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소멸보고서⑦] 절망의 4평살이 성민씨, 더 큰 절망은 "못 벗어난다는 것"

입력 2021.09.06. 22:04 이삼섭 기자
[원룸에 갇힌 삶]
무등일보·광주로 공동 심층기획
쪽방·고시원·고시텔 1.5~5평에 전전
"잠깐 스쳐 간다" 했는데 벌써 30대
1인가구 대부분 단칸 월세방 못면해
부동산 양적 공급 치중해 '벌집 원룸'
집값은 연일 폭등해 탈출 길은 막막
7.5평 상향 주거기준법 국회 계류중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서울 신림동의 한 원룸을 둘러보고 있다. 심 의원은 최근 최저 주거기준을 상향하는 일명 '최저주거기준 상향법'을 발의했다. 심상정 의원 페이스북

[청년소멸보고서 ⑦원룸에 갇힌 삶]

"계속 원룸에서만 살아왔으니깐요. 그래도 전에 살던 고시원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고 주변 혼자 사는 친구들도 대부분 원룸 아니면 투룸에 살기도 하고. 근데 30살이 넘어 직장인이 됐는데도 늘어난 건 한두평 정도라니…. 여길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광주시 북구 용봉동 북구청 근방 5평(16㎡) 가량 되는 32만원짜리 월세에 사는 김성민(29·가명)씨의 첫 독립 거주지는 집이 아닌 고시원의 방 한 칸이었다. 전남 한 지역이 고향인 그는 일단 대학교는 광주로 왔지만 방세는커녕 학비도 부모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방을 구해야 했다. 보증금조차 없던 김 씨의 머리에는 원룸조차도 없었다. 창문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2만원 더 준 21만원짜리 방. 넓어야 1.5평 남짓한 방에 책상과 침대를 놓으면 방이 꽉 찼다. 욕실과 주방은 공용이어서 매 아침 저녁마다 민망한 시선을 피해 다녀야 했다. 침대에 누워 그는 "잠시 스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1년 뒤 군대를 가면서 그 고시원을 벗어났고 복학한 뒤에는 화장실 있는 고시텔(고시원과 원룸 중간 형태)에서 보증금 50만원에 월세를 내는 원룸으로, 이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를 더 내며 조금 더 좋은 '방'으로 이동해 왔다.

김 씨는 "젊으니까 원룸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 지원 받아서 좋은 오피스텔, 아파트 들어가거나 아파트 사는 젊은 사람들 보면 결국 흙수저의 자기위로였을 뿐"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곳도 없고 그냥 좋은 오피스텔에 사는 게 지금으로선 목표"라고 말했다.



◆ 원룸 쳇바퀴 도는 청년들

방 하나에 욕실과 취사가 가능한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원룸은 젊을 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추억의 공간 정도로 여겨졌지만 어느샌가 청년들의 보편적 주거로 자리 잡았다. 대학생부터 30대까지의 청년들, 특히 1인 가구인 청년들 대부분은 4~10평 사이 원룸 또는 투룸이라고 불리는 공간에 산다. 1년 또는 2년마다 더 좋은 조건의 집으로 이사하지만 결국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 새 건물이거나 더 좋은 위치가 전부다.

광주청년센터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1 광주청년 주거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만 19세~39세) 중 1인 가구의 절반 이상(57.0%)이 다가구주택(원·투·쓰리룸 등) 또는 고시원·고시텔에 거주하고 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진출하는 사회초년생 세대(25~34세)의 원룸 거주 기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1 광주청년 주거실태 및 욕구조사'를 살펴보면 1인 가구 청년의 62.2%가 '보증금 있는 월세'에 거주하고 있었고 이어 '전세'는 21.0%, '보증금 없는 월세'는 11.5%, '자가'는 2.4% 순이었다.

전체 청년 중 전세 거주 청년의 평균 보증금액은 8천660만원, 월평균 주거비용은 약 17만원인 반면 '보증금 있는 월세'의 경우 보증금 약 1천153만원, 월평균 주거비용은 약 37만원이었다. '보증금이 없는 월세'의 경우 월평균 주거비용은 약 28만원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이들이 더 많은 주거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에 대한 희망은 청년들에게 과거의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다. 원룸살이 청년들에게 자조적으로 떠도는 말이 '원룸의 굴레'다. 전세로 옮길까 하면 전세자금이 부족하고 전세로 옮기기 위해 저축을 하자니 월세 부담으로 저축이 힘들어 결국 원룸살이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으로 전세로 가는 벽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1인가구 10명 중 3명(31.4%)은 주거비로 월소득 30% 이상 지출하는 '주거비 과부담' 상태다. 흙수저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계속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 "집이 아닌 방에 삽니다"

원룸에 사는 청년들은 '집이 아니라 방에 산다'고 한다. 누군가 집에 초대할 때도 '내 방으로 가자'고 한다. '집인 척'하는 원룸은 살고 싶어 사는 집일까. 대학가를 점령하고 도시 전체를 뒤덮은 원룸촌의 대부분 원룸은 5평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주택법에 부엌과 침실을 포함한 14㎡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집주인들은 최대한 많은 원룸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쪼개고 있다.

국토교통부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7.5%다. 최저주거 기준에도 못 맞춘 방들에 청년들이 대거 내몰려 있는 셈이다.

최저주거기준을 간신히 충족한 원룸은 화장실을 마련하고 남은 공간에 침대·싱크대·책상·옷장·세탁기 등을 들여 놓으면 사람이 서 있을 자리는 거의 없다. 광주대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3)씨는 "공간이 협소해 요리할 때 옷이나 침구류에 냄새가 배기 십상이다. 방 안에 빨래라도 널어 놓으면 햇볕이 안 들어와 잘 마르지 않고 이 때문에 에어컨을 틀면 전기세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특히 친구들을 초대할 때 집이 작아서 한두 명 정도 밖에 오지 못해 미안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유일한 창문으로 보이는 옆 건물의 벽과 방범창 때문에 느끼는 답답함" "냉장고 소음에 잠 못 이루는 밤" "빨래 건조대를 놓으면 이동하기 힘든 불편함과 마르지 않은 빨래 탓에 높은 습도는 덤" "아침에 같은 시간에 울리는 옆집 헤어드라이어 소리" "좁은 취사시설 탓에 온 방에 퍼지는 냄새로 요리 포기" 등 원룸살이 청년들은 어려움과 서러움을 수없이 털어 놓는다. 가족들이 멀리서 와도 함께 있을 수 없는 방에서 청년들은 "원룸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절망감을 호소한다.


◆청년은 '좁은 방'이라도 괜찮다?

'청년이니까', '젊으니까'라는 이유로 청년들은 5평의 원룸살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까. 지난 2019년 9월 서울시가 공급한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을 둘러싼 논쟁은 사회에 이 같은 시사점을 던졌다.

"청년주택을 살펴보았다. 결국은 다 5평 내외(16㎡)의 원룸. '대학생이니까' '사회초년생이니까' '출발하는 거니까' '시세보다 저렴하니까' 등 퉁치는 말들이 가증스럽고 듣기 곤혹스럽다. 저 말들 중 어느 것도 우리가 좁고 작은 방에 살아도 '괜찮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 같은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더 비싼 돈 내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좁다고 말할 수 없다" "돈 모은 뒤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가라" 등의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실제 정부(LH)와 지자체의 청년 임대주택은 14㎡를 기준으로 해서 양적인 공급에 치중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청년들에게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겠다는 취지다. 무주택 주거빈곤층을 대상으로 광주도시공사가 지난해 500세대 입주자를 모집한 북구 임동 서림마을 행복주택은 전용공급면적은 5평(16㎡형) 380세대, 11평(36㎡형) 120세대였다. 청년은 5평에만 지원할 수 있었다.

당시 이 곳에 지원하려고 했다고 밝힌 20대 후반 남성은 "살고 있던 원룸 월세가 부담돼 서림마을 행복주택을 눈여겨봤지만 5평짜리 방밖에 없어 허탈감이 들었다"면서 "그마저도 보증금 1천500만원 마련하는 것도 걱정됐고 보증금 대출이자와 월세 9만원에 행복주택에 살고 있는 친구 말 들어보니 관리비도 1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소한 사람답게 주거면적 14㎡→25㎡"

현재 국회에는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하고 적용 대상도 현실화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 일명 '최저주거기준상향법'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법안은 1인당 면적 기준을 기존 14㎡에서 25㎡(7.5평)로 상향하고 2인 이상으로 가구원수가 늘면 1인당 면적 8㎡을 더해 기준을 산정토록 한 것이다. 기존에 최저주거기준 적용 대상에 제외됐던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도 포함했다.

법안을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금 청년들은 방 말고 집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청년과 집 없는 시민들에게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돌려드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주거권네트워크 등 각 단체의 연대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의 최저주거기준은 여러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떨어진 수준이다. 주거환경이 비슷한 일본(25㎡)의 80% 수준이고 영국(38㎡)과는 3배 가까운 차이가 있다. 정부가 최저 주거기준을 5평으로 잡으면서 공공임대는 물론 민간에서도 이익률 극대화를 위해 앞다퉈 벌집 같은 원룸을 양산했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아파트의 적정 규모를 32.6㎡라고 제안하면서 "지난 10년간 1인당 주거면적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최저 주거면적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 광주청년 주거실태 및 욕구조사'에서 1인가구 청년들 상당수는 이상적인 주거생활 기준으로 "최소한 친구 4명을 초대해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면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예지 기자


 "광주형일자리 11평 기준에만 맞춰도 일단은 살텐데"

[서인희 광주청년센터 청년정책팀장]

현 최저 기준 14㎡ 는 너무 비현실

월세·보증금 정책 분리해 접근해야

서인희 광주청년센터 청년정책팀장이 지난 3일 광주 동구 청년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청년 주거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광주시에서 광주형일자리 노동자를 위해 36㎡(11평형)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이 있어요. 새롭게 적정 주거기준을 제안하지 않아도 청년 주거정책에도 광주형일자리 모델을 적용하면 됩니다."

서인희 광주청년센터 청년정책팀장은 '적정 주거기준'과 광주시 청년 주거 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한마디로 답했다. 36㎡라는 기준은 '이 정도는 돼야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다'고 하는 주거기준을 위해 광주시가 각 기관의 자문과 연구용역 등을 통해 얻은 결과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는 이 기준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 등 광주형일자리 사업소에서 근무할 청년 등에 주거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 팀장은 "광주형일자리 근로자 상당수가 청년 1인가구라는 것을 가정하고 광주시에 맞는 1인 가구 적정 주거면적을 설계했기 때문에 보편 청년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거기본법에 따른 최소 주거면적은 14㎡에 불과하다. 이 기준에 따라 광주시도 정부도 주거 정책을 펴고 있으니 현 최저 주거기준의 비현실성까지도 지적한 셈이다.

서 팀장은 "우리 청년들은 단지 방에 거주하고 있을 뿐이지 거주 공간을 넘어선 어떤 의미를 갖지 못하고 살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이 같은 기준(현 최저 주거기준)이 과연 적절한지도 문제지만 정책에서도 원룸이 당연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의 이용자는 서비스의 대상자다. 하다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때도 필요한 걸 물어본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지 '내가 해놨으니 마음에 들면 하고 안 들면 말아'라는 정책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 팀장은 어느 청년이 한 이야기를 인용했다. 청년들이 "'당신의 자식이 거기서 사는 게 좋아?'라고 물어봤을 때 다들 거부할 것을 남의 일이라고 또 어린 이들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있다. 기득권이고 본인은 안 살아도 되니깐…"이라고 불만을 표했다는 것.

서 팀장은 청년 주거정책에서 월세 지원과 보증금 정책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보증금 있는 월세가 주거환경이 좋지만 저소득 청년들은 보증금도 없고 대출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월세는 월세대로 주거환경을 상향하는 개념에서 지원하고 보증금은 생애 1회 정도로 무이자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서 팀장은 우리 더 나은 미래세대의 모습을 위해서라도 청년들의 주거권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경험한만큼 이해할 수 있고 경험을 해야 상상할 수 있지만 원룸에서만 사는 게 당연한 세대들이 중장년이 됐을 때 상상하고 만들어갈 사회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더 좋은 형태의 주거를 경험해보지 못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게 나쁘고 상상할 겨를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만들 이 미래의 사회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단지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최소 주거에서만큼은 양보하지 않고 청년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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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MZ세대 겨냥 '더 프리스타일' 전 세계 주요 시장서 '완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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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