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역학의 관점에서 본 마한역사문화센터의 입지

@김관영 나주시 미래전략산업국장 입력 2023.03.27. 18:40

2020년에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문화재청은 마한역사문화권의 연구·홍보 등을 담당할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고 있고 조만간 건립 대상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래서 광주시는 지난 16일 신창동 유적지에서 '광주 유치 희망 선포식'을 개최했고, 전남도 역시 3곳을 건립후보지로 추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마한 관련 유적 78개소 중 80%(전남 60개소, 광주 3개소)가 지역 내에 소재하고 있는 만큼 광주시와 전남도가 사전 조율을 통해 무의미한 '집안싸움'이나 '갈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해당 지역들이 저마다의 유치 타당성을 주장하겠지만 필자는 지역학의 관점에서 역사문화센터의 적정한 입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의 목적과 지역학의 목적이 상통하기 때문이다. '각 역사문화권의 문화유산을 연구·조사하고 발굴·복원하여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입법의 목적이 '특정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래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지역학의 목적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역사문화센터가 앞으로 어떤 기능을 할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특별법 제27조(역사문화권 연구재단의 설립 등)의 내용에 근거하여 유추해볼 때 조사·연구,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국내외 홍보 및 교류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충분히 가능하다. 이 사실은 지역 활성화를 위한 관광문화자원 개발과도 즉각 결합할 수 있다는 지역학의 실용학문적 특징과도 일맥으로 연결된다.

지금 여기의 우리가 마한시대 그때의 거기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유적과 유물이 많이 있는 곳이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라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전남 지역이다. 전남지역 중에서도 나주는 아파트형 고분으로 널리 알려진 복암리 고분군을 비롯하여 오량동 옹관 가마터, 반남 고분군 3곳의 국가사적과 신촌리 금동관, 정촌 고분의 금동신발이라는 국보와 송제리 고분 등 다수의 지방문화재가 있다. 그리고 1988년 '나주 반남 고분군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문화재청의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곳이 나주이다. 나주시 역시 1997년 '마한문화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타 지역에 비해 '넘사벽'의 연구 성과를 축적해 오고 있다.

일국사적 역사서술체계에서 독립하여 마한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종합학문인 지역학처럼 연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제까지 마한에 대한 연구는 관련 기록에 의한 문헌학과 고고학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분과학문의 사일로(silo)를 없애고 학제 간 종합연구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역사문화센터는 마한을 대상으로 특화된 연구기관이 있고 다양한 분야 간 종합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 곳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 나주에는 두 곳의 영산강 고대문화 연구를 담당하는 국립연구기관, 국립나주박물관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있고 나주시가 운영하고 있는 복암리 고분전시관이 있다. 특히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고고학, 역사학, 지리학, 보존과학, 미술학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연구소에 모여 쉼 없는 탐구와 열정으로 우리 문화의 오랜 흔적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라는 홈페이지의 글처럼 이미 학제 간 종합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문화센터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특히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강한 의지와 지역민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자발적 추동력이다. 나주시·정부는 지역의 대표축제로 '대한민국 마한문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마한역사인정교과서'를 3차에 걸쳐 발간하여 후학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지역민들은 45년 전인 1977년에 '마한유적보존회'를 발족하여 활동 중에 있고 그 외 '국립나주박물관후원회', '마한포럼', '나주학회' 등 저마다 자발적인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느 학자가 말했듯 영산강 유역은 마한 역사의 중심지였고 그 정체성은 후삼국까지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였다. 나주는 영산강문화의 본거지로서 마한의 정체성을 이어받아 고려 창건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역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마한역사문화센터의 입지는 지금까지 마한의 역사를 규명하기 위해 선도적 노력을 해 온 나주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한의 역사문화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지난한 여정은 이제 시작되었다. 관계부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김관영(나주문화원 나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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