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오징어 게임

@정화희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입력 2021.11.09. 13:53

이제 딱 1주일. 오는 18일 전국 50만여 명 수험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모든 고교는 내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수험생들은 가정 학습 중 인근 학원과 독서 카페에서 마무리 학습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위드 코로나' 속에서 학생 확진자가 증가하여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염려를 덜 수 있도록 안전한 맞춤형 방역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문·이과 통합 실시, 교과군별 선택 과목 실시, EBS 연계 50%로 축소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가 있다. 코로나 상황의 지속과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으로 인한 이슈로 수능에 대한 주목도는 적은 편이다. 안전 속에서 우리 남도의 자녀들이 모두 잘 치를 수 있도록 지켜보아 주실 일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리즈물이 모 플랫폼을 통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K-콘텐츠의 위상 제고는 물론 경제 효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게임 속의 놀이와 의상, 운동화가 세계인의 인기 상품이 되었으며 체험관은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이다. 유통업체는 발 빠르게 다양한 놀이 키트를 판매하고 작품 속 관련 제품 회사들은 모처럼 전성기를 맞고 있단다.

또한 그 인기 비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공통점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생존 본능과 탐욕에 대한 자기 이입이다. 코로나 경제 위기 속에서 실직자의 증가 및 양극화 심화는 사람들의 욕망을 더 자극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3인 중 한 사람을 죽이고 자신마저 죽이려 했던, 잘나가던 엄친아 친구를 '집에 가자'며 주인공이 손을 내미는 장면은 압권이다. 재미를 넘어서 인간의 본질과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전문가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하니 그 결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어떤 이는 우리 교육 현실을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기도 한다. 등급 상승을 위하여, 다른 친구들보다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하여 치열하다. 상대평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노트 및 학습자료에도 인색하다. 차라리 점수 차이가 많은 친구에게는 가능하지만 경쟁이 의식되는 순간 핑계를 대고 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절대평가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수능을 폐지하고 창의성과 인성, 재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체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시민교육의 가치를 평가에서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욕망을 딛고 내달리는 속에서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래서 모두가 살 수 있는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하여 우리는 모든 세계의 연대와 공존을 깨닫게 되었다. 한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 모든 공동체가 함께 위험을 감당해야 함을 경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의 힘은 절대적이다. 모든 것이 경제적 잣대로 휘둘리는 시대, 우리 자녀들에게 '깐부'를 만들어줄 수 있는 교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성 없는 공감은 허망하고 이기적이다.

지난 9월 13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안 및 수능 성적 산출방식의 절대평가화, 고교 교육과정 연계 대학별 면접 강화 등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역동적으로 바뀌는데 대입 평가 체제는 변함이 없다. 맞지 않는 옷이다. 더구나 '고교학점제'의 시행은 획일적 수능을 거부한다. 다양성에 맞는 평가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다음 주 어김없이 추워진다고 방송은 읊조린다. 자신을 점검하고 미래를 다짐하는 수능이 될 수 있도록, 교육 주체들이 정책의 현장성과 평가의 타당성, 신뢰성 등을 챙겨보는 날이 되길 바란다. 정화희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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