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영우'에서 배우는 매력(魅力)

@김경수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3.01.08. 17:44

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작년 한 해 가장 칭찬하고 싶은 K-콘텐츠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6부작, 이하 우영우)'이다. 그 이유는 2022년 비영어권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2위, '글로벌 톱 10'의 21주라는 대기록과 함께 '킬링 드라마'가 대세인 넷플릭스에서 '힐링 드라마'로 거둔 유일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가득한 미디어 시장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 비결은 '매력'에서 찾을 수 있다.

매력이란 '도깨비 매(魅)' 자에 '힘 력(力)' 자로 '도깨비처럼 알 수 없는 힘', 즉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이끌림'이다. 또한 매력은 '국가 경쟁력'의 척도이다. 이를 최초로 제안한 학자는 뉴아메리칸재단의 더글러스 맥그레이이다. 그는 2002년에 한 나라의 국력은 국민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미적 감각과 이미지 등의 문화에서 나온다며 국민총생산(GNP)과 유사한 '국민총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를 제시했다.

마음과 경제학의 융합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앨 카너먼 교수는 "미래의 성공여부는 능력, 성실, 운이 아닌 매력에서 나온다"고 하였고, 런던정치경제대 캐서린 하킴 교수는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한 몸, 수려한 언변과 유머 등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고 발표하였다.

드라마 우영우의 매력은 고래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곡선형 고래가 직선형 기차와 함께 한강 위를 가로지르는 오프닝 장면은 '우영우=고래'를 콘셉트화하는 시각적 매력의 백미이다. 우영우는 평소 시도 때도 없이 고래 생각을 하고 자신의 상황을 늘 고래의 삶에 비유하는데, 이때 다양한 고래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매력을 환기시킨다.

여기에 우영우의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 뛰어난 암기력과 수려한 언변의 매력, 그리고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동별 우영우"라는 엉뚱한 자기소개에서 웃음의 매력을 발산한다. 유인식 감독이 왜 배우 박은빈의 캐스팅을 삼고초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영우 인사법'은 우영우 신드롬의 원동력이다. "우 to the 영 to the 우", "동 to the 그 to the 라미". 이 동작은 SNS를 타고 수많은 패러디물을 만들어냈다. 콘텐츠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스토리 이외에 '이미지 동작 개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K-콘텐츠에서는 '강남스타일의 말춤'과 '난타', '아기상어' 등의 이미지 동작 개발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우영우 동료들의 인간적인 매력도 큰 역할을 하였다. 신입사원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늘 유머를 잃지 않는 정명석 변호사, 별명 '봄날의 햇살'처럼 착한 매력이 가득한 최수연, 출세욕이 강하지만 마음이 여린 권민우. 해맑은 미소로 화답하는 이준호, 모두가 현실적이면서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우영우를 보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 이유는 우영우와 고래를 중심으로 우영우 인사법, 우영우 동료 개개인에서 나오는 매력, 즉 '도깨비처럼 알 수 없는 힘'에 마음을 빼았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력은 시각이 우선이고 '문화'와 가장 밀접하다.

80여 년 전 백범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는 '문화강국론'을 주장하였다.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나라가 진정한 강대국이라는 뜻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사람이 미래를 견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문화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주변에 있다.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배려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고 힘을 내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우리도 우영우처럼 2023년 한 해, 매력적인 사람이 되길 기원한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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