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인류세를 맞이하며(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앞에서 해야할 일을 찾습니다)

@김동혁 용두중 교사 입력 2023.10.03. 17:35

시간은 변화입니다. 변화가 없다면 시간을 나눌 기준이 없고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질학자들에게 시간은 지층의 변화입니다. 지층과 지층 사이의 변화를 중심으로 대, 기, 세라는 시간의 단위를 구성합니다. 대가 체일 큰 단위고 세가 작은 단위다. 고생대 캄브리아기, 중생대 쥐라기, 신생대 4기 이런 식입니다. 년, 월, 일이란 시간 단위는 지질의 변화 차이를 담기엔 너무 짧습니다. 지질 구분이 최소가 백만 단위 이상이니 말입니다.

얼마 후에 전 세계 지질학자들이 부산에 모여 인류세를 공식 선언한다고 들었습니다.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서 이제 신생대 제4기 인류세로 시간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홀로세와 인류세 지층을 구분 짓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과 방사능 물질이 바로 그 구분 짓기의 주요 기준이라고 들었습니다. 인류가 인위적으로 지층에 새긴 플락스틱과 방사능 물질 덕분에 인류세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지구 나이 65억 년을 1년으로 표현할 경우 12월 31일 오후 11시 30분에 최초로 등장해서 오후 11시 59분에 겨우 농업혁명 일으킨 인류가 불과 60초도 안되는 시간에 어마어마한 량의 플라스틱과 방사능을 전 지구상에 골고루 쌓아 지질 단위의 변화를 새긴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였고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이를 옹호하는 영상을 대한민국 대통령실 예산으로 제작하고 홍보하였습니다. 인류세는 인간의 오감으로 지각할 수 없는 방사능과 미세 플라스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는데, 그러기에 사람들이 방사능과 미세 플라스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인류세 선언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전 세계인들이 지금이 인류세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컬래보레이션으로 핵오염수 방류에 뜻을 모은 것이란 웃픈 상상까지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저런 생각 속에서 일곱 살 아들내미의 해맑은 웃음을 보니 더 마음이 슬픕니다. 방사능과 미세 플라스틱은 특히 세포분열이 한층 왕성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암과 유전적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한다니 더 슬픕니다. 이 아이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것 같단 생각이 드니 눈물 나게 마음이 아려옵니다. 지구상 많은 생명체를 더 심각한 위협에 노출시킨 변화로 시간을 표현하게 만든 인류의 어리석음에 마음이 무겁고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특히 미래 세대들에게 더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답답함과 슬픔에 침식되지 않도록 깊게 숨을 들이 마십니다. 깊게 숨을 내십니다. 슬픔이란 감정을 만들어내는 나의 몸과 자동 사고를 관조합니다. 슬픔이 원망과 증오로 연결되는 대신 작금의 지구 생명체를 위험한 길로 내모는 정책을 저지하는 행동의 에너지로 연결되도록 슬픔이 지나가는 길을 호흡으로 만듭니다. 숨의 들고나감으로 슬픔이 의지로 나아갑니다. 그래 봄아(아들 별명) 함께 이 암울한 핵오염수 방류를 최대한 빨리 막아내는 방법을 만들어가자꾸나. 오늘은 수리아나마스카라(태양경배자세)부터 시작해서 우따나아사아나(아르마딜로로처럼 상하체 밀착), 차투랑가단다아사나(대지에 두 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선 막대자세), 사바아사아나(송장 자세)를 집중하며 지구를 느끼고 그 깊은 연결감으로 핵오염수 방류란 폭력에 맞설 힘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희망의 시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김동혁 용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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