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한국판 뉴딜, 지역균형발전이 우선이다

@윤승한 입력 2020.08.05. 18:55

한국판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국가 재건 프로젝트다. 감염병 위기가 초래한 체질 변화 요구에 대응해 우리 경제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를 삼각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투입하고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5년간 100조가 넘는 막대한 국가의 돈을 쏟아붓겠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상황도 정부의 정책결정 골든 타임을 자극했을 것으로 본다.

일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한국판 뉴딜은 지방자치단체들에겐 다시 없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만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는 좀처럼 나오기 어려워서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투자처를 '지역'으로 못박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지자체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 발전의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비의 대부분을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자체들의 사활을 건 뉴딜사업 선점 경쟁이 뜨겁다. 발빠르게 선수를 치고 나선 건 전남도다. 도는 지난달 16일 '블루 이코노미'를 한국판 뉴딜 선점 전략으로 제시했다. 블루 이코노미는 한국판 뉴딜에 앞서 지난해 만들어진 전남판 뉴딜 정책이다. 민선 7기 전남도정의 핵심 비전이자 전남의 새천년 미래전략이다. 공교롭게 방향성과 핵심 사업들이 한국판 뉴딜과 맞아떨어지면서 그동안 지역 비전에 머물러있던 전남의 블루 이코노미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도는 이날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광양항에 로테르담형 스마트 항만 구축, 광양만권 일원 저탄소·지능형 소재·부품 특화단지 육성 계획을 내놨다. '그린 뉴딜' 사업으로는 8.2GW 규모의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도민 9천500명을 대상으로 420억원 규모의 '희망일자리사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광주시도 지난달 21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광주 비전 선포식을 갖고 3대 지역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AI(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뉴딜, 탄소중립(Net-zero) 그린뉴딜, 상생·안전 휴먼뉴딜이 바로 그것이다. 시는 특히 그린 뉴딜을 통해 2045년까지 광주를 에너지 자립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해 주목받았다.

어렵게 마련한 이들 지역판 뉴딜 사업들이 제대로 뿌리만 내릴 수 있으면 코로나 이후 광주·전남의 미래 모습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전제조건은 있다. 우선 이들 사업들이 국가계획과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고민이 있다. 잘 만들어진 비전이나 의욕만 가지고서 될 일이 아니기에 그렇다.

한국판 뉴딜은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 토대를 재편하는데, 그 중심축을 지역에 두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 전략 속에 '지역'만 있을 뿐 '지역균형발전'이란 비전이 빠져있다는 점은 아쉽다.

기대가 큰 만큼 지역사회의 우려도 크다. 치열한 국비 확보전으로 인해 또다시 한국판 뉴딜이 지역간 세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랜 호남권 소외로 박탈감이 심한 광주·전남으로선 썩 달갑지 않은 상황전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지난달 21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균형발전' 뉴딜을 제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판 뉴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아닌 지역균형발전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낙후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다. 그래야 특정 지역 소외란 해묵은 논란은 해소되고 국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성장동력이 자리잡을 수 있다. 지역민들의 시선이 한국판 뉴딜을 움켜쥔 정부의 손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다시 한번 한국판 뉴딜의 '균형발전' 의제에 대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윤승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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