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30부터 아이들이 유치원현관에 들어온다. 아이마다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정리하도록 하고 가방에서 물통, 약이있는 날은 약을 꺼내도록 하고 사물함에 정리하도록 지도한다. 그 중에 울거나 기분이 안좋은 아이들은 잘 달래서 보살펴야한다. 교실에 들어와서는 손을 씻도록 하고 혹시 화장실에서 위험한 장난을 하지는 않는지, 다른친구들이 소변보는 것을 몰래보지는 않는지 지도한다. 그럼에도 교사가 잠시 한눈을 팔면,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거나 호기심에, 장난으로 다른친구들이 용변보는 모습을 몰래보는 아이들이 꼭 있다.
자유놀이시간에는 여러 친구들과 장난감을 나누는 방법, 갈등이 생겼을때 사과하는 방법, 함께놀이하는 기술들, 놀이 후에는 장난감을 스스로 정리하도록 지도한다. 그럼에도 매일 친구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자기가 놀이한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 놀이만 하려는 아이들이 있다.
바깥놀이터에서는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는지, 모래를 친구에게 뿌리지는 않는지, 모래놀이 도구를 사이좋게 사용하는지, 사용한 모래놀이 도구는 제자리에 정리하는지, 모르는 식물이나 곤충 벌레를 만지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지도해야한다. 교사는 늘 다치는 아이들을 위해 밴드와 연고를 챙겨야하고 여름철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아이마다 모기기피제를 뿌려준다.
급식실에서 줄을서서 기다릴때는 큰소리로 떠들거나 뛰어다니지 않는지, 친구에게 장난치지 않는지 지도한다. 그럼에도 식판을 잘못들어서 음식을 쏟거나 다른 친구들을 밀거나 때려서 다툼이 늘 일어난다.
저마다 다른 식성과 식사속도를 가진 아이들을 살피며 교사는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겠다는 아이가 있으면 화장실에 함께 가서 뒷처리를 도와준다. 다먹은 식판을 들고 퇴식구까지 가는 도중에도 음식물을 바닥에 쏟으면 교사가 닦고, 급식실이나 복도가 떠나가도록 소리치며 장난을 치는 유아들을 지도한다.
이렇게 매일 오전시간에, 가진 힘을 모두다 써버린 기분으로 교사실에 오면, 더 하기싫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화로 다친 유아나 아픈 유아들의 상황을 최대한 전달하고 마무리하면 되는 간단한 일 같지만, 학부모의 기분을 살피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앞선다.
교육부는 8월 17일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발표하였다. 지금까지 생활지도에 대한 어떠한 가이드 라인도 없었기에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장을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가이드라인으로 담기에는 생활지도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세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하나하나 문제삼다보면 유치원은 학부모 민원으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활지도 고시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내 자녀만 잘 돌봐달라고 하는 학부모들의 사고 방식을 바꾸기 위한 부모교육이 더 절실하다. 아이를 가지려고 계획하는 시점부터 제도적으로 부모교육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노키즈 존, 폐원하는 소아과, 유치원 교사들의 희망퇴직이나 자살은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김지혜 공립단설 지한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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