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물가 폭등에 3중고 겪는 자영업자들
소비자물가지수 전년比 5.5% 상승
2008년 4.7% 상승 이후 14년만 '최고치'
국제유가·곡물값 급등…외식물가도 올라
매출 '제자리'…재료값·인건비↑'전전긍긍'
[위기의 지역경제 탈출구는 없나] ③물가 폭등에 3중고 겪는 자영업자들
"물가는 치솟고 매출은 오르질 않고…. 울며 겨자먹기로 백반을 파는 밥집 문을 열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됨에 따라 침체됐던 상권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물가·환율·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등 '3중고'가 지속되면서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초반 반짝 특수를 누린 후 사그라졌고 오히려 물가 폭등으로 또다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23일 한국은행·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5%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4.7% 상승한 이후 14년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단 1년5개월여만에 5%대를 돌파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5.3% 폭등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국제 곡물값 상승에 따른 사료값 인상 여파로 축산물 가격이 12.1%로 큰 폭 상승했다. 재료값이 급등하면서 외식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7.4% 뛰며 외환위기 초기인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식자재 값과 외식물가 상승에 불황 탈출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기대감과 인내심은 사라지고 고통에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젊은이들의 성지인 광주 동구 구시청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초반에만 반짝 올랐을 뿐 그동안의 손실을 메꾸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물가는 물가대로,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오르면서 손에 쥐어지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고 한숨 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을 내보내거나 가족들과 가게 영업을 이어가는 '나 홀로 사장'도 생겨났다.
광주 북구에서 10년째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55)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지면서 월세 낼 돈도 없어 함께 일하던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뒤 남편과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며 "기대만큼 장사도 잘 안 되는데 물가마저 올라 음식값을 올리려 했지만, 그나마 있던 손님들마저 떠날까 무서워 올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손실보전금의 '사각지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손실에 비례한 지원금 지급 등 실질적인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광주 광산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정부가 코로나로 직격탄을 받은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가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지만, 1·2차 방역지원금과 달리 지급 기준이 강화됐다"며 "1억원의 매출을 올리다가 이듬해 10만원 매출이 떨어졌다고 600만원을 지급 받고, 100만원 벌다가 이듬해 10만원 늘었다고 손실보전금을 못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성 광주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초반에만 매출이 증가했을 뿐 업종별로 분석해도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며 "물가상승과 맞물려 지역상생카드 중단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이에 따른 매출 하락은 결국 인건비 부담과 자금난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저금리 대출이나 지원금이다. 특히 정부가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지만, 이전에 지급된 방역지원금과 달리 새로운 지급 기준이 생겨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온전한 손실보상'을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기준 광주지역 내 자영업자는 14만7천명으로 광주시 전체 인구인 143만6천12명의 10.23% 수준이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폭우에 폭염 덮친 채소…식탁 물가 비상등 7일 광주지역 한 대형마트 식품판매점에서 채소류를 고르고 있는 시민의 모습. 한경국기자 긴 장마 뒤 찾아온 폭염에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면서 광주지역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배추, 상추, 무, 대파, 깻잎 등이 모두 일제히 가격이 상승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가 다시 상승할지 주목되고 있다.특히 배추 가격이 최근 눈에 띄게 오르면서 지난해 여름 겪었던 '김치 품귀' 현상이 되풀이될지 우려된다.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1㎏에 2천208원으로 일주일 전인 1천224원 보다 80% 상승했다.평년(1천348원)과 비교해도 63%이상 가격이 올랐고, 김치 품귀현상이 일어났던 지난해 1천968원보다도 높다.최근과 비교하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915원이던 배추 가격이 한달만에 2배 이상 오른 것이다.광주의 경우 특히 더 비싼 편에 속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대 도시 중에서 광주는 서울에 이어 가장 비싸게 공급되고 있다.일주일새 서울은 1천580원에서 2천260원으로 올랐고, 광주는 1천원에서 2천100원으로 증가했다.반면에 부산은 1천60원에서 1천800원, 대구는 925원에서 1천700원, 대전은 858원에서 1천810원으로 각각 상승하는데 그쳤다.배추의 경우는 최근 무름병 등 병해로 인해 산지에서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병해가 확산할 경우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배추에 이어 무, 대파 등 부재료 가격도 같이 올라 걱정이 커지고 있다.무 도매가격은 1㎏당 1천382원으로 일주일 전(877원)과 비교해 57%이상 올랐다. 한달 전(611원)과 비교하면 126%나 증가했고, 고물가에 시달리던 1년 전(1천195원)보다는 15%정도 높다.파 도매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1㎏당 3천62원으로 일주일 전(2천546원)보다 20% 이상 올랐고, 한달 전(1천996원) 과 비교해 56%나 증가했다. 1년 전(2천774원)보다는 10% 비싸다.상대적으로 일찍 가격이 올랐던 상추류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상추 도매가격은 1㎏당 1만3천860원으로 최근 들쭉날쭉한 움직임을 이어가는 중이다. 1개월 전(1만99원)과 비교하면 37% 증가했고, 1년 전(9천601원)과 비교하면 44%증가한 수치다.깻잎도 마찬가지다. 깻잎 도매가격은 1㎏당 2만30원이다. 1개월 전(9천428원)보다 97%이상 급증했고, 1년 전(1만4천224원)과 비교해 39%증가했다.폭염에 이어 다가오는 태풍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등이 농가 피해를 예고하고 있어 농산물 가격이 다시 한번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aT 관계자는 "아직 소매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도매가격이 너무 비싸서 소매상들이 구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이 추세라면 곧 재고량이 떨어져 비싼 도매가격에 채소를 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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