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오월 없는 오월 교육을 꿈꾸며

@백성동 광주극락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2.05.10. 18:42

다시, 오월이다. 오월 영령들이 묻혀 있는 망월동에 가는 길에는 하얀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활짝 피는 계절이고, 광주의 곳곳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여러 행사들로 빼곡하게 채워진다.

학교 현장에서도 5월은 바쁜 계절이다. 특히 올해는 일상 회복을 하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놀이시간도 실컷 누리고, 체험학습 등을 나갈 수 있게 되면서 더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월 교육에 소홀할 수는 없다. 오월 교육은 무엇보다도 가치 수업, 42년 전 광주에서 배울 수 있었던 민주·인권·평화·공동체의 가치를 나누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1년 내내 교실에서 함께 이야기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더 깊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들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혐오와 차별이 많아지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요즘의 모습에는 80년 5월에서 볼 수 있었던 공동체의 가치가 너무나 소중하다.

그 동안 5·18 교육은 '진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진실을 왜곡하고,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들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규명했다. 다행히 작년부터 5·18 역사왜곡처벌법이 적용되면서 조금씩 왜곡이 줄어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의 결과물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1년에 몇 시간의 편성이 아닌, 교육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월의 가치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다. 사회나 역사 교과에서도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을 배우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수업 방법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치 교육을 하고 있는데, 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할까 한다.

먼저, 시청각 자료의 변화이다.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려주는 영상이나 사진 등은 정서적으로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클레이 아트나 그림으로 표현된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하면 충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완화하여 보여 줄 수 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도 부담인지라 많은 고민을 나누고, 좋은 수업 자료는 함께 나눈다.

그림책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림책을 영·유아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림책이야말로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편안하고 즐겁게 읽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짧지만 그림책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다. 직접 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미디어 매체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에게 그림책의 아날로그적인 특성은 더 감성을 자극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여러 교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오월에 대해 알고, 노래를 함께 불러본다거나 미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김해원 작가님의 '오월의 달리기' 라는 동화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아 많은 현장 선생님들이 활용하고 있다. 올해 전교조 광주지부 참교육실에서는 작가님을 모시고 온라인 북토크를 준비중인데, 온라인이라는 특성 덕분에 광주는 물론, 전남, 서울 등 총 50학급이 현재 신청한 상황이다.

앞서간 이들이 만들어 둔 민주주의의 초석들이 빛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이한열 열사로, 행동하는 툰베리로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시민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학교 현장의 역할이다. 앞으로도 시대에 공감하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오월 교육이 학교 현장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백성동 광주극락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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