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지난해 최악 침수피해 구례는] 겨우 한숨 돌렸는데··· 빚더미 위에 앉은 수재민들

입력 2021.04.05. 14:50 임장현 기자
집·직장 모두 잃은 구례 수재민
얼추 복구됐지만 고통은 여전
"컨테이너·빚더미 탈출하고 싶어"

"농장 복구하는 것만 해서 빚이 8천만원 정도 늘었어요. 은행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돈을 빌려 미안한 마음만 큽니다."

지난해 8월 구례군 전체를 휩쓸었던 집중 폭우로 인한 상처가 아직까지 아물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수재민들이 집과 상가, 농장 등을 복구했지만 폭우로 인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수재민들은 빚더미를 떠안고 있다.

수해 발생 7개월이 지난 31일 구례군 수재민들의 임시 거주 컨테이너 단지를 찾았다.

31일 구례군 공설운동장 수재민 임시거주 컨테이너 앞에서 류명희(63)씨가 수년간 길렀던 다육식물을 잃고 새로 사온 꽃을 바라보고 있다.

구례군 공설운동장 부지에는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한 컨테이너 18개에 집을 잃은 수재민이 살고 있다.

류명희(63)씨는 "집 전체가 물에 잠겨 방 4개의 모든 살림살이가 못 쓰게 됐다"며 "언제까지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추운 컨테이너에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류씨의 집은 수해 당시 단층짜리 집 천장까지 물이 차올라오는 침수피해를 당했다. 냉장고, TV같은 전자제품은 물론 가구와 의류까지, 건질 수 있는 물건이 전혀 없어 모두 폐기했다.

31일 구례군 공설운동장 수재민 임시거주 컨테이너에서 류명희(63)씨가 당시 수해를 설명하고 있다.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는 류씨는 날마다 늘어가는 빚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잘한 생활용품부터 대형 가전까지 전부 새로 구매하면서, 수해 초기 농협에서 무이자로 빌려줬던 1천만원은 다 쓴지 오래다.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손해사정평가도 700여만원 밖에 되지 않아 설령 피해 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빚을 갚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류씨는 "방만 4개인 집의 살림살이가 다해서 70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피해 금액 산정이 현실에 맞게 책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산면 냉천리에서 애호박농장을 운영하는 서동민(48)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집과 농장 모두 수해를 입은 서씨는 무너진 시설하우스를 복구하기 위해서만 8천여만원을 지인과 은행에서 빌렸다. 시설하우스 파손으로 받은 지원금은 10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복구비 전액을 빌린 셈이다. 그래도 모자라 무인방제기는 아직 설치도 못했다.

31일 구례군에서 애호박 농장을 운영하는 서동민(48)씨가 애호박을 살펴보고 있다.

서씨는 "계속되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며 "돈을 빌려준 지인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다.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수재민들은 폭우 당시 섬진강댐과 주암댐 등의 수위 조절 실패로 인한 인재였다는 점을 주장하며 환경부 및 수자원공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구례군 수해대책위에 따르면 수해의 원인을 조사하는 용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4월 중 중간보고서, 6월께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또 군의 지원으로 수재민들에 대한 추가 손해사정평가가 진행된다. 오는 9일까지 1차 평가에 대한 이의신청과 미신청자들의 추가 신청을 받는다. 모든 조사가 끝나면 대책위는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 신속하게 수해 원인 규명 및 피해 보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창승 구례군 수해대책위원회 대표는 "현재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등록된 수재민들의 피해는 1천150억여원이고, 손해사정평가는 1천40억여원으로 상당히 근접한 수치다"며 "추가 손해사정평가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피해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빠르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발생한 구례군 집중호우로 인해 1천149명의 이재민과 1천807억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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