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를 읽고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대표·(주)포유건축사사무소대표 입력 2024.01.31. 17:55

누가 아파트를 사랑한다고 했는가. 누가 아파트를 혐오한다고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아파트는 애증(愛憎)의 대상인가?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살고 있는가. 살았는가.

이 세상에 이유 없는 사랑도 없으며, 이유 없는 원한도 없다.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란 무등일보 심층기획를 보면서 우리네 주거건축과 공간구조는 어디로 향하는가. 향해야 하는가. 스스로 묻는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방향으로 잘해야 한다고.

다수가 아파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만의 높은 전망·개발이익·재테크·환금성·편리함·익명성·안전성 등이 떠 오른다. 혐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관 훼손·조망권 침해·획일성·보행 불편·관계 단절·삭막함·성채(城砦)화 등이다.

타 도시에도 아파트가 많은데, 왜 광주가 '아파트 혐오도시'라는 오명(汚名)을 쓰고 있는가. 아파트 보급률이 높아서, 못나게 지어서…, 광주는 억울한가? 아파트는 억울하다. 국민 대다수가 살고 있고,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는 잘못 없다. 누구 잘못인가.

광주의 주거형태와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 취재, 분석, 핵심정리, 사례조사, 대안제시까지 한 일련의 기획기사를 보면서 지역의 현주소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루쉰(중국 작가,사회운동가)은 '땅 위에는 원래 길이 없었는데,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길이 되는 법'이라고 했다. 하나의 이미지는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가짜가 진짜 이미지처럼 바뀔 수도 있다. 길이 잘못 만들어졌어도, 오해가 있어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아파트를 사랑할 이유가 많음에도 '아파트혐오 도시 광주'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획일적 도시경관과 무등산 조망에 대한 불만에서 표출된 것이 크다. 도시경관을 형성하는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축물이 아파트이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질타다. 도시가 멋졌으면 하는데, 무등산의 훌륭한 자태를 어디에서나 보고 싶은데, 아파트로 인해 짜증 나고 막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 1인 가구 증가, 도시 간 경쟁, 지방 도시 소멸, 수도권 팽창 등 정해진 미래에 광주는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 행정은 업의 본질을 명심해야 한다. 도시는 행정력과 개발회사(디벨로퍼)에 의해 만들어진다. 개발회사는 전문가들을 고용해 최대 이익 실현을 추구한다. 대부분 공익은 차차선이다. 도시·건축 정책을 입안하는 광주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해서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하며, 공공의 이익을 유도하고 지원도 해야 한다. 행정의 눈높이가 도시의 경쟁력 수준이다. 행정의 눈높이는 서로 학습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러 사회활동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릴 때 높아진다. 같은 소리만 내는 무리 속에만 있다면 발전은 아득히 멀다.

둘째, 정주 환경과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 아파트단지의 성채가 된 문제점을 과감히 해결하고, 보행자를 고려한 상가와 녹지 배치를 통해 주변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장수명 백년주택이 되도록 가변적 평면구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높은 천장고, 다양한 디자인 혁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개선, 디테일 한 실행 방안 구축과 모범사례를 만들어 학습효과를 극대화하자.

셋째, 인생은 짧지만, 광주는 길다. 지금부터 하자. 이미 너무 많은 수의 아파트가 들어섰고 늦었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더 이상 희망 없다. 지금부터라도 잘하자. 오늘을 사는 우리는 향유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네 자식들에게는 자랑스런 도시, 멋진 도시, 살고 싶은 도시 광주가 될 수 있도록 하자. 전남·일신방직공장 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사례를 만들 기회다. 광주의 행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파트는 죄가 없다. 오직 그것을 잘못 만든 자들을 혐오해야 할 뿐이다.

앞으로도 좋은 길을 만드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박홍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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