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정당한 교육활동, 아동학대에서 제외시켜야

@김경훈 대촌중앙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3.09.05. 17:20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그리고 올해 PD수첩에서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는가?'를 방영했다. PD수첩 내용에 따르면 정당한 교육행위를 했지만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피해를 받는 세 분의 선생님이 등장한다. 그중에 한 선생님은 스테이플러를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욕설을 한 학생에게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했고, 남겨서 반성문을 적게 했다. 가해 학생 학부모님께서는 아동학대로 담임선생님을 신고했다. 아동학대 행위자와 아동을 즉시 분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강제휴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초임 선생님이었던 그분은 휴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생님께서 남긴 유서 내용 중 '너무 힘이 없어 그만 포기하고 쉬고 싶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여 며칠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42회 스승의날을 맞이하여 교총에서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원 10명 중 2명만이 교직에 만족했다. 교직 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생 생활지도(30.4%)와 학부모 민원(25.2%)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에서는 학교에 다양한 요구를 하고 이를 교사들이 훌륭하게 수행해내길 바란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사 스스로 움츠러들고 소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다양한 교육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생활지도가 행여 아동학대 혐의에 걸리진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범위에는 정서적 학대도 포함된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누군가에게는 정서적 학대가 된다. 음악시간에 노래를 크게 부르라고 요구하거나 복도에서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큰 소리 내는 것도 모두 정서적 학대로 인하여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실은 교사를 더 소극적으로 무관심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게 한다.

PD수첩에 나온 선생님은 같은 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학교의 장과 종사자는 아동학대에 대한 미신고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신고 의무자이다. 사유 없이 2일 이상의 결석 시 가정을 방문하고 의심사례 발견 시 112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지체 없이 신고하여야 한다. 학부모가 아동학대에 대한 의사를 밝히면 학교에서는 이 사실에 대해 지체 없이 신고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학교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받는 선생님을 보호해주기란 매우 어렵다.

필자는 군대를 특전사 장교로 군복무하였다. 그때 참 힘든 일도 많았는데 그래도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같이 복무한 동기들 때문이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동기들과 이야기하며 고민을 나눴던 모든 것들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었다. 이렇게 동료와 함께 힘든 일들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자신의 동료가 아동학대와 연관이 되어 말이 나오면 힘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동료를 바로 신고해야 한다. 그렇다면 억울하게 아동학대에 신고가 된 교사는 과연 누구에게 자신의 정당함과 고민을 말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의 범위에서 학교에서 일어난 정당한 생활지도는 크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아동학대로 보지 않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펴낸 2020년도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82.1%의 학대 행위자가 피해아동의 부모로 밝혀졌으며 학대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87.4%이르고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중에서 1.5%만이 아동학대 유죄 확정이 된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학교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는 전체 신고 중에서 1% 정말 극소수만 유죄를 받았다.

또 아동학대 심의와 관련해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통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결정위원회의 의견은 법적 의견이 아니지만 이 의견은 재판에 반영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교사위원이 없어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당시 상황을 문서를 통해서만 심의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최근 전북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과 스케이드보드 강습 중 쉬는 시간에 기차대형으로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A교사가 안마해준 B양 부모는 "A교사가 딸 어깨를 너무 세게 주물러 멍이 생겼다."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B양측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전북교육인권센터는 A교사에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기관에서는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똑같은 상황에서 교육청은 '혐의없음', 지자체는 '아동학대'로 결론지었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중을 떠나 교육청과 지자체의 아동학대 관련 통합시스템을 구축하여 아동학대 사안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잡스는 "내가 계속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훌륭한 교사가 많다. 잘 커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많은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회의감과 무기력감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교사로서 자존감을 높이고 학생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에서 정당하게 지도하는 생활지도는 아동학대의 범위에서 제외시켜야 하며 아동학대와 관련해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통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정책들이 하루 빨리 실현되어 대한민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 한명 한명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주며 교사로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훈 대촌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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