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더 나은 교육자치를 위해

@강구 산정중 교사 입력 2022.06.07. 11:18

2013년 교육복지부장을 맡았을 때 일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학생기획단을 만들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워크숍 중간 중간 학생들은 숙소, 식단, 일정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방학 중에 학생들을 위한다고 한 일인데 학생들에게 이런 불만을 들으니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워크숍인데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4년 워크숍은 예산과 가능한 날짜만 안내하고 학생들이 숙소, 식당 등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 자체를 즐거워했고 비교적 큰 무리 없이 워크숍 계획이 완성되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비가 왔고 숙소에서 벌레가 나왔지만 학생들은 나에게 아무런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비가 오는 바람에 계획했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학생들끼리 기획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가 있었고 그 중 교육감 선거도 함께 진행되었다. 교육감 선거에 직접적인 당사자는 교사, 교직원, 학생, 학부모이다. 그런데 이들 중 학생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교사는 투표권만 주어질 뿐 선거운동은 할 수 없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당사자의 참여이다. 적어도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학생과 교사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우선, 만 18세인 선거 연령을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만 16세로 낮출 필요가 있다.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학생들에게 당사자로서 선거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중학생들에게도 이런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보지만 우선 고등학생에게 기회를 준 이후 점진적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정치적 억압 또한 온전히 제거되어야 한다. 첫째, 피선거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교수는 휴직을 하고 선거에 나올 수 있지만 교사는 사직을 해야만 선거에 나올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교사는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해도 영향을 줄 수 없지만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투표권을 가진 성인 학생들에게 얼마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이 이유라면 교수가 제약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선거운동에 관한 부당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교사는 교육감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힐 수도 없으며 지지해달라고 선거운동도 할 수도 없다. 교육감 후보의 공약이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그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교사들의 의견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선거법에 가로막힌 교사들은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지금껏 학생과 교사는 교육정책이 결정되는 최고의 순간인 교육감 선거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학생과 교사가 배제된 채 만들어진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온전히 실현되리라 생각한다면 순진하거나 무능한 것이다. 새로운 교육감이 어떤 교육정책을 펴든 그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것은 교사이다. 교육감이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을 제시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제로 많은 교육정책이 화려한 문서로만 존재한다.

'배제는 무책임과 책임 전가를 불러오며, 참여는 책임감과 열정을 불러온다.' 오랜 기간 학생자치에 열정을 쏟으며 배운 점이다. 더 나은 교육자치를 위해 배제가 아닌 더 많은 참여가 보장되기 바란다. 강구 산정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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