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6개 학원 다녔는데···공부 스트레스 없어 좋다"

입력 2021.04.08. 19:05 양기생 기자
[서울학생들 농산유학 한달]
총 15명중 4명 가족과 함께 유학
체력 좋아지고 감수성 풍부해져
"매일 대면수업 가장 큰 메리트"
화순초이서분교 4∼6학년 학생들이 학교 뒤 숲 놀이터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서울에서는 학습지 포함해 6개의 학원을 다닐 정도로 공부 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서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 너무 좋아요."

서울 강남구에서 화순초이서분교로 유학 온 이세아(4학년)양이 한 달 동안 시골학교에서 보낸 소감이다.

이양은 "방과 후에는 학교 옆 텃밭에서 상추랑 마늘이랑 야채를 가꾸는데 서울에서 할 수 없는 농사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며 "아빠 일 때문에 6개월만 있다가 갈 예정인데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화순초이서분교 4∼6학년 학생들이 학교 옆 텃밭에서 신나영 분교장의 상추 솎아내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양과 같이 서울에서 화순초이서분교로 유학 온 학생은 모두 4명이다. 이서분교 학생은 서울 유학생 4명 포함 전체 15명이다. 15명의 학생 중 다문화가정은 5명이다.

이들 4명의 유학생은 모두 가족과 함께 내려와 이서면 야사리에 있는 커뮤니티센터 뽕모실 마을학교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오전 8시30분 정도에 등교해 친구들과 함께 6∼7교시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20분에 스쿨버스로 커뮤니티센터로 돌아간다.

화순초이서분교 4∼6학년 학생들이 학교 옆 텃밭에서 상추를 솎어내고 있다.

2019년부터 마을학교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서분교는 농부체험교실을 비롯해 감수성 함양교육과 진로체험, 협동교육 등의 특색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텃밭 가꾸기, 꼬마농부의 작두콩 기르기, 누에 기르기 등이 대표적인 마을학교 연계 프로다. 음악줄넘기부, 바이올린부, 캘리그라피부 등의 방과후와 돌봄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신나영 화순초이서분교장은 "유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끼는 것은 서울 유학생과 기존 학생들 사이에서 문화적 교류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6년 동안 같은 친구들만 보는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가 오고 교감이 이뤄지면서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굉장히 신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화순초이서분교 4∼6학년 학생 12명이 학교 뒤편에 있는 숲 놀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또 "서울 학생 유학으로 시골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마을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가 끝난 뒤 학생들은 뽕모실 마을학교에서 전문 상담사나 돌봄교사 등과 함께 생활하며 마을교육공동체 생활을 체험하고 있다.

드넓은 잔디밭 운동장과 수령 450년 된 느티나무 주변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뛰어다닌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태감수성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센터 바로 앞에는 호남 4대 실학자 규남 하백원 박물관이 있고 천하제일경 화순적벽도 인근에 있어 인성 교육 인프라도 좋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원격이나 비대면 수업 등에 대해 전혀 고민할 것이 없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4학년생 학부모 정모씨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애들이 원격수업에 의존해 집에서 머물며 답답해하고 살도 찌면서 나태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신청했다. 화순으로 내려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이곳에서는 날마다 대면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 자연속에서 활동하고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체력도 좋아지고 감수성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 너무 좋다"며 "1년 정도 생각하고 왔는데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머무를까 고민하고 있다. 이곳 생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양기생기자 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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