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소멸보고서⑥] 양·질·다양성 '일자리 3無'···은주씨 "광주 뜰 수밖에"

입력 2021.08.19. 20:41 이예지 기자
[일자리 엑소더스]
무등일보·광주로 공동 심층기획
수도권 집중 심화·열악한 지역 산업구조
작년 3만7천여명 전출 전년比 4.54%↑
"수도권 만족, 광주 돌아올 이유 없어"
전입·전출 선순환 구조 조성해야


[청년소멸보고서⑥ 일자리 엑소더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이은주(24·가명)씨는 24년 만에 광주를 떠났다.

올해 초 부푼 꿈을 안고 지원했던 회사로부터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그길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단 한 번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드디어 자신이 꿈꾸던 방송작가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걸음에 상경했다. 물론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월세와 생활비에 다시 광주로 돌아갈까 고민도 했지만 더 이상 물러날 길도 없었다. 광주에서는 방송작가 채용 공고가 자주 올라오지 않아 도전의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 안정감보다 자신의 꿈을 펼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서울을 택했다.

그는 "원래 목표는 최대한 광주에서 원하던 직종에 취업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던 때 지역을 중심으로 채용 공고를 찾아봤지만 꿈꾸던 방송작가 채용 공고는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고 선택의 폭과 도전의 기회가 많은 서울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자리 찾아 '탈광주·전남'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광주·전남 청년들의 행렬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대기업은커녕 변변찮은 일자리조차 부족하고 창업 생태계도 열악한 지역을 떠나 '기회의 땅'으로 향하는 것이다.

지난해 광주·전남을 떠난 청년(만 19~39세)만 1만5천423명으로 이 수치는 해마다 늘고 있다. 단연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다. 직장을 찾아 떠나는 청년들 대다수는 수도권으로 향하지만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행정수도가 있는 충청권으로 향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수도권은 정치부터 행정, 교육, 금융,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프라를 갖춰 다양한 직종의 기업들이 분포돼 있다. 양적으로 일자리가 압도적으로 많을 뿐더러 분야 또한 폭넓다. 무엇보다 대규모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대기업이 위치하는 등 청년들이 선망하는 일자리가 몰려 있다.

실제 2019년 매출 기준 한국 100대 기업의 본사를 살펴보면 광주·전남은 공기업인 한국전력 단 한 곳으로 일자리 파급력이 큰 민간기업은 전무하다. 수도권이 84곳, 영남권 12곳, 충청권 3곳이다. 같은 '지방'이라도 광주·전남 청년들이 더 서러운 이유다.


◆ '기회의 땅' 수도권으로

"서울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에요. 지역에 비해 채용 공고도 많고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일자리의 폭이 훨씬 넓죠. 비록 생활비는 많이 들지만 이와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서울에 있을 생각입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 광주·전남 청년들의 일반적인 목소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 타시도로 전출한 지역 청년(20세~39세)은 3만7천319명으로 지난 2019년(3만5천698명) 대비 4.5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광주로 전입한 청년(3만4천182명)보다 3천137명이 더 많았다.

이처럼 청년 전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인력 유출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가 지난해 실시한 '광주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 출향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도권으로 가게 된 주된 이유로는 '직업·일자리'가 69.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서'(35.0%), '수도권에서 공부하고 싶어서'(30.0%), '크게 성취하려면 광주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20.0%),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12.0%)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직업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상경했다고 응답한 청년의 경우 구체적인 이유로는 '낮은 급여 수준'(26.1%), '원하는 기업이 광주에 없어서'(24.4%), '기업의 복지 수준이 낮음'(1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을 나온 최우진(26·가명)씨는 "서울에서는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는 말에 고향으로 돌아올까 생각도 했다"며 "광주에는 자신이 원하는 직종의 회사가 적고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인지라 마음을 굳게 먹고 서울에 남아 구직을 했다"고 말했다.

청년,일자리. 무등일보 DB

◆ '취약한 산업구조'…청년 인력 유출

광주의 청년 인력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더불어 지역의 열악한 산업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도권에 정치·행정·교육·기술·문화 등의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다양한 직종의 기업들이 몰리다 보니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영세 서비스업 위주의 산업구조 특성상 대규모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부족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 청년 인력 유출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지난 2019년 기준 광주지역 사업체 수는 총 6만4천727곳으로 이 중 4만1천135곳(63.55%)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소규모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10인 미만 사업장이 1만4천641곳, 30인 미만은 6천644곳, 50인 미만은 1천137곳, 100인 미만은 694곳 등이다. 즉, 임금과 복지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 받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고용효과가 큰 대규모 사업장인 제조업은 5천837곳으로 9.01%에 불과한 반면 소규모 사업장인 숙박 및 음식점업은 1만1천942곳으로 18.44%를 차지했다.


◆ 높은 자영업 비중→청년 일자리 부족

지역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청년 일자리 상황이 더욱 처참하게 보이는 이유다.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선호하고 고용효과가 큰 대형·중견사업장 대신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 비중이 높다. 특히 전체 사업체 중 기업체의 비중이 낮고 자영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자영업은 청년 고용도 적을 뿐더러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쳐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임금과 복지 수준도 낮다.

이 탓에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거나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두 가지 선택지만을 놓고 고민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낸다. 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조차 카페나 음식점 등 자영업 창업에 뛰어 들면서 자영업 경쟁 심화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광주에 대형복합쇼핑몰 유치를 주장하면서 수천명의 청년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 호텔과 쇼핑몰, 창업공간 등이 복합적으로 입점한 대전사이언스콤플렉스의 경우 최근 3천명 가량의 직원을 모집했다. 특히 지역청년 우대 채용을 통해 상당수의 지역 청년들이 기회를 얻었다.

이씨는 "기회가 있어야 역량도 발휘할 수 있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데 지역의 경우 일자리의 질을 떠나서 양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서울은 다양한 직종의 기업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도 많다 보니 굳이 이곳을 떠나고 싶진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출향 청년 대다수는 수도권에서의 삶에 만족해 광주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가 출향 청년들 대상으로 광주로의 귀향 의사를 묻자, '매우 많다'(3.0%), '있음'(30.0%), '없음'(58.0%), '전혀 없음'(9.0%)으로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답했다. 삶의 중요한 기반이 수도권에 많고 이곳에 있어야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 "지역 청년들이 살고 싶게 만드는 환경 필요"

전출이 된 만큼 전입이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출과 전입이 순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비롯된다.

지역 청년들이 광주에 살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물론 다양한 정책이 있어도 출향의지가 있는 청년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어 그들의 정주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백경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路 이사는 "지역 청년들이 교육이나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에 대해 맹목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건 그들이 다시 광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 정부는 지역 주력 산업을 육성하면서 기업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지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을 장기적인 과제로 세우고 실행해 청년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은 "광주의 열악한 산업구조 속에서 청년 인구 유출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지역 청년들의 수요를 반영한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용 안정성과 급여 수준이 일정 조건 이상 충족된 지역 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 파급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나오지만 자영업 보호라는 명목 아래 대기업 진출이 좌절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파급력이 크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술창업 지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취재팀=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이삼섭기자


[청년소멸보고서ㅣ인터뷰] "출향 청년 되돌릴 일자리 환경 조성해야"

[백경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路 이사]

청년 인구 유출 '고질적 문제'

수도권 집중화 속 상황 악화

기업 유치는 지방 정부 '사명'

지역 기업 성장 위한 지원해야

백경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路 이사

"청년 인구 유출 문제의 핵심은 출향 청년들이 다시 광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방 정부는 적극적인 기업 유치는 물론 지역 내 잠재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년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이끌어야 합니다."

백경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路 이사는 '청년 인구 유출'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방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인구 유출 문제는 특정 지역에서 어느 순간 등장한 것이 아닌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특히 수도권 집중화 속에서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 이사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상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이 설령 나갔다 하더라도 다시 광주로 돌아올 수 있는 일자리 환경을 조성하는 등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경로는 '교육'과 '취업'이라고 밝혔다.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권 소재 대학교로 진학을 하면서부터 청년들의 출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취업을 준비하거나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면서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 이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금융·행정·기술·문화 등의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다양한 직종의 기업들이 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은 대규모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이 적고 청년들의 수요가 높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에 청년들은 지역의 열악한 산업구조 속에서 채용 기회가 많고 자신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업들이 위치한 수도권으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향 청년들이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는 일자리 환경과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을 장기적인 과제로 세워 유출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이사는 "지방 정부는 기업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지역 주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물론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해당 기업이 이전된 지역에 일자리 문제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기업 유치는 지방 정부의 사명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유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지역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고용 안정성과 급여 수준이 일정 조건 이상 충족된 지역 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통한 급여나 복지 수준의 향상과 함께 인턴 등 다양한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사회적 흐름에 따라 수직적인 사내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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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본격적인 캠핑철 전남 캠핑장 인기몰이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닌 내 가족, 지인들과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남지역이 수십만명의 캠핑족들이 방문하는 '캠핑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13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공립과 민간 캠핑장 포함 157곳의 캠핑장이 운영 중이다. 지난 2020년(143곳)과 비교하면 14곳이 증가했다.캠핑장이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 여파로 대규모 모임 대신 가족, 연인, 친구끼리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실제 지난해 캠핑장 이용객은 97만7천958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이용객이 집계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처럼 전남이 캠핑족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전남의 뛰어난 자연경관, 쾌적한 시설이 꼽힌다.지자체가 조성해 운영 중인 장흥의 한 캠핑장은 편백나무, 비목나무, 비자나무 등 400여 종의 수목이 있어 삼림욕을 즐기려는 캠핑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해남의 한 캠핑장은 해변과 갯벌체험장 앞에 위치해 경치가 뛰어나고 매점, 해먹을 비롯해 어린이가 이용하기 좋은 미니풋살장, 레이싱카트 등 각종 편의시설도 캠핑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주말마다 캠핑을 떠난다는 오모(39·여)씨는 "전남 지역에 인기있는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광클'을 해야하는데 그래도 예약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며 "전남지역이 경관이 좋아 전국에서 캠핑족들이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처럼 캠핑족들이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로 쓰레기 등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 환경 오염이 발생하기도 한다.또한 캠핑카를 공영 주차장에 장기적으로 주차를 해놓으며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어 캠핑족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이에 전남도와 각 지자체는 수시로 관리와 감독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소화기 분전함 미설치, 시설배치도 미비, 안전점검표 미비, 비상용 발전기 미설치 등의 사례를 단속하기도 했다.전남도 관계자는 "전남에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더운 많은 인프라와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이에 맞춰 환경 오염 등을 막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도 철저히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한편, 전남도는 MZ 세대 관광객 유치를 위해 8월 캠핑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