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 유치원 아이들은 이것저것 바쁩니다. 특히 유치원 교사들은 더 분주해지죠. 계기 교육이라면 이름 지을 수 있는 추석에 대한 경험과 배경지식을 아이들에게 놀이로 주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퇴근이 늦어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립니다. 그 하루 놀이하는 아이들을 위해 여러 날 준비하는 교사들은 더 바쁜 거죠. 그래서인지 저녁 산책길에 있는 사립유치원 불이 늦은 밤까지 켜져 있는 시기가 이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2019 개정 누리과정인 놀이 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재미있게 경험시켜주려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재 정부가 하려는 실력 중심만을 고집하는 무분별한 교육 정책들처럼 그저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거든요. 놀이 중심은 아이들에게 맞는 추석 전래놀이 한마당도 해보고, 송편도 유과도 만들어 보고, 예쁜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도 해봅니다.
올해 저는 아이들과 부직포로 색동저고리를 만들어서 추석의 문화와 우리 전통의상을 배워보려고 꼼지락꼼지락 준비했습니다. 다른 반과 달리 더 어린 나이의 반이라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해 띠종이 테이프로 색동저고리를 꾸밀 생각을 떠올렸기에 혼자 기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색의 테이프를 고르는데 아이들이 예쁘게 꾸미라고 파스텔의 핑크, 청록, 하늘, 연두 등 내 눈에 예쁜 색들을 골랐습니다. 다음날 아이들과 동네 앞에서 장승을 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색깔 이야기를 나누다가(아이들의 이야기 주제는 정말 우주처럼 광활하다) 한복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색동저고리를 찾아서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만들어 볼래?" 나의 뻔뻔한 유혹에 아이들은 반짝반짝 눈을 반짝이며 반응해 주었고, 우리는 색동저고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열심히 색을 고르던 아이들이 한명 두명 혼잣말을 했습니다. "난 주황색 좋은데….", "난 빨간색 필요한데!" 처음에는 집중하느라고 흘려듣던 말들이 아차…! 싶게 다가왔습니다. 교사인 나 혼자 수업을 준비하면서 촌스럽다고 생각한 색들을 아이들은 찾고 있었던 겁니다. 얼른 자료실로 달려가 빨강, 파랑, 노랑, 주황, 초록으로 쨍한 원색들 테이프를 가져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색동저고리 사진들에는 모두 언뜻 보면 촌스러운 듯 보이는 색들이 조화롭게 모여있더군요. 너무 아름답고 예쁜 그 색동이 아이들의 눈에도 역시 그랬던 겁니다.
조화로운 교육이란 뭘까요. 교육을 통해서 서로 너무 안 어울릴 거 같은 색들이 색동저고리처럼 어울리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닐까요. 요즘 아이들은 개개인의 특성이 강하고 발달의 정도도 차이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색으로 보면 보색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아이들을 무작정 공부, 지식지식지식으로 큰 팔레트 하나에 섞으면 아이들이 말하듯 '똥색'이 나올 겁니다. 개별화 교육처럼 소중한 아이 한 명 한 명의 색을 살릴 수 있도록 빨간 아이는 더 예쁘게 빨갛게 될 수 있도록 노란 아이는 더 예쁜 노란빛을 잃지 않도록 닦아 주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조화롭게 모아 주어야겠지요. 그래서 조화로운 교육이 어렵습니다. 그런 어려운 교육을 지금의 시대는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색동저고리 만드는 색 테이프를 고르는 교사도 꼬맹이 아이들이 하는 말에 색 테이프 색을 바꿔주어야 더 나은 교육이 됩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교육의 현장에 있는 아이들과 교사의 목소리를 수없이 많이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똥 색깔만 온통 칠하는 교육을 만드는 국가의 교육보단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색동저고리처럼 조화로운 교육이 이뤄지는 국가의 정책이 나오길 바라는 추석을 보내며 아이들과 색동저고리를 입어봅니다. 김샛별 광주 용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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