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선생님의 연애

@김샛별 광주용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입력 2022.07.19. 09:52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에서 공감이 가는 것을 보고 저장을 눌렀다. "만나자마자 사랑한다 뻥치고, 이별 즈음 정말로 사랑해 버리는 선생님의 연애. 짝사랑도 괜찮아."라는 글을 적어놓은 여러 사진이었다.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교실에서 만나 학기 초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선생님은 얼마나 될까? 첫눈에 반하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나 선생님의 인권침해가 늘어가고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의 수업권 박탈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요즘 사회에서 학생을 첫눈에 사랑은 고사하고 무서워 도망 안 가면 다행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학기 초부터 뻥을 친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일수록 더 사랑과 관심을 주는 것도 교사의 의무이고, 노동이라 요구되기에 더 그렇다. 감정노동자인 선생님들의 연애, 안녕할까?

우선 선생님의 연애는 다양한 것 같다. 일단, 아이들과의 연애부터 파보자. 앞서 말했듯 매년 학기 초에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소개팅을 처음 나가는 사람처럼 내 모습을 확인하고 설레기도 늘 새롭고 어색하고 두렵기도 하다. 투닥투닥 어느새 한 학기가 지나면 '아, 기다리던 방학이다!!!' 연애의 휴식기랄까? 너무 나를 힘들게 하던 아이들이 안 보이면 마냥 좋을 거 같은 방학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게 웬걸? 슬슬 방학이 지나면 '잘 지내려나? 뭐하고 노려나?'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진다. 아이들과의 연애 세포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개학하자마자 후회할지 몰라도 어느새 아이들과 정이 들어버린 것이다. 1년이 지나 이 아이들을 보내려고 치면 마음이 이상하다. 잘할까 걱정도 되고 대견도 했다가,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후련한 것. 이별 즈음 정말 사랑도 해버린다. 졸업이라도 시키면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나이를 탓하기도 한다. 나를 속상하게 하던 말 듣지 않는 아이와의 연애도 늘 조용해서 가끔 존재감을 잃을까 봐 각성하던 아이와의 연애도 그렇게 아쉬워 붙잡을까…. 싶다. 하지만 어라…? 다시 새 연애가 온다. 아! 환승 연애였다.

무조건 한쪽이 을인 연애. 선생님이 학부모와 연애가 조금 그런 것 같다. 교권을 생각하지 않는 일부 정말 무식한 학부모를 만난 적 있었다. "너희가 선생이냐? 유치원 교사는 애만 보면 되지! 애들은 초등학교부터 선생님이 가르치는 거죠~" 폭언을 자기의 지식인 듯 뽐내는 사람들이었다. 나의 마음을 잘 추스르지 못하던 초임 시절 그저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 무조건 을로 변해서 폭언을 모두 웃으며 넘기고 저녁에 술 마시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와 달리 그만하시라며 울부짖던 한 선생님은 공무원의 분란 자체가 '친절의 의무'에 반했다며 징계를 받을 뻔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 간의 을의 연애 현실이다. 광주교육청은 유독 유치원의 민원에 무조건 교사가 을의 처지가 되기를 원한다. 사실 파악보단 그냥 좋게 좋게~ 네가 을이면 좋아~ 이런 식의 해결이 없는 상처뿐인 연애의 결말이 돼버린다. 또한, 학부모가 을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몸이 불편하거나 발달이 느린 경우 보내고 싶은 학교가 없거나 집에서 먼 경우가 많다. 또한 내 아이가 차별이라도 당할까 노심초사 그저 을의 태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서로 둘 다 을이라고 느낀다. 이상하다. 둘 다 행복하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선생님의 진짜 사적 연애는 안녕할까? 감정이 업무에 지장을 미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감정조절이 매우 중요한 것이 선생님이다. 개인의 희로애락이 감정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부정적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난 뒤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과 행복한 데이트를 하고 난 이후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마냥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이 사실이다. 아이들은 감정까지도 자라면서 배워가기 때문에 선생님은 행복도 알려주는 사람인 것이다.

역으로 학교폭력이나 학부모 민원 등 다양한 학교 내의 문제들로 스트레스를 받은 뒤 데이트를 하면 만난 상대에게 쉽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내가 신규교사일 때 처음 해보는 여러 선생님의 일들에 지칠 때쯤 선배 선생님들은 "연애를 해~ 연애를!!" 이라며 애정 담긴 잔소리를 했었다. 하지만 정작 연애를 했지만 잠깐 웃을 수는 있어도 선생님의 스트레스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는 않았다. 둘 다 안녕하지 못했다. 그래서 현장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접근성이 쉬운 다양한 심리적 지원과 교원치유프로그램, 교권 보호 절차나 상담 등이 있으면 좋겠다. 꼭 필요하다. 선생님의 안녕한 연애가 곧 아이들의 안녕과도 연결된다. 김샛별 광주용산초 병설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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