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화합의 장' 화개장터서 전남 상인들 쫓겨나나

입력 2022.11.23. 16:55 김종찬 기자
하동군, 입점 조건 ‘군 거주 3년 이상’ 제한
74곳 중 3곳이던 광양·구례 상인 신청 불가
“지역민 핑계로 동서화합 거부” 비난 거세
동·서 화합의 장 '화개장터'가 지난 2014년 발생한 화재 후 복원을 마치고 2016년 4월 재개장했다. 뉴시스

경남 하동군이 '동·서 화합의 장'의 상징성을 지닌 화개장터에서 전남 상인들을 배제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동군이 지역민 보호를 핑계로 소수만 입점시켰던 구례·광양민의 점포마저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전남 상인 배제'는 이번 뿐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한 사례여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 하동군이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화개장터 장옥 입점자 모집공고. 하동군 제공

23일 전남도와 하동군 등에 따르면 하동군은 지난 17일 '화개장터 장옥 입점자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 기간은 24일까지다.

3년마다 진행되는 입점자 모집 공고에서는 농특산물·먹거리 분야는 3년 이상 하동군에 거주한 사람으로, 체험·기념품·잡화·대장간·엿장수 분야는 1년 이상 군 거주자로 신청 자격이 제한했다.

앞서 하동군은 지난 2014년 이전까지는 호남장옥 5곳에 기 입점자를 대상으로 장옥 입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줬지만 이후에는 하동군 거주자로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 2016년과 2019년 '화개장터 장옥 입점자 선정 공고'에서도 하동군 거주자로 신청 자격을 제한했다가 민원이 제기되자 재공고를 통해 호남장옥에서 품목 제한 없이 광양 2곳, 구례 1곳 등 3곳에 전남지역 상인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수정하기도 했다.

'호남장옥'은 하동군이 그동안 광양시와 구례군 거주자에 한해 각각 2개와 1개의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점포다. 하동군의 공고에 따라 '동·서 화합'의 명맥마저 사라지게 됐다.

입점 공고가 게재되자 하동군청 자유게시판은 동·서 화합의 장을 상징하는 화개장터를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항의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장모씨는 "화개장터가 유지되는 것은 영·호남 화합의 상징성 때문으로,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됐을텐데, 결국 하동군의 지역이기주의로 영남지역 상인만 남게 됐다"며 "하동군은 화합의 상징성을 가지는 화개장터를 이렇게 찢어버렸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누리꾼 신모씨도 "하동군은 앞으로 화개장터를 영호남 화합의 장으로 홍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설치돼 있는 조영남 동상과 영호남 화합의 장 이미지로 부착된 홍보물도 모두 철거해야 할 것"이라며 "군청이나 상인들이 화합의 이미지나 문구가 들어간 홍보와 마케팅을 한다면 허위·과장광고로 신고하겠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하동군은 군민들로부터 역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입점 제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호남장옥의 경우 경쟁률이 낮아 입찰 공고를 하더라도 같은 사람이 계속 들어오는 반면, 하동군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 장옥의 경우 경쟁률이 높아 10년 이상 장사를 해온 군민들도 입찰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때문에 하동군민들은 전남지역 상인만 챙긴다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지역 거주자로 제한한 공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 속 광양시와 구례군은 화개장터에 입주한 지역 상인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지자체는 화개장터가 하동군 관할인 만큼 시·군청 차원의 입장을 내기에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화개장터는 하동군 관할 지역으로, 군에서 따로 입장을 내는 게 어렵다"며 "해당 상인들의 경우 하동군에 민원을 넣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구례=오인석기자 gunguck@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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