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는 소득 격차···"보통사람 되기 힘들다"

입력 2021.10.22. 11:10 이삼섭 기자
[청년소멸보고서⑨ 新일자리계급도]
중소·대기업 소득·자산 격차 벌어져
대졸 초임연봉부터 1천300만원 차이

[청년소멸보고서⑨ 新일자리계급도]

"신한은행에서 보통사람 보고서라는 걸 내서 뉴스로 봤는데 30대 월 평균 소득이 400만원이 넘더라고요. 20대 소득이 월 250만원인가 하던데 20대 보통만도 못한 제가 너무도 부끄러웠어요."


◆'보통사람' 되기 참 힘들다

광주 광산구 내 한 중소기업 사무직에 다니는 이진희(31·가명)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 다 준비한다는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합하기보다는 고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실제 졸업 뒤 지역에서 전공에 맞춰 여러 일을 하다 현재 직장에 들어왔지만 2천700만원이라는 적은 연봉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블라인드 같은 직장인 앱에 대기업 1~2년차라면서 연봉을 공개하는데, 못해도 4천만원에서 5천만~ 6천만원까지 받는 걸 보면 내가 너무 초라해진다"며 "그 기업들에 제 학과 동기가 있고 선후배도 다니고 있는데 난 뭐 하고 있나. 주변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부럽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처음부터 남들처럼 대기업이나 공기업시험 준비해 들어가지 않은 게 지금은 종종 후회될 때가 있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임금 받는 중소기업에 다니면 옛날로 따지면 노예 아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20~34세 미혼은 월평균 260만원을 벌고 9천5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20~34세 미혼 대기업 재직자는 같은 나이의 중소기업 재직자보다 80만원 더 많은 340만원을 벌고 총 자산은 2배 많은 1억8천600만원을 보유했다.

이 씨는 "흙수저인 것은 부모님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사회에서 소득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고 그렇기에 전 루저(패배자)인 셈"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갈 인원은 한정돼 있고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건데 이게 신분제가 아니면 뭐냐"며 씁쓸해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갈수록 벌어져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초 국내 기업 787개(대기업 267·중소기업 520)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평균연봉'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4년제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대기업 평균 연봉은 4천121만원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천793만원으로 격차가 1천328만원이었다.

코로나19로 고용 여건이 안 좋아졌지만 대기업은 지난해(4천118만원)보다 연봉이 0.1% 오른 반면 중소기업(2천840만원)은 1.6% 떨어지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09만원, 중위소득은 234만원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515만원이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245만원에 불과했다. 대기업 근로자는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2배 가까운 소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각각 입사한 대졸자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실제 이 통계에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득 차이가 커졌다. 그러면서 50대에서는 대기업 평균 소득이 중소기업의 약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 종사자 김모씨는 "특히 제조업에서는 대기업이 협력사인 중소기업이 도산하지 않을 정도까지 단가를 후려치기하는 모습은 흔하다"면서 "중소기업 피 빼서 대기업 직원들 배불리는 구조를 개선해야 청년들이 중소기업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과 민간 일자리 수준도 커

소득 격차는 단순히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머물지 않는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민간부문 일자리의 격차 또한 커지고 있다. 민간 부문의 소득이나 처우가 정체돼 있는 동안 공공부문 일자리 처우 수준이 높아지면서 또 하나의 '계급'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공기업은 일과 삶을 중요시하는 변화와 함께 정년이 보장 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류되면서 오히려 민간 대기업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50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6천931만원이었다. 이 중 공기업 평균 연봉이 8천15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기타공공기관이 6천850만원, 준정부기관이 6천681만원이었다.

또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주요 공기업 36개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평균 3천892만원으로 민간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청년들의 '공정' 문제를 일으킨 '인국공 사태' 당사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신입 초봉이 4천636만원 수준이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등 이중화된 노동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대성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노동시장은 고임금, 고용 안정성 등 좋은 근로조건을 갖추고 있는 소위 대기업과 공기업을 일컫는 1차 노동시장과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상존해 있는 소위 중소기업을 일컫는 2차 노동시장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면서 상향 이동이 사실상 단절돼 있다"며 "결국 임금의 수준, 고용 안정성, 근무요건 등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고 자연스레 청년들은 1차 노동시장의 진입만을 원하게 되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이렇듯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는 고용 악화, 일자리 미스매칭은 물론 일자리 계급화에 따른 소득 격차, 청년 인구 유출 문제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mdilbo.co·이예지 기자

슬퍼요
5
후속기사 원해요
4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청년소멸 보고서 주요뉴스
댓글2
0/300
메타버스
판매·소통·관광도 가상공간에서···메타버스 시동 거는 지역기업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시범운영 중인 '메타 aT' 전경. 상설전시대 위로 커다란 표고버섯과 그를 재배하는 청년농부의 사진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버섯을 터치하자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눈 앞에 떠올랐다. 다른 전시대에는 망고, 계란, 포도 등이 각각 전시돼 있었다.이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가상현실상에 조성한 '농식품인큐베이팅관'의 모습이다.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광주은행이 조성한 사옥 전경. aT는 오는 31일까지 '메타 aT'를 시범 운영한 후 서비스 개선, 기술 개발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메타 aT' 본사는 일반적인 건물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화면을 터치하거나 방향키를 조작하면 건물내를 이동하며 곳곳을 살필 수 있었다.특정 장소를 선택해 '순간이동'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한국전력공사가 조성한 사옥 전경. 이 곳은 농식품을 전시하고 온라인 쇼핑몰로 연결하는 '농식품인큐베이팅관' 외에도 창업지원사업인 '청년키움식당' 전시관과 전통주 전시관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각 전시관에서는 주제에 대한 사진, 영상 등의 자료를 관람할 수 있었다.본사 건물을 빠져나와 잔디밭을 거닐자 허공에 떠오른 집채만한 포도가 눈에 들어왔다.중앙 호수에는 커다란 망고조각들이 잠겨있었다. 잔디밭 곳곳에 설치된 크고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는 라이브커머스나 aT 소개 영상 등을 볼 수 있었다.'메타 aT' 본사 내 상설전시관에 버섯·포도 등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전시 중인 상품을 클릭하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광주전남지역 기업들이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메타버스 공간 조성에 시동을 걸고 있다.문화 형성과 시스템 개선 등이 지속되며 소통·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 메타버스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광주은행은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사옥과 연회장 등을 구현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에는 해당 공간을 사용해 디지털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톡톡데이'를 진행하기도 했다.이날에는 송종욱 광주은행장이 직접 '제페토'에 접속, 신입사원들을 만나 업무 애로사항과 개인적인 의견 등을 공유했다.한국전력 본사도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시범사업을 통해 '제페토'에 사옥을 재현해 선보였다.이곳에는 카페공간과 공연시설 등이 조성돼 있으며 지난 10월 말 첫 공개 이후 7일 현재까지 4천여 건의 방문 수를 기록했다.한국전력 관계자는 "아직은 메타버스 공간 운영이 시작 단계지만 추후 해당 공간을 개선시키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춘진 aT 사장은 "aT는 이전에도 메타버스를 통해 실습강의나 행사 개막식 등을 진행한 바 있다"며 "메타 aT를 시작으로 농수산식품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노잼도시
비엔날레관, 미술관, 박물관···많으면 뭐하나 '속 빈 예향'
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시립미술관의 로비와 휴식공간이 입장객 없이 비어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스페셜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⑧ 예향? 관광객은 외면한다]'문화수도 광주'라는 말만큼 광주에서 공허한 구호가 있을까. 이 같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광주 내에는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비엔날레 전시관 등 무수히 많은 문화시설이 있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특히 막대한 혈세를 들여 문화시설들은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방만하고 안일한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곳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수요자 맞춤형'이 아닌 공급자 중심이어서 콘텐츠는 갈수록 늘어도 '소비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킬러콘텐츠'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문화시설이 상시적으로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혁신적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설 자체가 하나의 소중한 자산으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점'처럼 각각 떨어져 있는 문화시설들을 '선'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직도 나오고 있다.◆중외공원 가보니···주민·상인 "존재감 없어"지난 1일 오후 4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등이 밀집된 중외공원.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오밀조밀 있는 모여 있는 만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어느 정도 있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산책하는 주민들만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 인적없이 불이 꺼진 공간들이 늘어서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이 전시는 끝났어요. 여기(비엔날레)는 다른 전시가 없으니 시립미술관 쪽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들어가자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무색하게 '지금은 전시를 볼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그 전시관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특별기획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방문객 때문에 전시작품들은 이미 절반 이상 철수된 상태였다.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작품을 포장한 택배상자와 비닐포장지가 널브러져 있었다.전시관을 나와 다른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어두컴컴한 복도가 이어지자 불안감이 들었다. 수유실·세미나실 등 비어있는 공간들을 지나쳐 경사로를 오르자 또 다른 빈 전시장에 도착했다.굳게 닫힌 전시장 정문 옆에는 시작까지 일주일 이상 남은 다른 전시회의 안내판이 미리 붙어있었다. 3층 전시장도 오랜 시간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 듯 고요했다.인근 시립미술관을 찾아가자 본관 전체 6개의 전시실 중 2곳만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시민이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1층 로비에 카페 등 휴게시설이 조성돼 있었지만 건물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비엔날레 인근 식당에서 만난 종업원 김모(57)씨는 "비엔날레 앞 상권이지만 비엔날레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며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라고 말했다.중외공원에서 만난 시민 유다혜(31)씨는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지난 번 디자인비엔날레를 관람했을 때 외에는 건물 내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딱딱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민 눈높이 안 맞는 콘텐츠에 시민들 '외면'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광주에는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시설·공간들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 문화 공간 내 방문객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본적으로 시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시 위주의 콘텐츠와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광주시에서 열린 문화예술활동은 1천126건이다. 이는 전국 6개 광역시 평균 수치인 1천289건과 엇비슷한데 콘텐츠 자체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문제는 시민들이 관심과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 관람횟수가 타 지자체에 비해 확연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관람횟수는 미술전시가 1.7회(6개 광역시 평균 2.05회), 서양음악 2.1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 뮤지컬이 1.2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찾을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와 관련 장재성 광주시의원은 지난 10월 광주시의회 302회 임시회에서 "광주시가 유치한 문화시설이 많지만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지비는 나가는데 ···'노는 공간' 많아 활용 필요이 같은 문화시설은 전시나 공연과 같은 콘텐츠 외에도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채 유휴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비행사 기간에는 폐쇄된 채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으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2년 주기로 열린다. 통상 두달여간 열리기 때문에 일년 중 10개월은 빈 공간으로 남게 된다. 다음 해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비어있는 상태다.이 때문에 정기전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대관 등을 통한 수시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시관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이달 중 교육 프로그램 만 단 3일 잡혀있는 상황이다.광주비엔날레는 전시관 구조 등의 문제로 대관 '전시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비엔날레는 전시관 하나하나의 크기가 큰 편이기에 대관료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공연시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서구 광주공연마루의 경우 지난 2010년 광엑스포 당시 주제관으로 사용된 후 지난 2018년부터 국악상설공연을 위한 장소로 새단장했다. 그러나 공연장은 물론 주변 공원까지도 사람이 찾지 않고 있다. 주 5회의 국악공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원 내 에너지파크가 개관해 방문객이 늘었지만 대부분 교육을 위해 찾을 뿐이다.이에 전시관·휴식공간 등 시설 활용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대관지원,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와서 쉬고 놀 수 있도록 공간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 서울과 천안시 등은 지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빈 공연시설과 전시시설 등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예술활동의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콘텐츠를 늘린다는 취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술관 내 퍼포먼스·공연, 미술작가와의 대화, 학생과 시민들을 위한 미술교육 등이 운영되고 있다.◆"상시 즐길 공간으로 구성, 연결이 중요"최근 광주시립미술관은 1층을 시민이 와서 쉬고 놀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등 체험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미술 만을 전시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 시민들을 모으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문화 향유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다.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들 대부분이 딱딱한 전시와 지루한 공간 구성으로 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마찬가지로 5·18사적지인 전일빌딩의 경우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과 오락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5·18 교육과 체험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무엇보다 문화 시설·공간들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중외공원 내 여러 문화 시설·공간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구호로만 문화벨트로 묶여있지 실제로 따로따로 기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이건희 컬렉션 덕분에 전국적으로 사람이 찾아와 자리를 못잡을 정도였다"면서 "시립미술관은 물론 지역 내 문화공간들이 이곳 만이 가지고 있는 킬러콘텐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민이 찾지 않아 공간이 낭비되는 상황은 이전부터 문제였다"며 "소중한 공간이 시민의 쉼터가 되고 놀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간을 혁신하고 시민들이 찾을만한 체험공간으로 조성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MZ세대
별짓 다했다는 막걸리 맛···'100억 상장' 꿈 익는다
'시향가'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한 '토란 막걸리 달인' 양숙희씨. [숨은 농촌 스토리, 부농을 찾아서ㅣ양숙희 농업회사법인 '시향가' 대표]말리고 튀기고 찌고···'날밤 연구'걸쭉하고 텁텁한 막걸리맛 잡아단맛에 시원하고 깊은 향까지독창적 가공법 특허 '토란 탁주'MZ세대까지 두터운 마니아층내년 공장 늘려 사세도 확장 '술 잘 빚는 예쁜 누나'는 곡성에서 막걸리를 만든다. 걸쭉하고 텁텁한 일반적인 막걸리가 아니다. 고소하고 담백한 현대적 감각의 퓨전 막걸리다. 닷새에 한 번씩 곡성의 명품 막걸리를 담그는 양조장 겸 사무실은 리커숍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다. 예상을 뛰어넘는 빨강·노랑·분홍·초록·파란 빛깔의 쌈박한 막걸리 캔 색상도 MZ세대 취향이려니와 실용적이고 예쁜 용기에 전통 막걸리가 담겨있는 것 역시 MZ세대 풍이다. 그렇다고 명품 막걸리가 온전히 MZ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베이비부머)세대도 오밀조밀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공간활용도와 쇼윈도 속 앙증맞은 막걸리 제품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춘다. 농업회사법인 '시향가(施香家·향기를 베푸는 집)'를 운영하는 양숙희(39) 대표의 26평 남짓한 양조장이 시선을 고정시키고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는 이유 중 하나다.◆세상에 없던 막걸리 탄생적당한 단맛에 부드럽고 거부감이 없는 진한 향의 명품 막걸리를 맛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미각적이고 후각적인 알토란 막걸리에 매료된다. 양 대표는 "어떻게 술을 빚게 됐느냐,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느냐"는 취재진의 첫 질문에 스스럼없는 어조로 "술을 너무 좋아해서 만들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맑고 깨끗한 알코올 도수 높은 보드카 같은 류의 술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만든 막걸리를 시음해 보라고 건넸다. 알토란 막걸리라더니 옅은 쌀뜨물처럼 뽀얀 수제 요구르트를 닮았다. 농도는 묽지만 입안에서는 시큼한 향이 맴돈다. 반전이다. 시큼하지 않고 달큰하며 약간 쌉싸름한 맛도 살아있다. 쫀득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아린 토란의 맛은 전혀 아니고서 말이다. 신기했다.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세상에 없던 막걸리가 태어나게 됐는지, 어떤 가공 기술을 발휘했기에 토란 본연의 맛이 사라지고 독특한 내음과 맛이 나는 것인지, 그 스토리가 알고 싶어진다. 알토란 막걸리 '시향가'는 그의 남다르고 고집스러운 열정이 탄생시킨 술이다. 토란은 생으로 섭취하면 독성이 있어 반드시 끓여서 독성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술의 부재료로서도 낯선 소재여서 양조장조차 선호하지 않은 토란이었다. 그런 취약성을 지닌 토란으로 막걸리를 빚게 된 것은 시어머니 때문이었다. 토란농사를 짓는 시어머니가 토란은 저장하기 힘들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아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양 대표는 토란의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라는 점에 착안, 알코올 발효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어느 날 기회가 우연처럼 찾아왔다. 곡성군 죽곡면 주민자치위원회가 토란축제를 준비하면서 그에게 토란 막걸리를 만들어줄 수 없느냐고 제안했던 것이다.◆열정과 끈기로 빚어낸 '술'지난 2017년 당시 그는 전남과학대 대체의학과를 늦깎이로 다니는 졸업반이었다. '동의보감' 등 각종 서적을 뒤적이며 토란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토란은 공부를 할수록 참 좋은 식재료였다. 칼륨이 풍부해 고혈압과 위암예방에도 효능이 탁월했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 박승구(48)씨의 뒷바라지를 매일 했던 그였던 터라 전통주를 빚어낸 그간의 솜씨도 한몫을 차지했다.막걸리 누룩을 손질하고 있는 양숙희씨.  문제는 가공방법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끈적거리는 식감을 잡을 수 없었다. 말려도 보고, 쪄보기도 하고, 튀겨도 보고, 삶아도 보고, 가루로 넣어도 보고, 별짓을 다해 봐도 막걸리 안에서 토란의 특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날밤을 세운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급한 성격에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게 딸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른 채 정신을 차려야 했다."저는 그때 비로소 술은 기다려야 하고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했습니다. 그리고서 '열정이 밥 먹여준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냥 열정이 아니고 시간과 비용, 가치관을 담아내는 열정 말입니다." 술을 빚으며 기다리는 여유와 끈기를 배워나간 양 대표는 마침내 토란의 성질을 없애는 비법을 발견했다. 토란의 껍질을 벗겨내고 쌀뜨물에 담근 뒤 얇게 썰어 동결 건조한 다음, 그 토란칩을 고두밥에 넣고 쪄냈다. 적당한 온도로 15일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뒤 촘촘한 천으로 짜서 넣고 술을 담갔더니 끈적이는 성분이 말끔히 사라졌다. 천신만고 끝에 그가 개발한 가공법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허등록도 가능했다. 토란축제에서의 토란 막걸리 시험출시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곡성군농업기술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읍내 공방거리에 1호 공방으로 입점, 공간사업 지원을 받았다. ◆숱한 시련도 버티고 버텨참으로 지난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서도 전통주 방식의 주류면허를 받기까지는 또 하세월이었다. 곡성군과 전남도의 추천서를 비롯해 세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등 8개 기관의 서류심사와 허가를 모두 받아야 했다. 까다롭기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무엇을 위해 이런 아픔을 견뎌야 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번은 무작정 친정엄마한테 찾아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양 대표와 함께 친정엄마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책하다 보니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의 양조기술교실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막걸리학교 등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마침내 주류면허증을 받아든 순간, 또다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마음고생, 몸 고생하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쫓아다닌 6개월이었다.급기야 지난 2019년 8월, 시향가 막걸리를 공식 출시했다. 같은 해 11월말 토란을 활용해서 만든 토란막걸리 제4회 농식품 파란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꿈에 부풀어 알토란 막걸리 제조공정에 숙달되고 알토란 막걸리만 잘 만들어내면 모든 것이 쉽게 다 풀릴 거라 여긴 게 착각이었다.6개월에 한 번씩 막걸리의 안정성 품질분석에 통과돼야 하는 과정이 버티고 있었고, 팔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도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된 지 6개월여가 지났건만 품평은 좋은데 생각처럼 팔려나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초에는 코로나19까지 확산돼 하루에 한 병도 팔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발효중인 막걸리.◆온라인 마케팅에 사활 '성공으로'2020년 5월부터 마케팅에 혼신의힘을 다해 매진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에 돌입했다. 한식 주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고, 매출이 덩달아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은 1억2천만원, 올해 3분기까지 3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2020년 6월부터 술지게미(막걸리를 거르고 난 다음에 남는 찌꺼기)를 치즈와 떡에 함유한 식품을 OEM 방식으로 제조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OEM 제품투자비가 너무 비싼 나머지 5개월 만에 접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양 대표는 "개인 소비자들을 통한 온라인 매출이 매달 일정하게 받쳐주면서 막걸리 사업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제 그는 토란성분이 20%나 함유된 시향가 전통 막걸리를 이양주 방식으로 거뜬히 빚어내고, 판매망 확장세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 11월 K-Food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COEX FOOD WEEK 2021(제16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저희 막걸리 3종 제품은 6~8도의 높지 않은 알코올 도수여서 젊은 층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MZ세대를 겨냥한 6도짜리 200㎖ 캔 막걸리와 유리병 막걸리, 플라스틱 막걸리와 3ℓ탭 막걸리인 '말이야 막걸리야'가 홈파티나 등산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막걸리의 고급화와 전통주의 고급화를 시도한 덕분에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술 박사 명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양 대표의 말속에는 자신감이 배여 있었다.자연으로부터 얻은 식재료를 기다림으로 빚어 향기를 전하는 '시향가'. 현재 시향가는 레시피 및 디자인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자 등을 영입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내년 5월이면 새로운 공장부지 1천400평 규모에 건평 110평짜리 양조장을 건립하고 자연친화적인 막걸리를 계속 생산할 방침이다. 그리고서 가까운 미래에 매출액 100억원 상장이라는 회사로 거듭날 꿈을 꾸고 있다.그 꿈이 현실로 다가선 미래의 그날, 양 대표는 모든 걸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제주도에 내려가 3평짜리 초가집을 짓고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가 목표로 하는 그의 세상이 기적처럼 이뤄졌으면 정말 좋겠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 ·곡성=김성주기자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