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아이들의 꿈을 물어도 되는 걸까?

@김현주 광주인성고 교사 입력 2021.08.24. 21:34

이 시기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수시전형으로도 분주하지만 고교학점제에 따른 교과 선택으로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나 연구학교의 대부분이 그렇듯 1, 2학년 담임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급의 아이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아이들의 진로나 진학에 대한 생각들을 묻고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아이가 자신 있는 과목은 어떤 것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교과를 선택하면서 고민하는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첫번째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반영하는 과목들이 어떤 것들인지, 정시에서 각 대학에 따라 필수로 반영하는 시험과목이 무엇인지에 따라 아이들의 선택에 영향이 있다. 다음으로는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들 중 9등급 상대평가를 하는 일반 선택 과목인지, 3단계 절대평가를 하는 진로 선택 과목인지도 아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로는 자신의 내신을 고려할 때 친구들이 어떤 과목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지도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끝으로 자신의 진로나 진학이 영향을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참 안된 이야기지만 아이들 중 자신의 진로가 분명한 친구는 교실에서 만나기 어렵다. 많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되돌아 오는 답은 고민 중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교사들은 아이들이 진로는 분명치 않더라도 관심 분야가 인문계열인지 자연계열인지 묻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교과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해가곤 한다. 그러다 가끔 이런 친구들을 만날 때가 있다. 저는 화학을 정말 좋아하는데 수학이나 다른 과학교과는 어렵고 대학도 인문계열 쪽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 고교학점제가 갖는 강점이 느껴진다. 인문계열은 사회탐구만 공부하던, 자연계열은 과학탐구만 공부하던 시절을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거나 흥미가 가는 분야를 공부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 아이들은 고민한다. 좋아하는 공부만 해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인지, 만약 그렇지 못할 때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언젠가는 나서야 할 자신의 진로에 좋지 않은 출발점이 되면 어찌해야 하는 고민.

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먼저는 학교의 진로교육이나 활동이 파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격 유형 검사, 진로 적성검사, 직업 체험행사와 교과로서 진로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런 활동들을 종합하고 정리하여 아이들의 진로를 권하는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일회성 행사 중심의 진로 활동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게 아닌데 싶지만 기존의 관행에 그대로 흘러가버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낯이 뜨거웠다. 다른 하나는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 특히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평가 제도의 일대 변화가 있지 않으면 고교학점제는 긍정적인 방향에서 안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이전과 이후 학교 현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은 앞의 두 가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의의는 공유되지 못하고 교사의 업무만 늘어난 모양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갖는 책임성은 양질의 일자리를 잘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로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로를 물으면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사회 구조에 아이들을 놓아둔 채 아이들에게 진로는 묻는 것은 참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도전과 꿈을 꾸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로망을 이야기하며 진로를 묻는 것은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가 안전한 보금자리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배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길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대학입시 제도나 진로교육과 활동의 긴밀성, 사회 구조의 변화 등의 선결 과제 해결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풍 오마이스가 우리나라를 지났다. 태풍을 견디고 나면 맑은 하늘이 올 것이라는 비유는 늘 그럴듯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물난리를 겪고 있는 이들의 현실은 가혹하다. 김현주(광주인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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