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서연우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입력 2024.02.21. 19:02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은 2000년부터 고용노동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민간 여성노동 상담창구로 출발하여 2023년까지 24년째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해 왔다. 1997년 고용위기가 시작되면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 1순위가 되어버린 성차별적 해고를 막기 위해 1998년 전국의 지방노동관서에 '여성차별해고 신고창구'를 설치하였고, 이후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여 2000년 '고용평등상담실'로 명칭이 변경되어 정부가 위탁 운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용평등상담실 운영비'로 책정한 보조금은 한사람의 인건비도 안되는 수준이었으며, 2018년에야 겨우 소폭 증가했다. 자체 예산 지원과 인력지원으로 버텨내며, 노동상담을 24년간 이어왔던 것은 고용평등 활동으로 성차별의 고리를 끊어내고 여성노동자들이 성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단체들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3년 7월까지 상담실과 긴밀한 협업방안을 찾던 고용노동부는 민간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정부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국회로 넘기는 과정에서 24년간 이 사업을 운영해왔던 19개의 단체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어떠한 논의나 통보조차 없었다.

고용평등상담실 19개 운영 단체들은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 토론회, 상담실 폐지반대 1만인 연서명 조직, 피해자 목소리를 담은 기획 기사 연재등을 통해 여론을 모았고, 환경노동위와 예산결산위 소속 국회위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0원이 된 예산을 왜 복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설명했다.

그간의 상담사례를 볼 때 고용평등상담실이 민간에서 운영해야하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의 조사로 인해 2차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했었고, 현재 19개 상담소에서 8개 지청으로 축소할 경우 물리적 거리로 인한 상담 사각지대가 더욱 심화될 것이며, 피해자가 행정기관에서 상담하는 것은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에 상담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 또한 미투 이후 상담은 연간 3천건이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여러차례 밀착상담이 요구되며,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가 보여 퇴근 후나 주말에 상담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례들이 행정기관에서 가능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가 찾는 마지막 보루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사라졌다. 24년간 한결같이 여성노동자의 곁을 지켜온 여성노동상담실, 이대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하여 전국의 11개 지역 여성노동자회가 '여성노동상담실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활동명으로 카카오같이가치 모금함을 개설하였다. 최고의 위기의 상황에서 단 3일만에 5천만원의 목표액이 달성되었다. 2만 3061인의 후원자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희망과 선물을 안겨준 소중한 48시간의 기적이었다.

현재 신속한 피해구제와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업 수행방식을 직접 수행으로 변경하겠다던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한지 한달째, 노동부 8개 지방관서 중 절반이 인력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채용조건은 까다로운데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으로 이에 대한 피해는 우리 모두가 염려했듯이 고스란히 여성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사라졌지만 1995년부터 30여년 가까이 여성노동자들의 곁을 지키는 '평등의 전화'가 전국 11개 여성노동자회 안에 있다.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은 있지만 상담과 피해자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바라는게 있다면 성평등한 고용환경개선을 위해 광주광역시의 폭넓은 지원을 기대한다. 서연우 (사)광주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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