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송정역(상) 1913 송정역시장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② 송정역(상) 1913 송정역시장
달빛 철도 출발 송정역과 '1913 송정역시장'
어느 도시든 첫인상은 있다. 달빛 철도의 호남 출발지 송정역은 밝고 스펙타클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발길 분주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그러나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송정역은 불과 6년전만 해도 간이역수준에 불과 했다. 그런 역이 KTX가 개통되면서 상전벽해로 변했다. 광주 토박이를 제외하면 이곳이 원래부터 광주 관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필자의 고향역이기도 한 송정역은 고단한 전라도 사람들의 체취가 묻어나는 한가한 역이었다. 시인 곽재구는 전라도 사람들의 고단한 모습을 사평역에서 극적으로 표현한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콜록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사평역에서-곽재구
◆광주·전남의 관문
필자가 연상하는 송정역의 모습과 딱어울리는 시가 사평역이다. 그러나 가난한 시절 송정역은 흑백 사진처럼 흐릿한 기억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지금은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달빛 철도의 출발역으로 2030년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달빛 철도는 광주 광산구 송정역을 출발해 광주역을 거쳐 담양~순창~남원~장수~함양~거창~합천~고령을 내달려 서대구에 도착 하게 된다. 송정역은 달빛 철도의 시발역 명성을 단숨에 꿰찼다.
사람과 택시가 엉켜 북적대던 모습도 사라졌다. 바로 지하철이 연결돼 광주와의 연계도 원활하다. 주차빌딩 공사도 한창이다. 하루 2만명이 이용하는 송정역은 한국 철도공사가 지금보다 4배 많은 7층 규모 1,580대를 수용할 대규모 주차 공간을 오는 10월 오픈예정이다. 여기에 국토부가 송정역 주변을 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하면서 주변 56만㎡ 약 17만평이 변신을 준비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완공예정으로 송정역 선도지구는 1구역 3만1천 778㎡, 황룡강 2구역 52만8천649㎡등 모두 56만㎡ 17만평 규모로 개발된다. 한국토지주택 공사가 6천억을 들여 1구역은 이용자 편의시설위주 역세권으로 개발하고 2구역은 자동차 산업단지 배후시설 연구·주거 융복합상업지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이 끝나면 송정역 주변은 명실상부한 달빛 철도 시발역이지 광주 전남 관문으로서 수도권과 영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가장 작은 꼬마역 극락강역
송정역의 예전 모습을 조금이나마 회상하려면 인근 극락강역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역'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극락강역은 1922년 탄생한 오래된 역이다. 으리 으리 한 송정역과 대비돼 작고 앙증 맞다. 지난 2017년 부임한 나광선 역장은 이곳을 한해 4만이 찾는 명품 꼬마역으로 바꿔놨다. '극락강역 이야기' 유튜브를 운영할 정도로 애정을 쏟는 그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후덕한 동네 이장을 연상시키는 인기 만점 역장이다.
극락강역은 2013년 철도문화재로 지정돼 지난 2019년에는 전국 최우수 테마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매년 가을에는 전국 단위 꼬마역 축제가 열릴 정도로 찾는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역을 찾고 떠나는 사람마다 한가지씩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주는 극락강역이다.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준 시인의 시심을 느끼려거든 이제는 극락강역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극락강 역에는 연인들을 위한 프로포즈 존도 마련해 놓고 있다. 극락강역은 프로포즈 하려는 연인들의 꿈을 허락하는 도심의 고마운 꼬마역이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1913년 송정역 시장'
송정역을 빠져 나와 5분을 걷다보면 전국적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1913년 송정역 시장'에 다다른다. 1913년 송정역 시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만드는 곳이다. 송정역 횡단보도를 건너면 골목길 들어서는 초입에 '1913 송정역 시장'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913년이라면 백년이 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1913년 개장한 유서 깊은 시장이지만 이 곳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온갖 유흥시설이 난무했던 곳으로 상가도 대형마트에 밀려 쇠락의 길을 면치 못한 곳이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인위적 성공 사례가 펼쳐진 곳이 '1913 송정역 시장'이다.
시장기능을 잃어갈 때쯤인 2015년 송정역에 호남고속철도가 들어서자 이 곳에 새로운 콘텐츠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기업과 민간, 지자체의 꿈이 꿈틀 거렸다. 중소벤처사업부, 광주광역시, 광산구, 현대카드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창조적 파괴의 혁신마인드를 발휘해 탄생한 곳이 '1913년 송정역 시장'이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1913년 송정시장'프로젝트는 가장 성공한 전통시장의 롤 모델로 바뀌었다. 창조적 파괴가 불러온 극적 변신이었다. 쇠락을 거듭하던 곳이 눈깜짝할 새에 꼭 가봐야 할 창조적 젊은 거리로 변신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 할 곳이다. 이제 송정시장은 달빛 철도가 몰고 올 또다른 변신으로 영남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통 속에서 찾아낸 미래
1913 송정역 시장은 기존시장과 무엇이 다르길레 젊은이들이 모여드는가. 우선 골목시장이다. 각자 특색 있는 점포가 양쪽으로 쭉 늘어서 있다. 현재 84개 점포가 한가지씩의 사연을 안고 줄지어 늘어선 것이다. 이들 점포는 거리를 두고 동판으로 역사를 새겨 놓았다. 송정역 시장의 성공 요인은 과거를 지우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옛것을 살리면서 새것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송정역 정신이다.
동판은 오래된 것이 새것에 밀리지 않은 전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송정역 시장을 만들 때 "지키기 위한 변화"를 상징하는 정신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최근에 워낙 많이 메스컴이나 SNS에 소개돼 꽤 큰 규모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거리는 300여m에 불과해 조금은 당혹스럽다. 그러나 스토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괜찮은 선택이다. 시장에서 사람 사는 재미를 찾으려 한다면 '1913 송정역 시장'이야말로 제격이다.
그곳에 가면 최신 빵 굽는 곳에서 부터 100년 전통의 고추방앗간까지 스토리가 판친다. 그냥 지나면서 보며, 즐기며, 맛보면 된다, 주전부리가 전문이라면 여기는 작은 천국이다. 역전앞 출출한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먹을거리를 밤낮으로 제공하는 곳이 송정역 시장이다. 내공 있는 국밥집이라는 '영명 국밥', 천연 발효를 자랑하는 '또아 식빵', 72시간 숙성한 익반죽 '고로께 삼촌', 슬로 푸드를 내세운 '김부각', 50년 전통의 '서울 떡 방앗간', 국수 하면 한가락 하는 ' 서울 장수 국수'등 저마다 사연을 풀어 놓는다.
여기에 어릴적 시장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점, 오락실, 전라도 사투리 펜시까지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는 곳이 '1913 송정역 시장'이다. 시장 중간쯤에 쉼터가 발길을 머물게 한다. "쪼까 안자따 가드라고", "시방 오지게 좋소"라는 문구가 지난한 코로나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5월 햇살을 피할수 있는 넓직한 파라솔도 있다. 작은 시장을 돌고 나면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을 느끼게 하는 곳이 송정시장이다.
이곳도 코로나 팬데믹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서서히 명성을 회복중이다. 코로나와 같이 사는 시대니 쉼터겸 간이 무대에서는 젊은이들의 공연도 시작될 것이다. 간이 무대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음악회, 공유 장터, 청소년들의 체험 활동등도 펼쳐지게 된다. 역동의 시장은 밤에 펼쳐 진다. 밤의 송정시장은 또 다른 볼거리다. 낮에 본 것은 밤을 위한 예고편이다. 밤의 1913 송정역시장은 젊은이들의 노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광주의 핫 플레이스로 변한다. 달빛 철도가 완성되면 이곳은 호영남의 젊은이들이 한판 밤의 향연을 펼칠 곳이다. 그 곳이 '1913 송정역'이다.
나윤수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이성호기자
- 전남대 학부 출신 국회의원 '반토막' 22대 총선 전남 당선인들 5·18묘지 합동참배/무등일보 22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 대학 학부 출신 국회의원 수가 크게 줄었다.수도권 대학 출신의 중앙 엘리트 관료들이 대거 입성한 반면 지역 대학을 졸업한 풀뿌리 정치인들은 대거 고배를 마신 영향으로 풀이된다.17일 무등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광주·전남 주요 대학(학부 기준)에서 배출한 국회의원을 분석한 결과, 총 9명이 지역 대학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1대 12명에서 3명이 줄어든 수치다.전남대학교에서는 5명의 학부 출신이 국회에 입성했다. 구체적으로 민형배(광주 광산을·사회학), 양부남(광주 서구을·법학),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경영학), 전진숙(광주 북구을·화학), 이학영(경기 군포갑·국문학) 등이다.지난 21대 총선에서는 9명의 당선인이 전남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토막'난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진입한 운동권 정치인들이 이번에 '현역 교체 바람'에 대거 낙선했다. 대신 그 자리를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고위 관료를 역임한 이들로 채워진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전남대는 학생 운동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구체적으로 전대협 제4대 의장을 지낸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무역학)이나 전대협 부의장과 남대협 1기 의장을 역임한 김승남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국문학)을 비롯해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신문방송학),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의학)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모두 떨어졌다. 또 노동운동가였던 강은미 의원(비례·해양학)은 낙선했고 권은희 의원(비례·법학)은 불출마했다.전남대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2명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1명에 그쳤다. 박상혁 의원(경기 김포시을)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김남국 의원(안산 단원구을)이 코인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조선대학교를 졸업한 당선인은 총 3명으로 파악됐다.지난 21대 총선 때의 3명과 같다. 서삼석(영암무안신안·행정학) 의원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고, 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행정학) 당선인과 전종덕(비례·간호학) 당선인이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깃발을 걸고 금배지를 달았다.반면 노동운동가 출신의 풀뿌리 정치 신화를 썼던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법학)과 학생운동가이자 시민단체를 이끌었던 윤영덕 의원(광주 동남갑·정치외교학)은 민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이밖에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번으로 국회에 진출한 서미화 당선인은 목포대 출신 '2호 국회의원'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 대학 출신 의원 모두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특징도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권은희 의원이 국민의당, 강은미 의원이 정의당 소속으로 당선됐다.전남대학교 총동창회 관계자는 "지역 대학을 나온 현역 국회의원들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일에 도움을 많이 준다"면서 "21대 총선에서 전남대 출신 국회의원이 많았는데 이번에 크게 줄어들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 광주-대구시, 남부거대경제권 조성 속도낸다
- · "동아시아해역조정기구 사무국, 여수가 적격지"
- · 광주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 정책 연결고리 숙제로
- · 광주상수도사업본부, 중대재해 예방 특별교육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