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벚꽃 피는 순으로 문을 닫는다는데

@김종석 상무이사 겸 마케팅 사업본부장 입력 2021.05.26. 12:55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대학과 관련해 '벚꽃 피는 순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곧 '벚꽃 엔딩'은 우리나라 대학,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따른 대학의 신입생 부족이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0년 3월 나주 남평읍에 위치해 있던 광주예술대학 폐교를 취재한 바 있다. 그때는 입학생이 남아돌아 대학 문만 열면 신입생이 저절로 충원됐던 시절이다. 당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심층취재에 들어갔다. 폐교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불투명한 재단 운영에 따른 학내 분규 때문이었고, 게다가 학교가 도시와 멀리 떨어져 신입생이 오지 않아서였다. 이때 이미 10~20년 뒤 학령인구의 감소로 지방대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 통계가 나와 있었다. 건전한 재단운영, 백화점식 학과 신입생 모집보다는 대학 간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미래형 학과 신설, 유사학과 통폐합을 통한 몸집 줄이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립 전남대학교마저 미달사태

하지만 당시 대학들은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외국인 정원 외 모집 등 쉬운 방법으로 불을 끄려했다. 교육부 또한 대학 인허가를 남발하는 등 정원 과잉에 일조했다. 이후 2012년 강진 성화대학교, 2018년 서남대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대학관계자와 당국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들어 국립 전남대학교와 사립 조선대학교가 정원미달 사태를 겪게 되면서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우리는 미국식 대학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가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국공립보다 사립에 고등교육을 의존해 왔다. 반면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은 국공립형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대학 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미국의 유명 대학 출신들은 파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면서 국가와 지역발전에 헌신한다. 부의 일부를 대학이나 사회에 환원하면서 명예를 유지한다. 유럽은 각 지역에 동등한 대학을 두면서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한다. 각 지역대학이 지역 인재 배출의 최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식 경쟁을 도입한 우리의 대학제도 아래서, 먼저 각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를 타개할 자구적 노력을 해왔는가를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대학 간 유사학과가 중첩돼 있고, 소위 잘 나가는 분야(?)는 앞 다투어 학과를 신설했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없앴다. 일부 사립대학 교수들은 서울에 집을 두고 주말이면 상경하는 직장인으로 전락했다, 또 광주·전남발전을 위한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의제(Agenda) 도출보다, 대학 학과 간 '도제식 파벌'이 만연하다. 일부이지만 공정한 경쟁보다 자기사람 심기가 우선이다. 광주시·전남도 산하 일부 기관과 연구소에는 특정대학, 특정인맥의 파벌이 아니고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퇴출 위기의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각 대학의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다음은 지역사회 노력이다. 최근 지역 대학 살리기에 광주시, 시교육청, 대학들이 나섰다. 광주시는 광주대학발전협력단을 발족, 28개 사업에 1천6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겠다는 프로젝트다. 지역의 핵심 성장 분야를 선정하고 인재를 육성한다는 거시적 프로그램과 어느 정도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내년 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 방식이거나, 대학 간 예산 나누기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시민 혈세만 축내는 미봉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지방대학이 몰락하면 지역은 피폐해져

교육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전략'을 발표했다. 부실대학 '3진 아웃제' 도입,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4대 6으로 유지해 지방대의 몰락을 막겠다는 정책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방대학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지역은 아직도 교육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등 대학 퇴출과정에서 지방대학이 상대적 소외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가 공기업 지방이전 등 획기적인 지방분권 정책을 추진하였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아이 낳기 사업'에 200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수도권 집중은 계속됐다. 학령인구를 늘리기 위한 보다 과감한 인구증가 정책, 지방분권 정책이 추진돼야 할 이유다.

수도권 편중을 막고 지역의 대학과 자치단체, 국가 간 선순환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지방이 피폐 해진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그 지역도 함께 몰락한다. 우리는 이미 폐교를 겪은 지역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다. 마치 줄지어 놓은 조각의 하나가 무너지자 계속 넘어지는 도미노와도 같다. 또한 지역이 몰락하면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이 함께 경쟁하면서 성장 동력이 될 때 국가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김종석 상무이사·마케팅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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