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뒤틀린 정체성 정치, 분열의 장막을 거둬라

@조덕진 입력 2022.01.26. 17:25

참담하다. 제1야당이 표 좀 얻겠다고 철학도 논리도 없이 국민을 갈라치기한다.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후보가 2030 남성을 겨냥해 막가파식 매표에 구걸 난장이다. 거두절미하고 이들에게 응답하는 2030이 아프다. 조장된 희생양, 분열의 칼춤, 서늘하다. 설령 여성들이 이 사회서 '불법적'으로 기득권을 누렸거나, 사회적 폐해의 주범이었더라도 사회 주요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공당이 이토록 저급하게 굴어서는 안될 일이다. 사회가 분열이 되건말건, 사회적 기회비용이 어찌되든, 알 바 아니라는 행태다.

약탈적 매표는 사회분열 함정

별반 여성정책 하나 없던 윤 후보가 뜬금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자 짜리 공약을 내걸었다. 가타부타 설명 한마디 없다. 닥치고 폐지다. 이 괴상한 공약에 2030이 반응했다. 지지율을 올렸다. 덧붙이자면 2030의 이준석 열광, 기괴하다. 우리사회 청년들은 소위 'N포'세대다. 일자리나 주거는커녕, 결혼과 친구와 꿈 등 세상 모든 것을 무한 포기토록 내몰린다. 21세기에 등장한 슬픈 취약계층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특별히 무능한가. 이들의 유능과 무능은 온전히 부모찬스에 달렸다. 출생 직후부터 부모 경제력으로 계급이 갈린다. 차별화된 교육은 사회진입 통로를 나누고, 보통의 청년들은 N포세대의 나락으로 떠밀린다. 그런 그들이 좋은 부모 만나 선택받은 교육에, 소위 아빠찬스로 박근혜에 발탁돼 청치판에 혜성처럼 진입한 이준석에 열광한다. 대리만족일수도 있고, 이어도 좋다. 역량있는 멋진 사람에 대한 호감은 일면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 상처입은 청년세대의 분노를 확대재생산해 표팔이를 하는 여의도 공학자, 30대 당대표다. 가상의 적, 왜곡된 증오와 분노 이용하는 정치인이라니. 결코 젊지도, 신선하지도, 미래적이지도 않다.

더 끔찍한 것은 이 '만들어진' 적의 실체다. 나보다 더 약해보이는 대상을 희생양 삼은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한다. 미안하지만 과거 흉악범들이 입으로는 사회구조를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공격했던 것과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른지 살펴야한다.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설상가상, 이 불행의 굿판에 춤추는 자 누구인가.

연장선에서 이준석의 '능력주의'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자녀 학습능력의 상관관계는 이미 수많은 연구가 입증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실력' 혹은 '능력주의'(대부분 학벌주의다)는 사실 옳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이 세계적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논증이다. 샌델은 (학벌위주의) 능력주의가 과도하게 중시되는 풍토를 '폭정'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젊은 당대표는 '선점한 능력'을 공정인양 되뇌이며 '다양성'의 진입장벽을 뭉개버린다.

2030 세대와 이준석의 이 기묘한 동거라니. 기시감이 든다. 미국 최상류 수퍼리치 트럼프와 그를 지지했던 백인노동자. 가난한 백인노동자와 우리사회 N포세대는 무엇이 다르고 어느 지점이 같은 것일까. 사족을 더하자면 이후 미국사회의 유색인종과 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하한에 그들의 아픈 마음을 읽지 못한 사회, 이헌령비헌령으로 자신들 잇속 챙기기에 악용하는 자, 모두 청년세대의 적에 다름 아니다.

청년세대의 절망과 사회 구조적 장벽에 대한 분노를 어찌 다 말로 설명하겠는가. 다만 그 분노의 대상이 같은 처지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 2030의 불안한 사회적 위치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무한 위험지대다. 게다가 이 사회 여성의 처지는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다. 한 예만 보더라도, 한국 남녀 임금격차는 OECD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만년 1위다. 교제살인이나 가정폭력과 살인, 성범죄 희생 등등은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갈라치기가 뒤틀리고 조장된 희생양 만들기라는 이유다. 노노갈등도 연상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를

막론하고, 국힘은 거두절미 여가부를 없애겠단다. 헌데 이부처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사회의 보호가 없으면 당장 생명이 위협받는 이들, 우리사회 가장 위태로운 취약계층 보호라는 사실이다. 학대당하는 아이들, 비혼모,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영유아와 청소년 등등... 열거하기도 어렵다. 국힘은 최소한 이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단 한 마디 변명이라도 해야 마땅하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이상. 증오와 분열의 장막을 거둬라. 조덕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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