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반환점 앞둔 21대 국회, 지역 의원님들은 어디에...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입력 2022.05.04. 15:41

얼마 전인가, 경기도 광주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광주(光州) 때문에 광주(廣州) 사는 것이 부끄럽다'는 참담한 읍소를 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핀잔에, 국회의원들 얘기를 꺼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입법,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처리의 도마 위에 섰던 국회의원 두 명이 모두 광주 지역구 출신이어서 보기 민망했다는 얘기다. '꼼수 사보임', '위장 탈당' 등 숱한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국회의원들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대체적인 심상이다. 각자가 헌법기관이자,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30일이면 21대 국회가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디쯤에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을 당시,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들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전체 18석을 민주당이 모두 석권한 압승의 산물이었다. 광주·전남에서 특정 정당이 모든 의석을 석권한 것은 지난 14대 총선 이후 24년 만의 일이었다. 그것도 현역 물갈이율이 역대 최대인 83.3%(15석)에 달했고 교체된 국회의원 중에 13명(72.2%)은 초선이었다. 소위 세력교체와 세대교체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변화와 혁신, 이른바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반면 중량감이 떨어져 호남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직전 국회에서는 박지원, 박주선 등 다선 중진의원들이 떡 버티고 있었고 예산통 장병완 의원 같은 전문가 그룹이 포진해 중앙무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21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경륜이나 선수(選數) 면에서 다소 뒤처지지 않겠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전반기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나름 돋보였다. 지역의 현안 법안이었던 5·18 관련 3법, 아시아문화중심 조성에 관한 특별법, 한전공대 특별법, 여순사건 특별법 등이 국회의원들의 원팀 노력 끝에 결실을 맺었다. 그것도 야당의 집요한 발목잡기 속에 이뤄낸 의정성과여서 의미를 더했다. 입법발의 건수나 국회 출석률도 양호했다. 임기 1년간 법안발의 건수가 광주 국회의원 1인당 평균 47건에 육박했을 정도다. 본회의 출석률도 코로나19 자가격리나 불가피한 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에 가까웠다. 올해 들어 66%대를 기록한 의원도 있지만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에 충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정치력이다. 21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에게 거는 기대 중에 하나가 침체된 호남정치 복원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정치를 선보인 것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심하게 말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검수완박' 법안 처리의 격랑 속에 있었던 민형배, 양향자 두 의원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 광주시민의 호들갑이 아니더라도, 광주의 지역구 주민들이라면 한번쯤 거론했던 것이, "왜 하필 광주의 국회의원 두 명이냐"라는 대목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는 '꼼수 사보임', '기획 탈당', '위장 탈당' 등의 비판을 받는 게 국회의원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까지 통으로 간다는 위기감이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 과연 민주화의 성지, 광주 출신 국회의원이 맞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양 의원은 사태 초기 입법독주에 제동을 걸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민주당 복당과 법사위 사보임, 소신발언 등을 놓고 오락가락 했다. 탈당을 결행한 민 의원은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국회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본인은 "수사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냈다"고 항변했지만 지역의 민심은 싸늘하다.

6·1지방선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광주시당·전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각종 꼼수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편법과 꼼수가 판치는 현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두렵다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다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모든 게 그들을 뽑은 유권자들의 몫인 것을.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세간에 떠도는 속설 중에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표현이 있다. 임기 후반기, 지역 국회의원들의 열정과 실력을 기대한다. 다음 총선은 2년 후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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