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생태, 노동, 그리고 민주시민을 교육에서 지우고 싶은가요?

@박새별 광주과학고 교사 입력 2022.09.20. 11:11

우리나라의 교육은 국가에서 정하는 교육과정에 의하여 운영된다. 교육과정은 총론과 각론이 있다. 총론은 인간상과 핵심역량을 제시한다. 총론은 모든 학교급과 교과의 전체적인 방향이라서 어떤 과목을, 어떤 학교급에서, 어떤 교과서로 가르치든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의 교육을 추구한다. 각론은 교과별, 학년별로 가르쳐야 할 내용, 평가 방법, 목표 등을 세부적으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영어 교과서에 수록되는 지문은 총론에서 제시하는 역량을 담아야 한다. 그래서 영어 교과서에 기후위기, 인공지능, 세계시민교육, 공동체의식 등을 소재로 하는 글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총론의 가치를 담고 있는 영어지문에 관계대명사나 수동태 등이 등장하는 것이고,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문법도, 단어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느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국가교육과정 총론의 방향에 따라 가르치게 된다.

과거의 교육과정은 대부분 국가 주도로 개정이 이루어졌다면 곧 마무리될 2022 개정교육과정은 국민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데에서 의의가 있다. 대국민 설문조사, 현장 교원 토론 등 교육 주체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대통합과 대합의를 거친 교육과정이 7개월 만에 갑자기 '편집'이 된다. `21년 11월 24일에는 있었던 '생태'와 '노동'을 `22년 8월 30일 발표된 시안에서 설명도 이유도 없이 삭제해버린 것이다. 어쩌다 7개월 만에 '생태전환교육'과 '일과 노동의 가치'가 사라진 걸까? 2년 넘게 교육공동체의 의견수렴을 거쳐왔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절차도 없이 지워져 버렸다.

교육과정개정의 추진 배경의 가장 첫 번째 항목을 '기상이변과 기후환경 변화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능력이 국가경쟁력 좌우'라고 서술해놓고는 '생태'라는 단어를 철저하게 삭제한 것은 국가경쟁력을 떨어트리자는 것 아닌가? 불확실한 미래가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서 기인하여 이미 기후재난으로 현실이 되고 있는데도, 생태전환교육을 교육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교육을 내팽개치는 것과 같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것은 더 심각하다. 노동자가 아닌 시민은 없으며, 사회가 노동자 없이 구성될 수 없음은 당연한 진리이다. 진로교육은 강조하면서 노동교육을 삭제하는 것은 교육을 불완전하게 한다. 개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으면 그 다음에는 당연히 그 일을 통해 삶을 지속하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하고, 조직에 속하고, 타인의 노동 또한 존중하는 사회의 일원이 되기 때문이다. 알바생도,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지식인도, 예술가도 모두 노동자다. 노동하지 않는 직업은 없다. 그런데 어째서 '노동'이라는 단어를 쓰기 꺼려하는가?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배제한 채로는 우리 아이들이 진로를 찾아 삶을 잘 살아가기를 바랄 수가 없다.

이렇게 교육과정 총론 솎아내기로 역행도 아닌 퇴행을 하는 정부가 이틀 후 또 다른 퇴행을 하는데 바로 '민주시민교육과' 폐지 시도이다. 환경과 노동에 이어 '민주시민교육'도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정부는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과를 폐지하고 이를 인성체육예술교육과로 바꾸겠다고 한다. 인성교육과는 박근혜 정부 때 이미 폐지되고 이후 민주시민교육과가 개설된 것이므로 이는 그야말로 역행이자 퇴행이다.

민주시민교육은 인성교육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인성교육은 개인의 심성 교육에 문제를 국한 시키지만, 민주시민교육은 개인을 확장하여 사회적 구조문제와 연결시키고, 상호연대를 통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여기에서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역량인 비판적 사고능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람을 길러야 할까? 교육이 대상을 자신과 동떨어진 미래의 어느 학생이라고 설정하지 말고 '나 자신'으로 바꿔보면 답은 쉽다. "난 어떻게 살면 좋을까?"로 이 질문을 바꿔보기 바란다. 나는 나의 가치가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회의 일원으로(민주시민교육),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고 싶고(노동교육),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환경에서 숨, 쉼, 삶을 내 아이와, 그리고 모든 생명체와(생태전환교육) 누리고 싶다. 박새별 광주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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