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에 자리잡은 미술관, 문화 사랑방되다

입력 2022.03.31. 15:56 김혜진 기자
화순 내평마을 태곳미술관
지난 2017년 갤러리로 시작해
올초 2종 미술관으로 변경 출발
지역 원로·중견 초대전 등 '다채'
마을 주민 대상 문화프로그램 운영
실버 미술·마을학교 등 주민 '호응'
길쌈 등 마을 문화 지키기 동참도
마을 아이들과 토요일마다 진행 중인 문화예술프로그램인 내평리 마을학교. 최근에는 화순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더욱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화순 내평마을, 시골 마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공간이 눈에 띈다. 미술관이다. 120가구가 모여 사는 큰 마을이기는 하지만 관광지도 아니고, 카페와 미술관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거리도 아닌데 미술관이라니.

이 공간은 지난 2017년 5월 개관한 태곳미술관이다. 차정우(42) 관장, 김선미(43) 부관장이 직접 만든 공간으로 개관 당시 30대였던 젊은 부부다. 젊은 부부가 농촌 마을에 미술관을 만들게 된 건 남편인 차 관장이 미술 작업을 하는 김 부관장에게 작업실을 권유하면서다.

김선미 부관장은 "미술관 자리가 남편인 차정우 관장이 태어난 집이 있던 곳인데 몇 년 방치됐었다. 내가 미술을 하고 있으니 작업실로도 활용하고 여러가지 목적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사용해보라고 차 관장이 권유해 시작하게 됐다"며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초반에는 갤러리 겸 작업실로 운영하다가 상업화랑 보다는 공간이 자리한 지역의 특색도 있고 공공의 공간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올 초 작게나마 2종 미술관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실버미술프로그램

태곳미술관은 지역 원로, 중견 작가들을 초대한 전시를 선보이며 지역민들이 광주로 나가지 않더라도 더 넓은 폭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또 전시 뿐만 아니라 마을 문화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 농촌마을로 들어왔기에 마을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 미술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미술관 공간을 활용해 진행되던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최근 마을 유휴공간 중 하나인 구판장을 임대 받아 또다른 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뿐만 아니라 내평마을의 무형 자산인 길쌈문화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길쌈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동참하며 마을 문화 지키기에 뜻을 모으는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자체 지원이 더해지면서 마을 어르신들은 길쌈 체험이나 마을 투어 등에 인력으로 투입, 활력과 일자리를 제공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부관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마을학교 사업으로 돌봄교실과 함께 마을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길쌈과 목화를 주제로 한 마을 벽화작업도 하고 독서교실, 요리, 전통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며 "특히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강사가 돼 아이들에게 길쌈 체험 등을 해주시며 세대 간의 소통 기회도 되고 있다. 또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치매예방 미술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화순 내평마을에 위치한 태곳미술관

광주에 거주했던 차 관장과 김 부관장 부부는 2년 전 내평마을로 완전히 거주지를 옮기기도 했다. 마을에 대한 애정과 더 나은 미술관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바탕이 됐다.

이들은 앞으로 태곳미술관이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작지만 실속 있는' 미술관을 꿈꾼다.

김 부관장은 "지역민들에게 좋은 전시를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열악한 측면도 있지만 국제전이나 유명 작가 전 등 지역민들이 보기 힘든 전시를 가지고 와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고 전했다.

태곳미술관 전시장 모습. 현재 진행 중인 지역 비구상 1세대 작가 김종일 전남대 명예교수의 개인전 모습.

한편 태곳미술관은 화순읍 내평길 39-1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블랙화가'이자 지역 비구상 1세대로 불리는 김종일 전남대 명예교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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