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공공이익과 기본권

@박지경 입력 2022.01.12. 18:47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가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적용을 1심 판결 전까지 중지시켰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지난달 17일 "청소년 백신접종에 대한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아 검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청소년 백신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해 청소년의 신체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학습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방역패스 대책 취소 소송과 더불어 집행정지 신청을 낸데 대한 판결이었다.

이 같은 판결은 방역패스로 인한 감염예방 필요성보다 진학·취업을 위한 개인의 학습권 침해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백신 미접종자의 학원·독서실 등 이용을 제한해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학원·독서실 방역패스 미적용으로 감염률과 위중증률 등이 현저히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지역사회 감염을 낮추기 위해 방역패스가 불가피하다는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결정이다.

이처럼 공공 이익과 개인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는 많다.

청소년 보호앱도 기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 경우다. 이동통신 3사는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과 게임 중독 예방 등을 위한 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청소년 안심팩', KT의 '올레 자녀폰안심',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자녀폰 지킴이' 등이 대표적이다. 서비스 가입 대상은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다. 보호자가 서비스에 가입한 뒤 부모용과 청소년용 앱을 각각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호자에게 통보된다. 앱을 설치한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유해 사이트나 앱에 접속할 경우 접속이 자동 차단되고, 전체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제한된다. 보호자는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현재 위치 정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앱은 청소년들로부터 '과잉보호를 넘어선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도 여전히 기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수사기관은 '수사 관행'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은 그동안 통신자료 조회를 수사에 광범위하게 활용해 왔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제공되는 것은 사건 관계자의 통신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 가입 정보 등이다.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지만, 영장 등 사법통제 절차가 없다보니 광범위한 수집이 이뤄질 경우 기본권 침해 논란이 뒤따른 것이다.

메신저 및 동영상 사전 검열 논란을 빚고 있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렀다. n번방 사건 때 분노한 여론을 타고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준의 모호함은 물론 헌법 제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학교의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치도 기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조치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봤으나 일선 학교는 현장을 모르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특히 다른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공공 이익에 반하는 것이어서 조치가 타당하다고 봤다.

또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공공기관'에 포함해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을 적용하는 게 언론·사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낙태 처벌법, 심야집회 금지법, 법인약국 금지법 등은 국민 기본권 침해로 위헌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도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례다.

이 외에도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과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임대차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기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법안이다.

이처럼 각종 규제나 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는 많다. 물론 시행 기관은 공공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공 이익과 개인 기본권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법은 최소한의 규제여야 한다. 도덕이나 관습이 지배하는 게 좋은 사회이지 모든 것을 법률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법 적용을 하는 집단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모든 것을 법률로써 규정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나타나고 있지만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최소한의 제제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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