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소멸보고서①] 악착같이 달려온 시현씨 허탈·분노·캄캄 “이생망이네”

입력 2021.06.14. 19:55 이삼섭 기자
[행복의 요건]
무등일보·광주로 공동 심층기획
알바로 학비 벌고 스펙 쌓아도 현실은 '혐생'
경제적 문제로 광주에 남았더니 패배자 취급
경제력, 화목, 자아성취…행복이란 과연 뭘까
"그들만의 잣대 기득권들, 섣불리 평가 말라"

"너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삶에 희망이 안 보여요."

목포에서 나고 자라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시현(28·가명)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집안 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이씨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왔다. '인서울'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방 국립대를 갔다. 월세를 내려고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알바'(아르바이트)를 멈춘 적이 없다. '스펙'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장학생 등에게 보내주는 해외 인턴과 해외봉사 이력을 악착같이 따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취업하면서 얼핏 '정상적 궤도'에 진입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혐생'(혐오스러운 인생의 줄임말로 매우 고단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었다.

경제적 문제로 광주에서 직장을 얻었지만 이따금 '패배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 광주의 어른들도 은연 중 '능력이 부족해 지역에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땐 속이 확 끓는다. '탈조선'이 아니라 '탈광주'가 목표가 됐다.

"그들이 보살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지역 청년'인데 무시하는 거 보면 위선적이죠. 돈 때문에 더이상 위축되고 싶지 않아 광주에 남아 있던 건데 그때 조금만 더 힘 내고 용기 내서 서울로 갔어야 했어요."

몇 년 사이 집값이 무섭게 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씨는 '늦게 태어난 게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를 투기 삼아 돈을 쓸어 담는 뉴스를 보면 화가 치밀다가도 '영끌'해도 부동산은 엄두도 못 낸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따금 '부모 찬스'로 집을 장만한 지인들의 이야기도 그저 남 얘기 같았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없으면 크게 사는 데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주변에서 코인으로 앉아서 돈을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당연히 거품이라고 생각했고 투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죠. 근데 거품이 꺼지기는커녕 다들 '돈 복사'(가상화폐로 돈 버는 것·반대는 돈 삭제)하는 데 성공하니깐 벼락거지 된 기분이었어요.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이씨는 몇 달 전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미래 가치가 있다는 코인에 투자했다. 처음엔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는가 하더니 최근 하락장에서 보기 좋게 반 토막 났다. 이씨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그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일뿐"이라고 말했다.

1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실태 조사(전국 18~35세 3천520명)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물은 결과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7.7%로 3년만에 7.6%p 증가했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3.7%로 3년 전보다 2.7%p 증가하는데 그쳤다. '행복한 삶을 위한 요건'에는 재산·경제력, 화목한 가정, 자아성취 등이 담겼다.

광주·전라·제주지역 청년들의 34.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보다 6.4%p 높은 수치로 전국 6대 권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0.4%에 그쳐 전국 평균보다 3.3%p 낮았다.

'행복한 삶'을 위해 청년들은 해외 이주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해외이주를 고려해 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19.8%가 '있다'고 답했다. 이중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26.5%로 가장 높았다.

행복의 요건을 묻는 질문에 이씨는 "월급으로 내집마련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라며 "지금은 집에 돈 있는 사람들 아니면 아파트를 살 수도 월급으로 여유 자산을 만들어내는 것도 힘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비해 내 능력으로 성공할 확률은 없는데 이미 사회적 부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들이 우리들을 섣불리 평가하는 게 너무 싫다"면서 "그네들 자식들은 다 서울로 외국으로 공부시켜 보내고 나중에 집도 줄 텐데, 그런 부모가 없는 청년들을 적어도 그들 기준으로 평가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srb.co.k·이예지·임장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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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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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본격적인 캠핑철 전남 캠핑장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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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