책·예산의 우선 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광주가 수 천억에서 수 조원 대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20년 전, 문화수도 공약에 명운을 건 이유다. '맨땅에 헤딩' 하듯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면서도 디테일을 챙겼다. 공약 실현을 위해서였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벌었지만, 대통령의 공약엔 광주의 미래가 담겼다. 쇼핑몰이 헛된 약속인 '공약(空約)'에 그칠 지, 아니면 지역 발전의 호기가 될 지는 문화수도의 교훈을 어떻게 활용 하느냐에 달렸다. 민선 8기 강기정호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무등칼럼 주요뉴스
댓글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