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세 번의 마시멜로 실험이 주는 교훈

@강구 산정중 교사 입력 2022.11.22. 11:50

1960년대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 연구팀이 진행한 '마시멜로 실험'은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에서는 매우 유명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4세에서 6세까지의 아동에게 마시멜로 1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주기로 하고 아동의 행동을 관찰한다. 일부 아동은 문이 닫히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었고, 일부는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았으며, 나머지 아동들은 몇 분 기다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다. 이 실험이 화제가 된 것은 1988년과 90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 덕분이었다. 1차 실험 참가자 중 155명을 추적 조사 한 결과 마시멜로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버텨냈던 아이들은 나이가 들더라도 더 건강한 신체를 유지했고,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서 평균 200점 차이의 우월한 성적을 거두었다. 연구진은 '만족지연능력이 성공을 좌우한다'라고 결론 내린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셸 연구팀은 만족지연능력이 선천적인 능력인지 후천적인 능력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실험 상황에서 마시멜로가 들어있는 병 뚜껑을 닫아 마시멜로가 보이지 않게 했더니 기다리는 시간이 두 배 증가했다. 또한, 기다리는 동안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라고 했을 때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두 배가 증가했다. 연구진은 참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거나 참는 방법을 잘 알려주면 만족지연능력이 향상된다고 결론내렸다.

2012년엔 세 번째 마시멜로 실험이 있었다. 록펠러 대학의 키드(C. Kidd)팀은 3살에서 5살 사이의 아이들 28명에게 컵을 꾸미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크레파스가 놓여있는 책상에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앉아있게 했다. '잠깐만 기다리면 종이찰흙과 색종이를 가져다줄께요'라고 말한 후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약속대로 가져다주고(신뢰 그룹), 다른 그룹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비신뢰 그룹) 상태에서 고전적인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다. 신뢰 그룹은 평균 12분 정도를 기다렸고 14명 중 9명이 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비신뢰 그룹의 아이들은 고작 평균 3분 정도를 기다렸고 1명 만이 기준 시간을 넘겼다. 연구자는 이 실험을 통해 만족지연능력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는 관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에 익숙한 세대다. '배짱이처럼 현재를 즐기다간 겨울에 얼어죽기 딱 좋으니 지금 힘들더라도 참고 열심히 공부해야 나중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자랐다. 어쩌면 여전히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자녀와 학생들에게 '참고 견뎌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 번의 마시멜로 실험은 그런 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반문하고 있다. 당신은 학생(또는 자녀)의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교사(또는 부모)인가? 당신은 적절한 환경과 학습 방법을 제공하고 있는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과의 상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 어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 신뢰를 쌓는 일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은행에서는 개인의 신용도를 측정해 이자율을 결정한다. 신용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금융거래가 있어야 하며, 그 거래에서 연체가 없어야 한다. 금융거래가 없는 사람은 연체가 없어도 신용도가 높지 않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약속을 해야하며, 그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필자는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수업 규칙을 논의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묻고 정리한다. 교사인 내가 원하는 것도 말한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하는 선에서 규칙을 정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지키지 못 할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규칙을 잘 지키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인 내가 규칙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부모와 교사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라고 강요하는 일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것은 신뢰관계를 형성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부모와 교사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고 지키려고 최선을 다해보자. 강구 산정중학교 교사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교단칼럼 주요뉴스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