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교육은 신뢰관계에서 시작된다

@강구 산정중 교사 입력 2022.09.27. 11:34

몇일 전 학생자치부에서 교사-학생 협약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보내왔다. 교사-학생 협약의 내용을 읽으면서 약속을 잘 지켰는지는 돌아본다. 대체로 잘 지켰고 노력했다는 생각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학생들은 약속을 잘 지켰을까? 몇몇 학생들의 문제는 있었지만 대체로 잘 지켜진 듯 하여 높은 점수를 주었다. 설문조사를 마치고 나니 7년 전 교사-학생 협약을 처음 만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수업하러 가는 게 사실 좀 무서워요.' 2015년 교육과정 평가회에서 나온 말이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우울, 분노, 좌절감을 호소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수업 준비도 되지 않았고 수업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심지어 지도하는 교사에게는 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사에게 욕설을 한 학생들을 불러 상담을 해보면 학생들은 하나같이 교사들이 자신들을 함부로 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에게 해선 안되는 말들이 교사의 언어로 전달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무너진 교실을 회복하기 위해 선생님들에게 교사-학생 협약을 제안했다.

우선, 교직원회의에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을 모두 쓰게 한 후 우선순위 투표를 통해 10가지로 정리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지만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학생회에도 교사-학생 협약을 제안하고 학생의 요구사항을 10가지로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학생회는 3월 학급회와 대의원회를 거쳐 10가지 요구안을 결정했다.

교사 요구안과 학생 요구안이 결정되고 교사대표 4인과 학생대표 4인간의 협상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교사 대표들은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학생 대표들은 학생들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다음 협의에 임했다. 매주 1회 만남을 두 달 진행하고서야 교사-학생 협약의 초안이 완성되었다. 교사-학생 협약은 교직원회와 학생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렸다. 교직원회에서는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단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많았고 결국 과반을 넘겨 통과되었다. 학생총회에서 학생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요구가 수정되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표시한 경우도 있었지만 학생회의 숙원이었던 축제 문제가 해결된 터라 무난히 통과되었다.

1년간의 교사-학생 협약이 운영된 후 학기말에 교육과정평가회가 열렸다. 많은 교사들이 협약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발언했다. 그 중 한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교실에 가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물론 학생들이 약속을 100% 잘 지키는 건 아니었어요. 수업시간에 여전히 화장을 하는 학생도 있었죠. 하지만 교실에 게시된 교사-학생 협약을 가르키며 화장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을 때 웃는 얼굴로 알았다며 화장품을 넣었어요. 그것 만으로도 교실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어요.'

교사-학생 협약은 교사와 학생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게 뭐죠?"라고 묻는 행위, 그 자체가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너희는 학생이고 우리는 교사니까 우리 말을 들어야지'라고 하는 순간 학생들과의 신뢰는 깨진다. 학생들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교사들의 요구도 진심으로 설명해야 한다. 서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도 있다. 하지만 왜 수용이 어려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허용해주고 나중에 뒷말이 나오면 안된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고 절충하는 그 과정 자체가 민주적 문제해결의 핵심 과정이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교육은 신뢰로운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소음에 불과하며 소음으로부터 진정한 배움은 일어날 수 없다. 올해로 7년째 교사-학생 협약을 매년 평가하고 수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 연말엔 학생들로부터 어떤 요구사항이 나올지 기대된다. 강구 산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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