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코로나 빈 교실, 교육을 생각하다

@정화희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입력 2020.05.25. 16:13

개학 첫 날, 아침 등굣길이 시끌벅적하다.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반가움으로 서로를 만난다. 자가 진단 및 거리두기, 발열체크 지도 등 챙겨야 할 일이 많다. 담임 교사들은 환기 및 방역 조치 등을 확인하며 교실에서 아이들 맞이할 준비를 한다. 복도는 요란법석 그 동안 적막하기만 했던 학교가 아이들 목소리로 생기가 돈다.

지난 5월 20일, 고3이 신학기 개학 이후 80일 만에 등교개학 수업을 재개하였다. 그 동안 많은 고비들이 있었다. 등교개학 5차례 연기,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실시, 수능 2주 연기에 따른 대입 일정의 변화 등.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 전반의 많은 변화가 있지만 우리 교육도 새로운 경험들 속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원격수업 진행에 따른 다양한 플랫폼의 사용 적정화 등을 통하여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위급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디게 진행하였을 매체 활용과 기능 조작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교육의 본령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온라인 수업 중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아이들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학습은 해낼 수 있지만 만남과 관계 맺기에는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은 학습량도 한계가 있으며 과제 수행 여부만 확인하는 기능적 관계만 남게 된다.

서로를 만나 관계를 맺고 경험을 공유하며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성장해 가는 과정이 교육이다. 학교는 만남의 공간이다. 단순한 지식 전수기관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유용성을 넘어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새로운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교육(education)이란 단어의 어원 라틴어 'educo'의 의미는 '끌어내다, 자라다, 밖으로 이끌어 내다' 등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지식은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하여 이제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아는 것이 병'인 시대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교육과 일자리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생존의 본령이니 간과할 수도 없다. 교육과 직업의 관계를 끊임없이 연구해 온 사회학자 데이비드 W. 리빙스턴(David W. Livingstone)은 2018년 '교육과 일자리의 격차(The Education-Jobs Gap)'에서 5가지 불완전 고용의 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재능과 활용의 격차'는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존재하는 대학 학위 취득 기회의 격차를 뜻한다. 그래서 교육은 멀리 있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는 많이 배웠지만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람을 보곤 한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교육을 잘 받았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들은 교육이 지식과 기술 습득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 맺기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내일부터 1주일 단위 3차례에 걸쳐 전국의 모든 초·중·고 아동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초등은 무늬만 등교(?)가 될지도 모르지만. 학교는 반가움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지식 전수로만 생각한다면 굳이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학부모님들의 염려도 가슴에 담을 일이다. 교사가 수행해야 할 방역의 역할까지 부담이 크다. 그래도 보고 싶다는 절실함을 확인하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돌아보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양적 팽창, 민주적 제도의 도입, 교육 투자의 증대,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 교육기술의 전문화 등 여러 면으로 성장해 왔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실 있게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사회의 여건, 교육학자 자신의 주의나 세계관 · 인생관에 따라 각기 다르다. 그 속에서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간형성의 과정이라는 공통점을 명심할 일이다.

많은 학교들 교문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생각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있어야 봄'-을 떠올리며 오늘도 아이들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정화희(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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