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생 중심의 교육력을 회복하려면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3.03.14. 10:05

근래 4년 동안 가장 활기차고 생기있는 등교가 시작되었다.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린 채 눈빛으로 인사하고, 발열체크와 손소독으로 분주했던 '등교맞이'는 생기있는 토닥임과 씩씩한 인사,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바뀌었다. 교정에 피어난 산수유, 매화만큼이나 선생님도 아이들 마음도 어느 해보다 향기롭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가져온 학교의 변화는 크지만, 코로나 이전과 같은 일상의 교육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 중심의 교육력을 굳건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주 멀다. 심지어 지난 3년 간 교사도 학생도 너무 많이 지쳐 버렸다. 예전에 불편하기만 했던 마스크는 이제 벗으라고 해도 절반 이상이 건강상 혹은 심리적인 이유로 학생들은 벗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한다. 그만큼 나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친구들과의 만남보다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게임으로만 타인과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교사들도 대화와 협력을 위한 협력학습이나 다양한 학습법을 적용해 볼 만도 한데, 일렬로 된 책상을 돌리기를 주저하고 있다. 대면 수업 중임에도 친구들과 대화하고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학습과제를 어떤 대화나 발표도 없이 패들렛과 같은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해 글쓰기만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폐해는 더욱 크게 벌어진 교육격차다. 가정환경에 따른 학습경험의 차이를 학교가 완충해주는 역할이 코로나 기간 동안 더욱 줄어들면서 가정환경이 학생들의 학업 결과에 더 크게 반영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간층이 사라지고 학습결손이 누적된 하위층의 아이들은 더욱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학업이 낮은 학생들은 학습결손은 물론 경제적·사회적·가정적인 돌봄 공백으로 심리적인 불안과 부적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예산만 학교에 던져주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광주시교육청의 '다 같이 교육회복 프로그램'의 경우, 일상적인 수업 외에 수업을 더 개설해야 하고 그에 따른 예산집행, 행정적인 업무 등은 고스란히 교사들의 추가 업무가 되었다.

어떻게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과연 해법이 있기는 한 것일까?

부족한 소견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만남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사들은 수업과 평가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3월 학기 초의 과도한 행정업무를 떠안으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 학생들을 만나고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다. 학생들끼리도 새로운 환경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면서 거리두기가 아닌 새로운 관계맺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있다.

교육에서 1년 농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3월이라는 이 중요한 시기에, 교사에게는 수업연구는 물론 상담을 위한 시간과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학기 초 전화상담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는 가정방문도 가야 하는데, 수업과 업무를 다 마치고 실행하기에는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할 뿐이다. 학교 혹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기 초 업무경감과 상담 시간 확충을 위한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과 상담 외 행정적인 업무를 구분해서 교사에게 부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집중 상담 시간 확보를 위해 1~2주 기간 동안 교육과정의 조정도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사의 행정업무 제로화는 물론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내로 줄여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깊어졌던 돌봄과 학습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학교와 교사가 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과 더불어 교사들의 수업 연구와 상담 시간을 확보하고 교사들의 역량이 향상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친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맺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적 활동이 실천되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이 기반된 수업은 물론 모둠별, 학급별 공동체 활동이 살아나야 한다. 서로 질문하고 배우고, 갈등을 조정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업은 물론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도록 전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교사들에게는 여유와 여건을, 학생들에게는 진정한 만남을 만들 수 있는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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