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대권 잠용(潛龍)들의 각축장···광주 꿈 꾸게 할 차세대 리더는

@유지호 입력 2022.03.23. 16:11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도시가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올림픽·아시안게임, 국제 포럼 등 주요 스포츠·이벤트엔 국가 대신 도시 이름이 붙는다. 다른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다. 도시는 진화한다. 선거는 주요 동력 중 하나. 해묵은 현안 해결과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서다. 노무현의 '문화수도', 문재인의 '한전공대' 등이 대표적이다.

'3·9 대선'은 광주엔 특별했다. 지난달 윤석열 당선인이 '복합쇼핑몰 건립' 약속을 하면서다.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에서 한 도시의 쇼핑몰 건립 여부가 전국적 이슈가 됐다는 점은 논외로 하자. 정치적 이해 득실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건 시민들의 반응이다. '광주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 온라인 커뮤니티가 찬·반 양론으로 들끓었다.

대표 브랜드된 민주·인권의 가치

도시는 다양한 얼굴로 다가온다. "도시는 확실히 책을 닮았다. 건물은 글자, 도로는 구절, 마을은 단락, 공원은 삽화에 비유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이를 통해 인간의 현재와 과거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중국의 건축가 장친난이 쓴 '도시를 읽다'의 한 구절. 복잡한 관계망으로 얽혀 있는 도시는 혼합 구조를 갖췄으며, 그들만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매력은 호감도·만족도를 높인다. 도시 이미지·브랜드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광객 유치 뿐만 아니라 경쟁력 향상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뉴욕(금융과 패션)과 파리(로맨스), 밀라노(스타일), 부다페스트(스포츠 관광) 등 세계적 도시들은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고유 이미지를 구축했다.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성, 미래 비전·가치 등이 핵심이다.

민주·인권은 광주의 대표 브랜드다. 5·18 민주화 운동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떼어 놓을 수 없다. 5·18은 국가폭력에서 기인했다. 나라 지키는 군인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쐈다. 행정·경찰 등 지방 권력이 정권 편에서 움직였다. '북한 개입설' '간첩·폭도 매도' 등 공권력에 의한 역사 왜곡과 사이버 폭력은 진행형이다. 80∼90년대 광주는 고립됐다. 진상 규명과 전국화·세계화는 최대 숙원이었다.

YS·DJ 정부의 재평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YS는 역사바로세우기 명분으로 5·18 특별법을 제정, 전두환·노태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5·18 배후로 지목돼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DJ는 20주년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했다. DJ는 "인간 존엄성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가 더욱 확고히 지켜지고 발전돼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5·18 특별법 제정과 인권법·인권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당시 사건기자로서 현장을 취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5·18은 문화수도의 이념적 토대가 된다. 2002년 12월 '문화로 밥을 먹고, 돈을 벌 수 있는 도시'를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다.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핵심 인프라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옛 전남도청과 그 주변 터에 들어선 이유다. 옛 도청은 5·18 최후 항쟁지다. 정부와 광주시는 전당을 중심 축으로 문화를 도시 발전과 연계하는 7대 문화권(이후 5대 문화권 수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광주 브랜드와 경쟁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런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민주·인권의 가치는 역사의 숙명처럼 광주에 스며들었다. 이후 참여정부는 예향의 문화를 통해 광주를 업그레이드 했다. 도시는 다양한 목적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광주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

"직업 상 전국단위 커뮤니티가 있는데, 전라도 홍어X, 7시, 여권준비 등 고향을 무시하는 발언들을 참 많이 듣네요. 내 자식들이 광주에 남아 벌어먹고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람 뿐. 광주에 먹을거리·일거리가 없어 서울로 보내고 싶지는 않네요…."

복합쇼핑몰 이슈가 불거졌을 때 사랑방 커뮤니티엔 광주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랐다. 전남대를 졸업했다는 한 50대 가장은 "경기도 재수학원에서 대구·서울쪽 아이들과 한방을 쓰는 아들이 '광주에 무엇이 좋냐'라는 친구 물음에 아무 말도 못했다"며 "나부터 바뀌겠다"고 했다. 과거와 차별화 된 광주를 꿈꾸는 시민들의 반응은 예년과 달랐다. "광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우선 선택하겠다." 결론은 선거로 귀결됐다.

저명한 도시 경제학자·도시계획 전문가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저서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만드는 존재는 사람들이며, 창조적 계급의 사람들이 모이는 매력 있는 도시의 가치"를 주창했다. 창조 계급은 도시에 살며 경제·사회·문화적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우리네 '장삼이사'들이다. 나와 가족, 동료, 이웃들의 변화와 적극적 참여가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 광주엔 민주·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들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에 맞는 '6·1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 권력은 도시의 운영 주체다. '광주다움' 이미지와 실체를 만드는 일은 상상력이 필요한 고차 방정식이다. 광주가 꿈꾸는 미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적임자인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광역단체장들이 대권 주자가 되는 시대. 광주의 꿈,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 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리더·지도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리더는 도시를, 도시는 리더를 키운다.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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