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급당 학생 수 20명, 2040년까지 20년을 더 기다리라고요?

@박새별 광주과학고 교사 입력 2022.07.26. 10:03

2021년 6월, 당시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유아 14명)을 상한선으로 정하도록 법제화하라는 입법청원 운동을 시작했고, 청원 시작 22일만에 시민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입법청원을 성사시켰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에 10만명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입법 심사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교사로부터 시작한 학급당 20명 상한 요구는 학생, 학부모, 시민으로 확대되었고 사회와 시민의 명령이 되었다. 학급당 학생 수 10만 청원은 우리가 선망해온 선진국 교육의 모습이고,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안전한 학교에 대한 열망, 학습격차를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2021년 8월 31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교육기본법 개정안에서는 '20명 상한'이라는 문구는 삭제되고 '적정 학생 수'라는 말로 바뀌면서 핵심이 사라져버렸다. 본회의와는 별도로 10만 입법 청원에 대한 교육위 심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채 21대 국회 임기말인 2024년까지 기한만 연장되었다. 전국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 20명을 초과하는 학급이 77.5%에 달하며, 그 중 28명 이상의 과밀학급은 19.6%이다. 특히 광주지역은 20명이 넘는 학급이 83.7%에 달한다.

국회에서 통과시킨 '적정 학생 수'라는 애매한 표현은 대체 어느 정도를 적정선으로 본다는 것인가?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아 법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국회는 그런 곳이 아니였다. 이후 지자체가 나섰다. 전국 17개 시도 중 12개의 광역회의에서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 법제회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세종, 울산, 강원, 서울 등 시도교육청에서도 자체적으로 20명 이하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토록 사회가 요구하고, 지자체, 지역교육청까지 움직이는데 행안부와 기재부 등 정부 측에서는 학생이 감소한다며 오히려 교원정원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고, 교육부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실현을 무려 2040년으로 설정하여 발표했다.

앞으로 20년간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일 의지가 전혀 없다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정부와 국회가 적정하다고 여기는 학급당 학생 수는 "지금 이대로 버티면 된다. 줄일 필요가 없다.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교육을 개선한다며 학생 개별 맞춤형 지도와 평가를 하라고 하고, 교육여건 개선한다며 스마트패드 새로 사서 주고, 그린 스마트 학교 만든다며 온갖 예산으로 학교공사는 다 하고, 교육회복 하라면서 교과보충수업용 예산을 불과 몇 개월 안에 다 쓰라며 예산을 학교에 뿌리면서도, 근본적인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문제인 학급당 학생 수는 전혀 개선할 의지도 계획도 없는 것이다. 코로나를 몇 년째 겪으면서도,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변화와 각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핑계를 대며 현상 유지도 아닌 '교원정원 감축안'을 발표하여 당장 내년 초중등 교원이 1098명 감축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5년 중 최대 규모의 감축이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은 결코 넉넉하고 이상적인 수준이 아니다. 교육격차 해소, 기초학력 보장, 개별지도가 가능한 수업 혁신, 전염병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충분한 교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 숫자를 줄여가면서 2040년까지 기다려 보라는 것은 인구가 소멸되는 것에 맞춰 현재 수준을 앞으로도 20년간 유지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은 2020년 코로나 이후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으로 제한했다. 대한민국은 2040년까지 20년을 더 기다려야 가능한 걸까? 지금 당장,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교원정원부터 확충해야 한다. 박새별 광주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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