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값 회복을 위한 정부대책 반드시 마련해야

@무등일보 입력 2022.08.03. 10:33

어릴 적 왜 한국 사람은 매일, 매끼니 쌀로 지은 밥을 먹어야 하는지 어른들께 물으면 "호강에 겨운 소리 말고 밥이나 남기지 말라"고 도리어 꾸지람을 듣곤 했다. 농사 경험이 있는 윗세대 어른들은 "그 밥 한 톨이 얼마나 힘든 노동으로 만들어진 줄 아느냐"라는 핀잔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나마 현 중·장년 세대가 마지막일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 자식을 키우는 대다수의 국민은 난생 처음 듣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극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밥 한공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필요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까운 마트에 가면 각지에서 갓 도정한 쌀을 그냥 돈을 주고 구매하면 그만이다. 이미 쌀밥은 너무 흔하고, 너무 값싼 식품이어서 그 가치가 희석된 지 오래됐다.

이런 국민의 무관심 때문일까? 모든 식탁 물가가 무섭게 오르는데 유일하게 쌀값만이 나홀로 폭락하고 있다. 최근 산지 쌀값은 80㎏에 17만7천660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20.5%가 낮다. 또 작년 수확기(10~12월) 21만4천138원에 이어 계속된 하락세다. 올해 쌀값 하락 폭이 45년 사이 최대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은 소비 부진이다. 지난해 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전년보다 0.8㎏(1.4%) 감소했다.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30년 전인 1991년 소비량(116.3㎏)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즉 국민 1인당 하루에 155.8g을 소비하는 셈으로 이는 하루 한 공기 반 정도다.

수입쌀도 문제다. 정부는 쌀 TRQ(저율관세 의무수입물량) 40만8천700t을 수입하는데 그 중 밥쌀용이 4만여 t에 이른다. 대부분 미국, 베트남, 태국산이다. 올해도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입찰 판매를 실시했다. 평균 판매가격도 국내산보다 30%가량 저렴하다.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쌀이 우리나라 쌀 공급시장 일부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창고에 남아 있는 쌀 재고량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6월호 농업관측에 따르면 국내 쌀 재고량 95만 9천t으로 전년 대비 56.9% 34만 8천 톤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소비가 늘지 않으면 올해 신곡을 수확해도 들어갈 창고 공간이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럼 쌀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정부는 양곡관리법과 그 하위 규정에 따라 과잉 생산이 예상되면 즉시 시장격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실시했다. 뒤늦게 37만t을 격리했지만 매입가를 최저입찰가로 정하면서 쌀값 회복 효과도 전혀 얻지 못했다. 또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자동 시장격리'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자의적인 시장격리'가 됐다.

올해 농사도 풍년이 예상된다. 쌀값 폭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농촌 현장은 농업인의 깊은 한숨으로 가득하다.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쌀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농업인들로 하여금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게 만드는 것이다. 생산비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는데, 쌀값만 떨어지면 농사지어서 손에 쥔 소득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지난달 29일 전남도의회에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쌀값 폭락에 따른 정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예년보다 많은 재고물량과 2022년산 과잉 생산량 이상(+α)을 모두 시장격리를 실시해 급격한 쌀값 하락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8월말부터 조생종 벼가 본격적으로 수확된다. 수확기 전에 국가가 국가답게 기간산업을 챙기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신의준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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