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영화 '다음 소희' 앞에 선 기성세대로서 책임감

@김동혁 용두중 교사 입력 2023.03.07. 11:07

근대사회는 피해자는 있지만 주범 가해자를 찾기가 어렵다. 산업이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되어 작업 현장이 복잡다단해졌다. 하나의 작업장에 비정규 계약직, 중규직, 정규직, 파견 용역, 프리랜서, 행정관료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영화 '다음 소희'는 콜센터에 실습을 나간 고등학교 3학년 현장실습생이 비인간적 작업환경, 극한의 성과 경쟁, 과도한 노동시간,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기본급, 직장 내 폭언과 폭력 등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복잡다단해진 산업현장에서 회사, 부모, 근로감독관, 학교 교사, 교장, 교육청, 교육감 등은 소희의 산업재해와 그에 따른 죽음에 모두가 관여되어 있고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러나 주범이라 할 존재를 찾기 어렵다. 복잡다단한 구조 하에서 소희에게 가해진 치명적 폭력이 많은 이들에게 1/N이 되었기 때문이다. 1/N된 폭력은 많은 이들을 손쉽게 가해에 동참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렇게 쌓인 개개인의 관성적이고 습관적인 손쉬운 폭력이 당하는 이에게 죽음이란 치명적 피해를 발생시킨 것이다.

영화에서 소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범을 찾던 형사는 절규한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가.' 그 절규는 부의 축적을 위해 이 사회의 약자를 아프고 다치게 하며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게까지는 시스템을 만든 모든 기성세대를 향한 뼈아픈 비판이다. 시스템과 사회구조의 폭력에 희생당한 피해자들. 그 시스템과 구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은 어렵고 성공하기 쉽지 않다. 인과응보적 정의 실현은 좌절되고 피해자의 응어리는, 트라우마는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적인 N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를 한국 사회에서 보편 윤리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질 능력이 있는 이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한다는 윤리의식을 복잡다단해져 책임질 이를 찾기 어려운 근대사회의 보편 윤리로 삼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사건이 발생하여 주범을 찾기 어려울 때 책임이 있는 이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자 머리 쓰고 힘쓰다가 사태를 키우고 피해를 최악으로 만드는 일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책임질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자신이 책임질 일을 줄이고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복잡다단한 시스템 및 사회구조의 모순점과 폭력성을 최소화하는데 나설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영화 다음 소희를 통해 2023년 노동 현장과 노동자를 양성하는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겪고 아픔이 나타나고 있다. 오직 이윤만을 절대적 선으로 추구하며 학생과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안전권을 외면하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인간적 차별구조의 폭력이 드러나고 있다. 그 폭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사, 학부모, 관료, 지역사회 등 우리 기성세대들 모두가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를 보편적인 상식 윤리로 받아들여 사건이 발생하여 희생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기력하게 방관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우리 교육 환경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자.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적극적으로 해 나가자. 나와 이웃의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을 관심 있게 살피고 그들의 지금 여기의 목소리를 듣고 그 내용을 적어 관공서든 시민단체든 이를 실현하는 역할을 하는 곳에 전하자. 또한 다음 소희 등 이런 아픔을 이야기하는 영화, 노래, 소설, 잡지 등부터 구독하자. 그렇게 책임질 능력을 십분 발휘하자. 돈은 아끼면 똥 되고 기부를 하면 세상을 바꾸는 비료가 된다는 어른 김장하 선생의 말을 모두 함께 나누고 실천하자. 어른다울 수 있다. 김동혁 용두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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