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가보지 않은 길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1.03.23. 09:55

봄날은 봄날이다. 아무리 맵찬 바람이 불어도 꽃들은 기어이 피어나고, 연둣빛 새싹은 빈틈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찾아오니 학교는 봄 그 자체다. 3월 2일 전교생이 등교하던 날의 가슴 벅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월도 3주를 보냈다. 교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도, 마스크 쓰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급식실에서 말없이 한 방향만 보고 식사를 하는 장면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수업을 하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오전 8시 전부터 등교 발열체크를 시작으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학년별로 나뉜 3번의 점심시간 동안 2차 발열체크며 식사 준비, 급식실 거리두기, 소독 등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 전교직원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등교수업하는 매일, 매 순간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수업만 하기에도 고된 하루지만, 각화중 교사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새로운 학교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길어지는 원격수업으로 인해 누적된 학습 결손, 정서 결핍 및 신체 저하 등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손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돌봄과 배움, 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했다. 발도르프교육을 통한 대안교실 운영, 융합교육을 통한 학습력 신장을 위한 스팀(STEAM) 사업, 정서적인 안정과 힐링을 위한 명상숲 조성과 공간혁신 아지트 사업 등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코로나 시대에 학생들을 위해 그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설명회와 가정방문 실시를 결정했다. 많은 시간 토론을 거쳐 전화 상담은 물론 적극적인 대면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내적, 외적 상황을 진단하고 어디에서 교사가 개입해야 올바른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를 파악해 보자는 것에 마음을 모으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 3일 동안 학년별 교육과정설명회 및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가정방문은 원하는 가정 혹은 방문이 꼭 필요한 가정을 중심으로 담임교사들이 전화상담과 병행해 진행했다. 그리고 교육과정 설명회는 발열체크, 손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물론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2주 전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참석자 파악을 통해 장소와 자리배치를 고민하고, 꼭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고 원활한 상담시간 확보를 위해 시간을 조정하고, 학년별로 3일간 날짜를 분리하여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에 진행했던 행사보다 3배 이상의 노력이 들었지만, 보람과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3학년 교육과정 설명회를 시작하는 날, 작년 5월 27일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학생 등교 때와 마찬가지로 학부모님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맞이했다. 사회를 진행하며 첫인사를 드릴 때 울컥하기까지 했다. 거리두기를 위한 학년별 교육과정 설명회 실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학년별 특색과 성장 단계에 맞춘 학년 맞춤으로 학부모님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중학교에 처음 들어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1학년, 작년 1년 동안 학업과 돌봄의 공백이 컸던 2학년, 고입 진학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큰 3학년, 이렇게 각 학년에 맞춤한 설명회는 학교 행사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코로나19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것을 멈추게 했다.

그 멈춤의 시간 동안, 학교는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학교가 진정으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통찰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학교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고되고 힘들지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의 최일선에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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