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코로나19와 도쿄올림픽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1.06.30. 16:45

굴렁쇠 소년, 노태우, 사마란치, 칼 루이스…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하계올림픽과 관련해 떠오르는 사람이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 때 굴렁쇠를 굴리고 잔디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소년의 퍼포먼스는 전 세계에 한국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켜 줬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을 선언했으며 그 옆에는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서 있었다.

미국 육상 선수 칼 루이스는 100m에서 우승하며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 열렸지만 88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 등 총 33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4위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는데도 말이다. 흐릿한 기억의 이유는 알 길이 없다.

우선은 30년 이상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머릿속 기억 세포의 저장 능력이 떨어진 면도 간과할 수 없다. 나이 들면서 기억 세포의 쇠퇴는 자연 현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보다는 당시 시대상황 탓이 크다.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이 선수들의 아름다운 경기 모습과 올림픽 추억을 보관하고 유지하는 것을 가로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988년은 대학 2학년으로 학창 시절의 황금기였는데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아리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동문 선배의 부탁에 따라 동아리연합회 홍보 분야를 맡았다. 매일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동아리 지원과 연간 사업 진행에 몰두했다. 행사 기획에서부터 대외 섭외, 홍보활동, 진행 상황까지 꼼꼼히 챙기느라 하루 일정이 빠듯했다.

총학생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교내 집회 및 시위 준비로 날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7년간의 전두환 정권이후 6·10민주화운동의 성과인 대통령 직선제 선거가 1987년 12월 치러졌다. 국민들 성원에도 불구하고 야권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여당 후보 노태우가 당선됐다.

군사정권 시즌2 라고 인식한 대학생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갔고 캠퍼스는 경찰과의 싸움터로 변질됐다.

더욱 올림픽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은 연극 때문이었다. 학과 내 연극반에서 활동하면서 7∼8월 두 달 동안의 방학 시간을 이용해 연극 연습에 전념하고 9월 초에 무대에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올림픽 개최 시기와 겹쳤다.

서울올림픽이 언제 개막하고 어떻게 폐막했는지 몰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서울올림픽 보다 또렷이 기억에 남는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대회다. 야구대표팀이 9전 전승으로 사상 첫 야구 금메달을 획득한 장면이 강렬히 남아있다. 예선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을 꺾었던 대표팀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도 예선에서 한 번,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 2번 모두 승리하며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결승에서는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만나 3-2로 잠재우고 첫 금을 수확했다.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은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했고 마음속 자긍심을 높여줬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태극 전사들이 숙적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축구 동메달을 획득했던 장면도 뇌리 속에 남아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을 연기했던 제32회 도쿄올림픽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우여곡절 끝에 개최하기로 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두려움이 팽배하다.

변종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어서다. 감염력이 높은 인도발 변이(델타)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일본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에도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 최대 1만명 이내의 관중을 받기로 최종 결정해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들 중 일부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 부작용이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선수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개별 선수 몫이다.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악의 경우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잔치마당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9일 3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대회 미디어 데이를 갖고 국민들에게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29일까지 25개 종목, 92개 세부 경기에서 199명의 선수들이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고 메달 획득을 꿈꾸며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7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광주·전남 출신 임원과 선수 45명도 올림픽 호에 승선한다. 건강하고 정정당당하게 겨뤄 별의 순간을 잡길 간절히 바란다. 양기생 취재4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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