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대선 초반, 지역 민심의 의미 있는 변화

@김종석 상무이사 겸 마케팅 사업본부장 입력 2021.07.29. 01:19

나라 안으로 찜통더위가 기승이다. 나라 밖에서도 물난리와 폭염에 아우성이다. 여기다 코로나19는 '델타변이'에 '돌파감염'이란 새로운 용어까지 나오며 2년째 기승이다. 전문가들은 인류는 앞으로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란다. 암담하고 우울하다. 국내 정치상황은 짜증을 더욱 부채질 한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영으로 나눠져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유력한 대선 독주자 없이 너도나도 대선 출마를 선언, 여야 후보군이 무려 20여 명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국가 운영 비전이나 철학은 부재하고 상대편을 깎아내리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야권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망하게 한 것처럼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내뱉는다. 여권 후보들 또한 '적통'과 '지역주의' 등 철 지난 논쟁을 부활시켜 상대를 공격한다. 유권자들에게 주체적으로 후보를 결정해 달라는 게 아니라 '내편 아니면 적'이라고 윽박지르는 형국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코로나와 무더위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후보자 간 네거티브를 막 쏟아내고 있으니, 그래서 더 암담하고 우울하다.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후보난립, 정책 없고 네거티브만 난무

아무리 짜증나는 형국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매의 눈으로 판을 읽어야 한다. 먼저 대선 초반 여론조사를 통해 본 여야 큰 구도다. 현재까지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가 재집권을 바라는 유권자 보다 더 많다(지난 7월 14일 SBS 여론조사, 정권 재창출 40.4%, 정권교체 51.1% 참고). 현재 여야 양자대결 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유력하다. 하지만 제3지대 후보 출마로 야권이 분열될 경우, 여권으로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야권의 전체 세력을 아우르는 '비빔밥 경선'을 내세우는 것도 이러한 선거 초반 판세에 연유한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7월 현재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보합,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하락, 이낙연 전 대표 상승, 최재형 전 감사원장 부상으로 대별된다(지난 7월 19일 jtbc 여론조사 보도 참고).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 이재명의 '바지 발언'을 포함한 성급·불안 이미지가 부각된 반면, 이낙연 전 대표의 안정감이 상대적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야권 유력 주자 윤 전 총장은 '처가 리스크'와 '주 120시간 노동', '대구 외 지역 민란' 등 발언으로 '준비가 덜 된' 후보 이미지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최 전 감사원장은 대권 선언 후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보호막 안에서 선거운동을 펼치며 상대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 모두 '배신한 공직자'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다.

다시 광주·전남지역 민심으로 좁혀보면, 이 지사 약보합, 이 전 대표 약진, 윤 전 총장 부상, 최재형 미흡으로 읽혀진다 (이하 본보 지난 7월 20일자 광주·전남 정치·현안 여론조사 참고). 이 전 총리(선호도 39.1%)는 광주·전남 모두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이 지사(30.2%)에 앞섰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시절 부동의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자만에 취해서였을까? '이명박·박근혜 사면 건의'라는 덫에 걸려 전국 지지율이 10% 미만까지 빠지는 등 추락했다. 이후 광주지역에서도 이 전 지사에 밀렸다. 하지만 이번 여론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광주에서(26.0%대 30.4%에서 34.7%대 30.1%로) 역전에 성공했다. 당내 예비경선과정에서 이 지사의 '바지 발언', 상대적 안정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선호도 8.8%의 지지로 민주당 텃밭에서 3위로 부상했다.

이념 보다 실용주의 정책 논쟁 요구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역대 대선 과정에서 진보진영의 표심을 리드했다. 권리 당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많아 호남 향우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의 표심까지 견인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무등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내년 대선에서 진보-보수의 이념보다 실용적 선택을 할 개연성이 많음을 보여준다, 즉 광주지역 유권자들의 이념성향(총 응답자 816명)은 진보(315명)-보수(97명) 50.4%와 중도(308명)-잘 모름(96명) 49.6%로 팽팽하다. 결국 광주시민의 절반가량이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스윙보터(swing voter)로서 지역현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실용주의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현재 민주당 유력 주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적통 논란'이나 '지역주의 논쟁'은 더 이상 지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표심의 변화다. 결국 광주·전남 유권자는 국민의 삶을 위한 후보 진영 간 정책승부를 원하고 있다. 후보의 정치적 식견과 리더십,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 중심의 대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초반 각 후보 진영이 읽어야 할 표심이다. 각 후보 진영이 광주·전남 표심을 어떻게 해석하고 선거 전략을 마련하느냐가 민주당 경선은 물론, 내년 대선 전국 판에도 주도권을 장악 할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김종석 상무이사/마케팅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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