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지금 학교는 한참 돌아보기 중이다

@정석 치평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2.12.06. 13:06

12월이다. 학교는 지금 교육과정 돌아보기 중이다. 보통 2~3일에 걸쳐 진행되는 교육과정 돌아보기는 한 학기 또는 한 학년 동안 실천해온 교육활동을 돌아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음 학기와 학년을 새롭게 계획하는 중요한 학교의 중심 활동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먼저 학생, 교직원,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부터 시작한다. 교육활동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 조사는 기본이고, 학교의 교육비전에 부합되었는지, 목표 달성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희망하거나 필요한 교육활동에 선호도 조사까지 설계를 잘해야 설문 결과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학부모와 교직원 모두 '즐거운 배움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꼽았지만, 2순위에서는 달라진다. 학부모는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선생님'이지만 교직원은 '민주적이고 허용적인 학교 분위기'이다. 같은 듯하면서도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차이를 드러낸다. 재량휴업일을 지정하는 문제에서는 첨예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교육과정 돌아보기는 구성원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혀가면서, 학교 교육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과 내용을 중심으로 합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이 특히 소중하다. 때문에 참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낼 수 있는 허용적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많은 학교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간식이나 음료의 메뉴를 고르는 것에도 정성을 가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생각이 반영된 수많은 토의 주제가 제기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합의나 결론을 내기 위해서 토의 주제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몇 가지 주제가 정해지면 거기에 걸맞는 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또 고민을 한다. 월드 카페나 분임토의, 브레인스토밍, 가치 중심 토의 등 토의 방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 학교는 3일에 걸쳐 교육과정 되돌아보기를 진행한다. 첫날은 배움, 성장, 협력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올해 학교와 학년의 주요 교육활동에 대한 돌아보기 활동을 한다. 학년이나 학급에서 실천했던 교육활동들을 구성원들이 서로 공유하는게 목적이다. 둘째 날은 4~5개의 토의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게 중심 활동이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하는 기쁨과 더불어 동료성도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 셋째 날은 2023학년도 교육과정 계획 수립을 위한 안건 채택 및 결정하는 날이다. 2023학년도 대강의 방향성을 함께 결정하고 함께 실천하고자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마지막 날은 1박 2일 워크샵을 떠나기로 했다.

물론 내년 2월에 2023학년도 새 학년 준비기를 갖는다. 그때는 교육과정 돌아보기에서 결정한 대강의 방향성에 살을 붙이는 시기이다. 이때도 교직원들의 치열한 토의를 통한 결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도 깊어지고, 동료성과 협력하는 마음도 성장해 간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교육과정 협력자로서 학부모의 참여 공간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설문에 응답하고, 간접적으로 학부모 대의원회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뛰어넘는 적극적 참여 방법이 아직은 부족하다.

우리 학교는 1월초에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이 함께하는 원탁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학교 교육목표와 비전을 함께 세우는 활동을 계획했다. 아직은 미흡하고 서툴지만 교직원 중심이 아닌 학부모와 학생과 함께 학교, 학년, 학급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성장하는 학교가 늘어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정석 치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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