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이 주도한 바다 살리기가 필요한 이유

@신의준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입력 2022.12.25. 14:43

해양쓰레기는 바닷속에 가라앉은 침적쓰레기, 바닷물에 떠 있는 부유쓰레기,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 등을 통칭한다. 부유쓰레기는 대부분 육상에서 유입되지만 침적쓰레기는 대부분 해양 선박 등에서 배출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2018년부터 연평균 2만 6천 209개가 수거되는 등 해안쓰레기 발생 개수의 83%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제조과정에서 첨가된 독성물질 탓에 바닷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해양폐기물 재활용 대책을 내놨다. 2024년까지 해양폐기물을 대상으로 한 전처리 후 중간원료 생산 및 최종 재활용 소재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2027년까지 해양폐기물 수거량의 20% 이상을 재활용한다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가 총괄 주관하는 '해양 부유 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선박 건조·실증사업'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이 사업은 바다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선상에서 잘게 파쇄해 분말로 만든 뒤 그 분말을 열분해 공정 원료로 사용해 수소를 만들고, 이 수소는 수소연료전지에 사용돼 선박에 필요한 전력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산·학·관·연에서는 다양한 해양쓰레기 정책을 입안해 연구개발 등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과연 쓰레기를 치우는 것만이 정답일까? 관건은 해양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결국 바다를 지켜내야 한다는 전 인류적 사명감이 없이는'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국민적 관심이다. 다행히도 최근 바다를 지키고자 하는 민간영역의 활동이 여러 형태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첫째는 반려해변이다. 반려해변은 기업이나 단체가 특정 해변을 맡아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되어 미국 전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 이미지 제고와 홍보효과를 위해 반려해변 입양이 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은 반려해변을 입양한 기업에게 해당 해변의 입양증서와 입간판을 설치해 준다. 또 잘하는 기업에게 상금과 표창장도 수여한다.

두 번째는 비치코밍(Beach-combing)이다. 해변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은 해변을 빗질하듯 쓸어낸다고해 비치코밍이라 불린다. 비치코밍을 통해 주워 모은 표류물과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 작품이나 액세서리를 만들 수도 있다. 비치코밍은 환경을 보호하면서 재미까지 얻을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세 번째는 플로깅(Plogging)과 딥플로깅(Deep Plogging)이다.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전문가들만 할 수 있다는 바닷속 쓰레기 정화 활동인 딥 플로깅이 있다. 플로깅은 스웨덴에서 시작돼 북유럽 중심으로 확산됐고,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딥플로깅은 아무나 갈 수 없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깊은 곳까지 손길을 뻗어 쓰레기를 줍고 환경 정화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민간영역의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 확산은 바로 생활 속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실천까지 이끌어내기 때문이다.지금도 전국에서 활동하는 바다살리기 민간단체가 많다. 바닷속에 버려진 폐그물을 제거하는'고스트 다이빙 코리아', 프리다이빙을 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플로빙코리아', 서핑 후 '바다 사용료' 대신 쓰레기를 줍는 '바다키퍼',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쓰줍인' 등의 활동들을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쉽게 찾아볼 수도 동참할 수도 있다.

플라스틱의 등장은 인류 문명사를 바꿔 놓았다. 하지만 '만드는 데 5분, 쓰는 데 5분, 썩는 데 500년'이라는 말처럼 그 편리함에 취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사용한 플라스틱만큼이라도 수거한다는 마음으로 바다쓰레기 줍기 활동에 동참해야 한다.

더는 관이 주도하는'단순한 치우기'일색인 해양쓰레기 정책을 넘어서 민간이 주도하는 바다살리기 동참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신의준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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