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혁신의 꽃을 피우기 위한 마중물

@정유하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입력 2022.01.18. 18:16

2018년에 개교한 대안교육특성화학교인 나산실용예술중학교에서 4년간의 개방형 공모교장역할이 2월 28일로 끝난다. 1984년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은 교육악습이 개선되었고 교사와 학생의 인권도 신장되었음을 보았다. 특히 향상된 교사의 복지와 평등이 실현된 교육현장을 보는 것은 민주화된 사회를 보는 것만큼이나 뿌듯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모순이 존재하는 제도들 때문에 관리자의 무력감도 느꼈다. 가장 혁신적인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새로운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타협하고 포기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학교생활은 쉬워졌지만, 그때마다 자신이 비겁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행정절차들이 사실은 교원들 활동에 '증거 남기기' 업무임을 보면서 불신사회에 사는 인간으로서의 절망감도 들었다.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각자가 보는 학교의 미래와 비전, 그리고 끊임없이 해결해야 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름을 경험하면서 관리자와 교사 간에 놓여있는 철길과 같은 평행선을 느끼기도 했다. 반면에 존경스러운 교사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성장을 보는 것은 큰 감동이었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생각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는 두 가지를 꼽자면 공감교육의 성공과 섭섭했던 소통문화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로 최소한 우리 학교에서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교육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는 전남 전역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학생들이 찾아왔다. 북한의 남침도 좌절시킨다는 중학생들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학생을 향한 열린 대화의 자세, 공감의 태도는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학생, 친구들을 배려하는 학생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학생들의 꿈과 좋아하는 일을 묻고 들어주는 교사들의 관심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고, 개인적인 어려움들을 극복하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공부가 하고 싶은 아이들이 되어갔다. 바른 교육관과 철학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살렸고 학교를 살렸다.

두 번째는 소통과 토론문화에 관한 것이다. 민주적인 학교경영의 바로미터가 관리자와 구성원간의 '소통의 정도'일 것이다. 우리 학교의 교장실은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민 모두에게 열려있었으며 누구든지 들려 차를 마시며 어려움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더 큰 소통은 매주 열리는 교무회의와 기획회의, 그리고 프로젝트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사안별 각종 위원회를 통해 일어났다.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려는 노력과 함께 각종 협의회에서 교원들은 모든 행사의 소식을 알게 되고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의견들은 수렴될 수 있었다. 전직장(전남대 5·18연구소)에서 익숙해졌던 민주적인 회의문화는 이러한 학교문화를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을 진행하려는 긍정적인 자세와 주제에 집중된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이다. 어떤 아이디어나 의견들도 개진되어 채택될 수도 있고 탈락될 수도 있다. 의견이 채택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나쁜 일도 아니다. 또 가치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이들을 비판하거나 공격해서도 안된다. 쉽지는 않았으나 이런 토론문화는 그런대로 잘 유지되었다. 그런데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비난, 공격하는 일이 생기자 학교 구성원들 간에 회의를 힘들어하고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두 번째 제시한 토론문화와 중등교육계의 전반적인 개혁을 위하여 제안하고 싶은 제도가 있다. 외부교육기관을 통한 교사들의 여유로운 재교육 제도이다. 현재도 교원들을 위한 학습연구년이나 작은 규모의 연수들이 많이 제공되지만 하늘에서 별따기와 같은 학습연구년의 기회는 소수에게만 주어지고 있고 근무 중의 연수는 수업과 행정업무에 시달리면서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현장을 완전히 떠나 외부에서 진행되는 1년, 어렵다면 6개월 정도의 위탁교육의 기회를 10년주기로 교사들에게 주는 것은 어떤가? 전공분야는 물론 현시대에 맞는 민주시민과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질, 미래의 과학기술과 직업을 이해하는 과정을 여유있게 공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장과 쉼을 제공하고 그렇게 재충전된 교사를 현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성숙해진 교사들이 새로운 내용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교육계의 관성을 깨면서 다시 질서를 잡아가는, 변화무쌍한 교육현장이 되지 않을까? 닫힌 교육계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된 것이 외부형 공모교장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탑다운 방식의 개혁은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킨다. 현장 교사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시작되는 혁신에의 참여와 이를 이끌어주고 지원해주는 관리자와의 발맞춤이 아름다운 혁신의 꽃을 피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깊은 곳에서 신선한 물을 끌어 올리려면 매번 마중물과 같은 작은 재투자가 필요하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이므로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정유하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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