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이번에는 꼭 국민통합을!

@박지경 입력 2022.03.16. 19:06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인사를 통해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이 자신을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해석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대선 전에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네거티브로 진행되면서 대선이 끝나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 사회에 갈등이 더욱 확산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평생을 검사로 살았던 만큼 대선 이후 갈등을 잠재우기는 커녕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윤 당선인이 당선 첫 일성으로 '통합'을 꼽았으니 갈등 조장 우려가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첫 일성이 통합이었다고 국민통합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천하지 않은 대통령의 선언적 통합은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중략)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중략)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 5년여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일부다. 당시 문 대통령은 '통합과 공존'을 이처럼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사회통합을 통한 경제발전을 키워드로 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또 5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선 전후 지속적으로 '국민대통합'과 '화해'를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통합위원회, 박근혜 정부는 사회통합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고 사회의 갈등 치유에 공을 들이려는 시늉(?)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직전에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보수·진보를 뛰어넘은 통합정부를 구성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5년여 동안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호남과 영남,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이념, 세대, 계층, 젠더로 나뉘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현대사회의 일반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역대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국민통합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통합은 간 데 없고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독주만 가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혹은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편협한 인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등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던 현안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이어 보수정권의 바통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영남 편중 인사,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발행,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했다.

이어 촛불혁명 여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통합과 공존'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역시나'에 그쳤다. 오히려 국민 분열을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제기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국민 전체를 갈라놓았으며 야당과의 협치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또 호남인재 등용에 신경을 써서 호남에서의 지역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했는지 몰라도 전체적인 사회통합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같은 진영 내에서도 '성·진골 논란'이 일 정도로 극단적인 편가르기 인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대통령들이 통합에 대한 초심을 잃고 실천에 나서지 못한 때문이다.

법륜스님과 윤여준·임동원 전 장관 등 사회원로 20명은 대선 직전인 지난 1일 차기 정부를 향해 '통합내각 구성, 개헌 추진'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제발 이같은 원로들의 고견에 귀를 기울여 임기 내내 '국민통합'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지고, 계층간에 대립하고, 세대간에 갈등해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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