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광주'라는 브랜드, 경쟁력은 어디서 발원하는가

@조덕진 입력 2021.10.13. 18:42

여기 한 독특한 집안이 있다. 이 집안 소유 기업이 이 나라 GDP의 30%,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 40%를 차지한다. 심지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소위 '아름답고 훌륭한 모순', '스웨덴 패러독스'로 꼽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이야기다. 이 가문 기업들은 85%를 법인세로 내는 등 공익법인을 통해 철저하게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 이같은 공익 기부를 무려 100년이나 해왔다. 가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스웨덴 패러독스'와 광주

스웨덴의 살아있는 전설 발렌베리재단이 설립한 세계적 인권 연구소가 라울발렌베리 인권연구소다. 이 가문의 전설적 인물 라울 발렌베리의 인권활동을 기리기 위해 스웨덴 룬드대학에 세워졌다. 라울 발렌베리는 이 가문 자손으로 2차 대전 때 헝가리 부다페스트 주재 스웨덴 대사관 참사관으로 수많은 유대인들을 구했다가 소련에 살해된, 이 가문의 또 하나의 전설이다. 전세계에 8개의 지부를 두고 있는 연구소는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과 권위를 자랑한다.

이 인권연구소가 광주시민들과 3년여를 함께 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광주시 세계인권도시포럼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다. 라울발렌베리연구소의 동행은 국제사회의 인권도시 '광주'에 대한 관심을 입증한다.

'지역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올해로 11회를 맞은 광주 인권포럼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번 포럼은 도시 경쟁력, 브랜드 가치를 여실히 증명했다. 올 포럼에 UN사무총장이 처음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46개 국제기구와 협력기관, 세계적 인권도시인 캐나다 몬트리올,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120여개 도시가 참여해 포럼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했다. 역대 최대다.

규모의 차원을 넘어선다. 중요한 사실은 국제사회 주요 기관들이 '광주'에 관심을 갖고 먼저 참여를 타진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권도시 광주'의 위상, '광주'라는 브랜드 가치의 반영이다. 라울발렌베리연구소와 인연도 이들이 광주인권포럼을 자비로 찾아오며 시작됐다. 유네스코 역시 광주를 찾아 아태지역 차별반대도시 연합(UNESCO-APCAD)의장도시, 전세계에 7개 지부를 두고 있는 '유네스코 포용 및 지속가능도시 국제연합(ICCAR) 의장도시를 제안했다. 광주가 두 국제기구 의장도시를 맡은 배경이다.

이번 포럼에서 세계 1300여개 도시가 가입한 세계지방정부연합의 사회통합·참여민주주의 인권위원회(UCLG-CISDP) 주관 회의에 포럼 최초로 유네스코와 '아티스트 섹션'을 마련, 세계 예술인들의 시선으로 인권을 논해 '예술도시'광주의 메시지를 전파하기도 했다.

인권도시 포럼의 면면은 국제사회에서 '광주'를 재 위치 시킨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힘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가. 여기에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사회 인권 네트워크를 다져온 주관기관 '광주국제교류센터(소장 신경구)'가 자리한다. 광주시 인권교류정책자문관이기도 한 전 전남대 영문과 교수 신경구 소장이 실무를 총괄하며 그간 다져온 국제사회 네트워크의 힘이다. 초기만 해도 서울이나 해외인사를 통해 국제기구에 연결해야 했던 광주는 언제부터인가 국제사회로부터 초대와 요청을 받는 수준에 올라섰다. 자체 네트워크의 힘이다.

실재로 국제기구로부터 다양한 요청을 받고 있다. '광주'의 국제행사 참여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엔 뉘른베르크 인권국장이 세계적 인권상 '뉘른베르크 인권상' 심사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이 곳 심사위원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세계적 명사들이 참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광주'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광주 인권포럼의 국제사회 지평은 이처럼 주관기관의 전문성과 역량에 기반한다. 광주국제교류센터가 다져온 네트워크가 그 자체로 광주의 자산, 광주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광주인권포럼의 성공적 운영사례는 광주의 여타 국제행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에서 '국제' 혹은 '세계'라는 이름을 달고 추진하는 각종 행사들의 대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화행사의 브랜드화는

26년 역사의 광주비엔날레, 매회 감독의 개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관과 인사 초청이 이뤄진다. 광주비엔날레만의 독자적인 네트워크는 전무한 것이 현 실정이다. 광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 정책포럼, 아시아문화포럼도 국제사회에 '광주'를 알리고 함께 하겠다는 취지의 행사들이다. 비단 국제행사만의, 공공기관만의 문제일까.10년이 넘은 '국제광주아트페어'를 비롯해 프린지 페스티벌, 예술의거리, 대인 예술시장 프로젝트 등 전국화 세계화를 꿈꾸는 행사들이 연례행사로 전개된다.

이들 지역의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지역의 자산으로, 브랜드로 경쟁력으로 키워가기 위한 현 단계의 점검이 절실하다. 조덕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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