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우리의 선택, 그리고 미래

@박석호 입력 2022.04.13. 16:04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당을 보고 투표하기도 하고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보기도 한다. 비이성적이지만 개인적인 호불호, 친소관계 등 관계적 특성에 따라 행사하기도 한다. 예컨대 후보자와 안면이 있거나 경력과 스펙, 외모는 물론이고 혈연, 지연, 성씨가 같거나 같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기준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든 유권자의 선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 기준에 정당은 절대적이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에 맞게 민주당 공천권을 따낸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6·1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공천을 따내기 위한 후보자들 간 혈투가 흑색 비방과 각종 의혹 제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에 줄을 서는 후진적인 정치문화도 여전하다. 당연히 공약과 정책 대결은 없고, 대민 접촉도 뒷전이다. 사람 보다 정당 중심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한 일꾼들도 경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것을 빈번히 봤다.

'대선 패배'라는 국민들의 채찍질을 맞은 민주당.

하지만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항상 그래왔듯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급조해 만들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 언론과 지역민들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고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공천 과정에 대해 지적을 해도 무시한다.

왜일까? 막상 투표장에 가면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광주·전남을 '민주당의 뿌리'라고 외치면서도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픈 곳을 헤아려주는 공약과 정책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복합쇼핑몰 등 지역현안과 이슈를 선점했다. 보수정당 후보가 광주에서 사상 최고 득표율을 올렸지만, 지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보수정권 출범을 앞두고 지역민들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인수위원회와 내각 구성에서 지역 출신이 철저히 배제된 것을 보면서 걱정부터 앞선다. 역대 보수정권 때 마다 되풀이되는 지역차별과 지역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앙부처에서는 벌써부터 '전국에서 가장 적은 표를 준 광주·전남에 윤석열 정부가 무슨 빚이 있다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겠냐'는 핀잔까지 듣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우선, 민주당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바꾸어야 한다. 공천과정에서 당원과 유권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고, 본 선거에서도 정당만 보지 말고 인물과 정책으로 후보자를 평가해야 한다. 지난 4년간의 실적과 의정활동 등 후보자의 능력을 꼼꼼히 살펴보자.

다른 정당과 후보들도 관심을 갖자. 하나의 정치세력이 지방권력을 독점한다면 어떻게 될까?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지방권력 독점의 틀을 깨고 다양성을 만들어야 한다. 또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다. 지방자치의 목적은 분권과 자치 확립이라 할 수 있고 그 출발은 선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당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 참일꾼을 뽑는 선거이다.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행정인과 지방의원을 선택하는 선거다. 우리의 선택은 그냥 선택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신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 선택의 결과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규정하기도 한다. 미래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박석호 취재1본부장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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